국민모임, '한겨레' 비판
"새정치연합 기관지인가"
    2015년 04월 28일 09: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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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두고, 국민모임이 <한겨레>에 사과보도문을 낼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 매체의 28일자 칼럼이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자 특정 후보의 낙선을 부추긴 명백한 선거법 위반행위”라는 것이다.

국민모임이 이처럼 날을 세우고 비판하는 이 매체의 기사는 곽병찬 대기자가 쓴 ‘재보선, 참사를 기억하자’는 제목의 칼럼이다. 이 날 <한겨레> 신문 1면에 실렸다.

이 칼럼은 정부의 시행령안을 ‘패륜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하며, 정부가 이 같은 시행령안을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작년 7월 재보선 완패에 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번 4.29 재보선은 여당에 있어서 비선실세들의 국정 개입 사건과 불법대선자금 의혹으로 번진 친박 부패스캔들을 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밝힌다. 여당이 7월 재보선에서 압승하며 세월호 참사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패배한다면 세월호 참사의 진실도, 불법 대선자금 의혹도 한 점 밝히지 못하고 끝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그 다음 단락부터다. 이 칼럼은 만약 4월 재보선에서 여당이 승리해 현 정권이 면죄부를 받을 경우, 그 책임은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독자노선을 선언한 국민모임의 정동영 관악을 후보와 천정배 광주 서구을 후보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아래는 곽병찬 대기자의 이날 칼럼의 일부다.

특히 이들을 고무시키는 건 선거판에 뛰어든 야당의 고물 정치인들이다. 그들이 앞장서 야당을 심판하고, 야권을 바꿔버리자고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희망적인 메시지가 어디 있을까. “야권의 무능을 심판해 야권을 재편하고 정권교체의 길을 열겠다.”(정동영) “호남정치, 부활해야 합니다. 야권재편,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천정배) 천군만마와도 같은 지원군이다. 무엇으로 이들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을까.

이들의 주장이 진심이었다면, 7·30 재보선에서 야권이 완패했을 때 했어야 했다. 그때는 엉거주춤 물러서 있다가, 저희들에게 배지를 안겨줄 것 같은 선거구에서 재보선이 열리게 되자 뽀시래기 제 살 뜯어먹듯이 저를 낳아준 곳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다. 새누리당의 트로이 목마라고 한들 누가 나무랄 수 있을까. 그들의 눈에는 1년째 가시밭길을 걸어온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바람은 안중에도 없다. 그들이 또 걷게 될 가시밭길도 생각지 않는다.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지난해 재보선 이후 새로 구성됐다. 미덥지는 않다 하더라도, 제 역량을 펼쳐 보일 기회는 주어져야 했다. 특히 앞서 이 당을 책임졌던 자들이라면 최소한 한 번쯤 밀알이 되어 이들의 노력에 힘을 보태야 했다. 뒤에서 흔드는 건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게다가 고작 4곳에서 치러지는 선거에 뛰어들어 야권 심판, 야권 교체를 떠벌리고 있으니, 야권 전체가 도의도 신의도 없는 집단으로 매도되게끔 유도하는 꼴이다.

이 칼럼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여당의 승리가, 그로 인한 정부여당의 ‘패륜’의 책임을 왜 정동영 후보와 천정배 후보에게서 찾는지, 야권 후보 난립으로 여당에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준다 한들 왜 그 책임이 온전히 두 후보에게만 있는지, 새정치연합의 가치와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유권자는 그럼 어쩌란 말인지.

관악

4월 재보선, 여당이 승리한다면 정동영·천정배 탓?

야권 후보 난립 없었던 7월 재보선은 왜 패배했나.

이 칼럼은 “이들(새누리당)을 고무시키는 건 선거판에 뛰어든 야당의 고물 정치인들”이라고 규정한다. 이 얘기가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이유는 6월 지방선거까지 갈 필요도 없이, 7월 재보선에서 찾을 수 있다.

7월 재보선에선 야권 후보의 난립 따윈 없었다. 모든 상황이 새정치연합에 유리했고 새누리당에서도 완패를 우려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은 완벽하게 졌다. 당시 새정치연합은 당의 가치와 노선은 전부 내팽개치고 세력 싸움에만 골몰해있었고 오랜 시간 친분을 유지해왔던 예비 후보 간에 분열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렇게 여당은 새정치연합의 무능과 탐욕 덕에 7월 재보선에서 승리했다.

당시 7월 재보선이 끝나고 야당의 패배 원인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공천 내홍과 함께 선거 전략 실패를 제기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큰 여당을 대신해 야당이 제시할 수 있는 그 어떤 정책적 대안도 없었다는 비판이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정권 심판만 외쳐댔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시장통이든 어디든 찾아가 거짓말이든 아니든 참사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읍소했고, 세월호 정국을 돌파할 무기로 ‘민생정책’을 내세웠다. 유권자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유권자는 새정치연합이 아닌 새누리당을 선택했다.

이러한 전례가 있는데도 이번 4월 재보선에서의 새정치연합의 위기를 야권 후보 난립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니, 만약 정동영·천정배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새정치연합은 투표를 하루 앞둔 오늘 무난한 승리가 예상하고 있을까.

‘이기는 선거’만이 중요하나.

이 칼럼은 또 “새누리당의 트로이 목마라고 한들 누가 나무랄 수 있을까”라며, 새정치연합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그 원인은 정동영·천정배 후보에게 있다고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야권 후보의 난립으로 설령 여당에 어부지리로 승리를 안겨준다 한들 그 책임이 어째서 두 후보에게 있는 것일까.

이 칼럼대로라면, 모든 선거에서 승리를 위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후보만 출마해야 한다. 새정치연합과 가치와 노선이 맞지 않는 유권자들은 어쩔 수 없이 새정치연합의 후보를 울며 겨자먹기로 지지해야 한다는 것일까.

이 칼럼은 정치가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마저 들게 한다. 과연 ‘이기는 선거’는 다양한 정치적 의견이 존중되는 것보다 더 중요할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저들에 비해 작은 목소리는, 작은 규모의 정당들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숨기고 참는 것이 옳다는 것일까. 이기기 위해 야권 지지 유권자가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치이고, 선거라는 것일까. 이런 시각에서는 새누리-새정치의 양당체제를 타파하려는 제3당을 모색하는 ‘진보정당’의 존재 자체는 부정 당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국민모임은 이 매체의 칼럼을 ‘기득권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모임은 이날 반론문에서 “일관된 논리나 합당한 노선에 근거한 비판이 아니라, 새누리와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기득권 양당체제의 단순한 이분법적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두 후보의 출마로 인한 ‘야권분열’로 새정련 후보가 떨어지게 생겼으니, 새정련 후보에게 표을 몰아줘야 한다는 ‘특정 후보 낙선, 특정 후보 당선’ 운동에 다름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또 “부패한 박근혜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제1야당의 무능 때문이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정, 천 후보 때문에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는 한겨레의 주장에 동의할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 이런 주장은 오로지 새정련의 시각에서 바라본 정파적 접근법”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아울러 “<한겨레>는 진보언론인가, 보수언론인가. 정론지인가, 정파지인가. <한겨레>는 뒤늦게 ‘보수언론식 정치개입’을 따라 하지 말고, 언론의 정도를 지켜야 한다”며 “130석이라는 역사상 최대 의석을 갖고도 박근혜 정권에 질질 끌려 다니는 새정련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한겨레의 주장은 정론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한겨레는 비판의 과녁을 잘못 잡았다. 정파적 시각에서 벗어나 창간 당시의 대중적 정론지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결코 한겨레 내부의 양심이 죽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동영·천정배 후보, 새누리당의 트로이 목마?

이 칼럼은 정동영·천정배 후보가 야권재편 목소리의 진정성 인정받고 싶었다면 7월 재보선 패배 직후에 당을 나왔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새정치연합의 7월 재보선 패배는, 정확히 말하면 패배의 원인은 정 후보가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게 만든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가 탈당을 고려했던 것은 국민모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다. 새정치연합이 계파갈등으로 재보선에서 패배하고 반쪽짜리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하면서 그는 탈당과 국민모임 합류를 결정했다.

천 후보의 경우에도 당대표 선거를 지켜본 후,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이 두 후보의 탈당 원인은 결정적으로 봉합 가능성이 없는 계파 갈등이었고, 가치와 노선이 불분명한 당에 대한 회의감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야권 후보의 난립으로 야권 강세 지역에서도 판세를 알 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4월 재보선이 작은 선거이기는 하지만, 정부여당을 제대로 심판할 수 있는 기회인 것도 맞다. 만약 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진다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가시밭길’을 가야할 수도 있고, 불법대선자금 의혹은 한 기업가의 복수심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무마될지도 모른다.

때문에 야권 후보들이 줄줄이 나와 여당의 어부지리 승리를 쥐어주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 그게 걱정이면, 새정치연합 후보가 사퇴하면 될 일이다.

지난 22일 브레이크뉴스가 휴먼리서치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오신환 31.8%, 정동영 28.4%, 정태호 18.1%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MBN-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또한 ​오신환 33.9%, 정동영 29.8%, 정태호 28.1% 순으로 집계됐다.

천 후보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지지율이 높다. 이번 선거가 야권의 패배로 끝난다면 그 책임은 ‘야권 분열’을 초래한 새정치연합에 있다고 비판하는 여론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트로이목마가, 새정치연합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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