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시행령안 목표는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
    특조위 고립시키는 정부기관들
        2015년 04월 28일 07: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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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관련 정부 기관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당하고 있다. 특조위가 요청하는 관련 자료에 대해 정부기관이 번번이 딱지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사원은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회의 자료요청에 감사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출력해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기관들이 정부의 시행령에 포함된 내용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특조위 활동에 전혀 협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정부 시행령과 따로 노는 정부기관들

    특조위 일부 비상임위원들은 관련 정부기관들의 이 같은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석태 위원장 및 일부 상임위원들의 연좌 농성에 28일 동참했다. 농성에 동참키로 한 김서중·김진·신현오·이호중·장완익·최일숙 비상임위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 및 간담회를 가지고 현재 특조위 활동 상황을 알렸다.

    권영빈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정부기관에 자료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요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조위를 포함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권 소위원장은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에 (특조위 활동을) 정부 조사자료 분석, 정부 조사자료 결과분석으로 문구로 써놓아서 자료는 잘 주겠구나 생각했다”며 “그런데 지금까지 받은 자료가 해양안전심판원에서 받은 거 하나다. 나머지 검찰, 법원, 감사원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자료는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감사원의 경우, 참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감사원 홈페이지에 나오는 자료를 출력해서 보냈더라”면서 “검찰은 답변도 없다. 자료 요청을 한 것이 3월 중순이고, 한 달 반 정도 지난 현 시점에 언제쯤 정부의 자료를 받아볼 수 있는지는 기약할 수 없다”고 했다.

    이석태

    사진=유하라

    정부의 시행령안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과 특조위는 물론 다수의 국민들에게도 비판받고 있다. 안전사회를 위한 대책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라는 특조위의 출범 취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특조위를 좌우하는 기획조정실장에 피의자 격인 해수부 공무원을 배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특조위 위원들의 말에 따르면, 정부기관들은 이 같은 비판을 받는 시행령안 조차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시행령 통과 여부를 떠나, 정부기관들이 계속 이러한 태도를 고집할 경우 향후 특조위 조사활동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특조위 활동은 시행령에서 가로막히고 있는 게 아니라, 참사와 연관돼 있는 국가기관들이 철저한 비협조로 인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시행령에 정부 조사결과·자료 분석을 써놨으면 기본적으로 자료를 주면서 시행령 얘기를 해야 하는데 시행령 문구와 정부기관들이 따로 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세월호 특조위의 앞날이 험난하겠구나 싶다”고 개탄했다.

    정부, 세월호 참사 조사활동에서 특조위 완전 고립시켜

    특조위 출범 준비 초반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특조위를 ‘세금도둑’이라며 진을 빼더니, 정부에선 특조위와 전혀 협의되지 않은 시행령안을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해 특조위를 조사활동에서 고립시키기 시작했다.

    정부 시행령안은 시행령으로 세월호 특별법을 가로막는 격이라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은 삭발까지 감행하면 정부에 시행령안 폐기를 강하게 촉구했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해수부 장관은 ‘유가족이 요구하는 대로 시행령안을 수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시행령안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특조위에는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다. 특조위를 고의적으로,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조위 일부 비상임위원들은 “정부는 특조위와 원만하게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시행령안의 본질적인 문제를 교묘히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우리 세월호 특조위 비상임위원들은 정부의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태도를 지켜보면서, 박근혜 정부가 관련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의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앞서 지난 24일 해수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에게 보낸 ‘상임위 현안보고 시(4.7) 제기의견 검토’라는 문건을 보면, 시행령안 수정 의지가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해수부는 이 문건에서 10개 항목의 문제제기에 대해 ‘파견공무원의 비율을 축소할 계획’, ‘기조실장을 다른 부처 파견공무원이 맡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 등 파견공무원의 비율을 얼마나, 언제 축소할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무성의한 답변을 내놓았다.

    물론 이 또한 특조위와 협의하거나 제출하지 않고 국회에만 공개한 자료다.

    “세월호 특별법 잡아먹는 시행령”

    세월호 특별법 제정으로 세월호 특조위 출범 근거가 마련된 지 5개월이 넘었지만, 특조위 조사 활동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특조위 위원들은 하나같이 “빨리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완익 특조위 비상임위원은 “작년에 7월부터 세월호 특별법에 관여했다. 시행령이 난관에 부딪힐 걸 예상해서 법에 많은 걸 담으려고 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제대로 된 법을 만들려고 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시행령이 세월호 특별법을 잡아먹고 있는 형상이다. 특별법은 없고 시행령 밖에 없다. 그 시행령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위원들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이 제아무리 특조위의 독립된 활동을 보장한다고 밝혀도, 정부의 시행령안이 이를 방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독립된 조사활동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특조위는 사실상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 당시에도 유가족과 법조계 등은 특조위의 독립적 활동 보장을 가장 우선시해왔었다.

    김진 비상임위원은 “사람들이 (세월호 조사활동에 대해) 물어보는 데 대답할 말이 없어서 창피할 지경이다. 하고 싶은데도 못하고 있다”며 “주변에서 일을 맡기려고 할 때마다 올해는 세월호 하나만 열심히 하겠다, 다른 일 못한다고 했는데 사실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벌써 5월이 다가오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정부는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믿는 것 같다. 국민들이 세월호를 잊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많은 사례를 통해 배운 것은 짧은 시간은 그들 편이지만 긴 시간, 역사는 결국 옳은 것의 편이라는 것”이라며, 세월호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석태 위원장 등은 정부 시행령안 폐기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며 광화문 광장에서 전날인 27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연좌 농성에 돌입했다. 정부는 여전히 특조위 측에 어떠한 답변도 주지 않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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