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 ‘전국국립교양대학’ 설립으로
    한국 교육혁명의 도약대 만들자!
    [기고] 교육혁명의 국가적 의지와 국민적 지지 필요
        2012년 07월 16일 10: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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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난 7월 11자 레디앙에 기고한“국립대 연합체안, 과연 진보적 대학개혁안이 될 수 있을까?에서 (서울대의 실질적인 폐교를 내용으로 담고 있는) ‘서울대 포함 국립대 연합체 구성안’은 목표로 내세운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의 해소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므로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그 안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실패하거나 좌초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단지 서울대나 서울대 관련 인사들의 강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서울대가 학벌사회를 만들어내는 주범으로 보는 국민들이 있지만 연·고대와 같은 사립대학과는 달리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는 우리 국민이 피땀 흘려 키워왔고 우리 한국이 국제적으로 자랑할 만한 유일한 대학이며, 그러므로 문제가 있더라도 잘 가꾸어 나가야 할 ‘국민의 대학’으로 보는 국민들도 많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양 감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서울대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지닌 “욕하면서도 자랑스러워하는” 이런 양가적 감정을 무시한 채 서울대를 교육공공성을 담보하고 비판적 지성을 키우는 국민대학다운 국민대학으로 변화시키려고 시도하는 대신 문제가 많다고 서울대의 폐교나 준폐교를 시도할 경우, 그 시도는 결국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 직면해 좌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서열체제 해소는 그걸 가능케 하는 다른 사회개혁들과 더불어 추진해야 할 장기적인 교육개혁의 과제로 돌리자.

    * 지역할당제 + 지역별 국립.사립대 연합체 고민해야

    나는 서울대의 학생 수를 줄이기보다는 더 늘리고 가난한 집안들의 자식들이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하며, 권역별 학생수 비율에 비례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는 ‘지역할당제’를 채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울 소재 사립대들을 인수해 서울대와 통합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의 서울대학교를 기초학문 대학교로 개편하고, 응용학문 대학 등을 서울대와 완전히 독립시키는 방안도 강구해 볼 수 있다. 가장 좋기로는 연·고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학들을 (준) 국립대화해 이들 대학들을 서울 기초학문 대학교 및 독립한 응용학문 대학들과 통합시키는 것이다.

    한편, ‘서울대 포함 국립대연합체안’ 대신 서울대와의 협력·교류 등의 확대를 추구하되 실질적으로는 서울대를 공동학위 부여 등으로부터 제외시키는 ‘실질적인 서울대 제외 전국국립대연합체 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안은 무엇보다 지방 거점대학 역할을 하는 지방 국립대학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이 대학의 수준을 최소한 연·고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서울대와의 교류·협력 등을 크게 진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된다.

    이 안은 ‘지방 거점대학 중심 권역별 국·사립대 연합체 구성안’에 비해 못하지만 오늘날 지방의 일반대학들 전체가 황폐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선적으로 지방 거점대학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립 부산대학교 정문의 모습

    그러나 지방 거점대학들의 육성만을 앞세우면 지방 사립대학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이 안을 추진할지라도 지방 거점대학과 인근 사립대학들과 혜택을 공유하고 이들 대학들과의 유기적 협력 등을 진척시키는 방안이 그 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단일 전국국립교양대학교란?

    나는 여기서 한국 교육개혁을 위한 핵심적인 중요성을 지닌 개혁안으로 상급대학인 일반대학 및 전문대학과 제도적으로 분리되는 ‘단일 전국국립교양대학교 설립 안’을 제안하려고 한다.

    이 안은 입시경쟁 교육으로 황폐해진 초중등교육을 확실하게 정상화시키고, 이렇게 정상화된 초중등교육을 받은 모든 학생들이 교양대학에 입학해 2년간 다시 대학 기초 교양교육을 받은 후 바로 사회로 진출토록 하거나 아니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으로 진학토록 하자는 안이다.

    나는 이 안이 한국 교육에 ‘일대 ‘혁명’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가 되고, 그 긍정적 효과는 그 어떤 금전적 가치로도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것이라고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안은 원래 정동영 대선 캠프에서 논의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예산 확보와 실행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그 안을 살리지 못하고 폐기했다고 한다. 이후 교육 관련 워크숍을 해온 교수들과 활동가들이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안의 중요성을 발견하게 되어 워크숍에 참여한 분들이 중심이 되어 그간 이 안을 실현시킬 구체적 방안들을 토론해 왔다.)

    이 안의 핵심골자는 아래와 같다. 내용에는 내 자신의 개인적 견해를 개진한 부분들도 있다.

    ① 중등 교육과정과 고등 교육과정의 연한을 각각 1년 줄여 학생들의 기초 실력만을 테스트하는 ‘자격고사’만으로 입학할 수 있는 2년제 단일 ‘전국국립교양대학교’를 설립한다.

    이 경우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쳐 중등교육 기간은 5년이 되고, 상급 대학인 일반대학 교육기간은 3년이 된다. 그리고 설립 후 교양대학 운영을 위해 1명의 총장과, 권역별 교양대학 교육을 관장하는 10명 이내의 부총장들과 전국 각지에 소재하는 캠퍼스 별 교육을 관장하는 학장을 둔다. 캠퍼스별, 권역별 행정업무는 최소화하고 행정업무를 가능한 중앙으로 집중한다.

    ② 교양대학 개설 과목과 교육 내용은 권역별, 캠퍼스별로 약간의 차이를 둘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 되어야 한다.

    ③ 교양대학에 들어와 소정의 교양 과목들을 이수하고 영어와 수학 자격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에게 일반대학에 진학할 자격을 부여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자격시험 합격점을 인문사회계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의 경우 영어 70점 이상, 수학 60점 이상으로.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의 경우 수학 70점 이상, 영어 60점 이상으로, 예체능계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의 경우 영어, 수학 60점 이상으로 차이를 둘 수 있다.)

    ④ 인문사회계열, 이공계 계열, 예체능계 대학에 따라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교양과목의 비율에 차이를 둔다. 그리고 상급대학 입학시험은 영어, 수학 자격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이 이수한 과목들의 학점 성적과 교양대학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논술 고사 성적으로 삼는다.(면접을 둘 경우 면접은 입학의 가부 여부를 묻는 면접으로 한정한다.)

    ⑤ 교양대학 학생들의 수업료 수준은 현재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수업료 수준과 동일하게 한다. 따라서 고등학교 수업료를 무상으로 하면 교양대학 수업료도 무상으로 한다. 이는 교양대학 교육을 실질적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의무교육으로 만드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단일 전국국립교양대학교 설립의 의의

    단일 전국국립교양대학교 설립의 의의와 그 설립에 관해 의문을 표시하는 견해들이 지닌 문제점들은 무엇인가?

    첫째, 교양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기초실력만을 테스트하는 자격고사에만 합격하면 되므로 초중등교육을 입시경쟁 교육으로부터 완전히 해방시킬 수 있다.

    오늘날 입시경쟁 교육의 피해는 필설로 다 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 피해는 공교육에서 탈락하는 학생 수가 년 1만명, 자살하는 학생 수 년 200명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입시경쟁교육은 입시를 통해 이른바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소수의 학생들을 위해 다수의 학생들을 희생시키는 반교육적 교육이며 학생들의 인성과 감성의 발전을 망가뜨리는 반인간적 교육이다. 입시에 매달리는 학생들의 기초체력 역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입시경쟁의 암울함을 표현하는 사진

    따라서 입시경쟁 교육으로부터 학생들을 해방시켜 이들이 기초 실력과 기초 체력을 키우는 가운데 자신의 적성 등을 마음껏 개발할 수 있는 초중등교육을 받게 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일찍이 있어본 적이 없는 ‘초중등 교육혁명’으로 부를 만 한 일이며, 이 교육혁명이 우리 사회 전체의 발전에 끼칠 긍정적인 효과는 실로 큰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다시 교양대학에 입학해 2년간 체계적으로 수준 높은 대학 기초 교양교육을 받게 되면 이 역시 ‘대학교육 혁명’이라고 부를만하다.(이는 사실상 한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대학 기초 교양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편적으로 부여하는 것과 같다. 이 제도가 정착한 이후 추후 개방교육의 실시 등을 통해 이 권리를 국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권리로 확장시킨다.)

    정상화된 초중등교육을 받은 후 다시 수준 높은 대학 기초 교양교육을 받음으로써 학생들은 이미 창의적이고 상당한 식견과 덕성을 지닌 민주시민으로서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본 소양과 자질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특별한 전문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 직업에서는 교양대학 졸업생을 바로 채용해도 직무 수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음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정상화된 초중등교육을 받은데다가 다시 수준 높은 대학 기초교양 교육을 받게 됨으로써 학생들은 단순히 출세나 돈벌이에 유리한 전공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에 가장 적합한 전공을 찾아 상급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

    넷째, 교양대학 2년 생활이 단지 입시경쟁을 2년 후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분들이 있을지 모른다. 물론 교양대학 과정을 이수한 후 좋은 상급대학이나 학과로 들어가기 위한 입시경쟁은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주목해야 할 점은 경쟁의 내용과 양상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영어, 수학은 자격시험 합격이 상급대학 진학의 전제가 되므로 그것 자체가 입시경쟁에서는 아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이젠 좋은 대학, 좋은 학과로 진학하기 위해선 교양대학에서 자신이 이수한 학점 성적과 논술고사 성적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교양대학 과목의 학점 성적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수업에 충실하게 임해야 하고 리포트 성적 등이 좋아야 하므로 사교육이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된다.

    나아가 교양대학 교육 자체가 학생들의 논술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의 성격을 지니므로 논술고사 성적을 올리기 위한 사교육 역시 별다른 의미를 지닐 수 없게 된다.

    이는 오늘날 한국의 교육현실이 지닌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거의 불필요해지고, 년 30조원으로 추산되는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비 부담으로부터 학부모들을 대거 해방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상급대학 입학을 위한 입시경쟁은 여전히 존재하게 되지만 입시경쟁에서 가히 ‘대학입시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급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교육을 학교에서 해달라고 고집을 부리거나 이를 위한 사교육을 시키는 학부모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불필요해진 사교육을 시키는 것까지는 말릴 수 없을지 모르지만 학교 교육과 학교 교육과 연계되는 방과 후 교육에서는 완전한 명분을 갖고 입시교육을 완전히 추방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치열한 경쟁사회이기 때문에 좋은 직장에 진출하기 위한 ‘스펙 쌓기 형의 사교육’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이런 스펙 쌓기 형 사교육과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은 엄연히 구별해야 한다.

    다섯째, 교양대학 소속 교수는 자격을 갖춘 고교교사나 교양대학으로 이적하기를 원하는 대학교수들 중에서 일부 충당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박사학위를 취득했지만 대학에서 정규직 교수가 되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교수들로부터 충당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한국대학의 고질적인 문제가 되어 있는 비정규직 교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림을 가리킨다.

    여섯째, 교양대학 설립 대신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고등학교나 대학들에서 교양교육을 강화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의 견해는 그 설립·운영의 목표가 교양교육의 양을 단순히 늘리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초중등교육에서 입시경쟁 교육을 완전히 추방하는 데에 있다는 점, 때문에 독자적인 교양대학을 설립하지 않고 일반대학에서 교양과정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입시 철폐가 불가능하다는 점, 초중등교육이 입시경쟁으로 망가져 있고 대학이 취업을 위한 학원으로 변질한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는 아무리 교양교육을 늘린들 그 내용이 부실하고 주변적인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독자적인 교양대학 설립을 통해서만 교양교육을 이후의 전공과정 교육에 못지않게 중요한 대학 교육으로 확고하게 정착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단일’ 전국교양대학교를 설립해야만 전국에 산재하는 교양교육 캠퍼스 어디에서나 학생들이 동일한 수준과 내용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어 학생들이 자기 거주지의 캠퍼스에서 교육받는 것에 따른 차별이 해소될 수 있다. 이는 교양교육을 단일 전국교양대학교를 설립해 시행하는 것이 필요함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일곱째, 어떤 분들은 발상은 좋은데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교양대학 설립이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회의감을 표시한다. 앞으로 면밀하게 계산해 봐야 하겠지만 국립교양대학교 설립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그 설립에 따른 여러 비용들만이 아니라 중등교육 재편에 따른 비용 등도 포함해서) 최대 7~8조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설립 이후에도 그 운영을 위해 매년 상당한 비용이 들 것이다. 그러나 교양대학 설립· 운영이 안겨다 줄 막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상상해 보라. 년 근 30조원에 달하는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이 대폭 줄어 들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사회 전체가 얻는 이득은 설립과 운영에 따른 비용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초중등교육의 정상화와 학생들의 수준 높은 대학 기초 교양교육 향유가 사회에 안겨 줄 무형의 이득은 경제적 계산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명박 정부가 자연생태 환경을 파괴하고 토건업자들의 배만 채우는 데에 기여했을 뿐인 4대강 사업과 같은 토건 사업에 거금을 펑펑 낭비해 왔고, 결국 소수 자본들에게만 이득을 안겨주는 부실은행이나 부실기업의 회생 등을 위해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해 온 것을 보면서도 그런 예산의 극히 일부만 전용해도 제대로 된 국립교양대학의 설립·운영이 가능한데도 그 설립·운영의 비용이 너무 크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총예산 대비 정부의 대학지원비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 지원비를 확충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고작 현재의 교육예산 한도 내에서만 교육개혁 재정 마련을 사고하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가 아니겠는가.

    이와 관련 나는 국립교양대학교 설립에 따른 비용 지출이 기존의 교육예산 집행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설립을 위한 특별예산 책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덟째, 단일 전국교양대학교 설립에는 사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 만큼 교양대학을 분류 가능한 대학 단위 별로 우선 설립하고, 처음에는 교육 기간을 1년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단계별 설립안을 제안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단계별 설립은 전국교양대학교 설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불필요할 정도로 지체시켜 한국교육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돌파구의 마련을 어렵게 만들다.

    대나무가 갈대와는 달리 같은 갈대과에 속하면서도 줄기의 중간 중간에서 ‘마디’들이 끊어주어 강하고 곧게 위로 자라나듯이 그런 마디 역할을 하는 돌파구를 마련함이 없이는 중도에서 흐지부지 될 수도 있고 다음 단계의 개혁을 위한 힘들을 모우기도 어렵다.

    설립에 따른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단일 전국국립교양대학교 설립이 지닌 의의는 참으로 크다. 그러므로 결연한 의지와 일관된 계획을 갖고 가능한 빨리 그 설립을 완료하고 이에 기초하여 한국교육 전반의 개혁을 더욱 추동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립 서울대학교 정문 모습

    그러나 그 설립이 한국교육 전반에 엄청난 파급을 미치는 만큼 예상되는 제반 문제점들에 대한 세심하고 치밀한 준비와 그 추진을 위한 올바른 전략의 수립 등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점들이 지적될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 교양대학의 교과 과목과 교육 내용에 대한 집중적이고 심도 깊은 연구와 최종 확정을 위해 최소 3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설립 이전에 적어도 1년 정도는 교양대학 교수가 될 인력들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이 정도의 준비를 마친 후 교양대학을 설립하면 교양대학 교육 내용의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의 교양 교육의 수준을 능가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신설된 경희대의 휴마니타스는 교양대학의 교육내용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러나 교양대학의 교육 내용은 인문사회 중심의 것으로만 되어서는 안 되며, 인문, 사회,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 분야는 물론 문학과 예술, 여성, 생태문제, 과학기술의 발전 등과 관련되는 분야들을 포괄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지식의 전달보다는 탐구 의욕을 북돋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 영어 등 외국어 실력을 쌓기 위해 막대한 사교육비를 투자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영어교육기관 등의 별도 설립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둘째, 중등교육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함에 따른, 그리고 입시경쟁 교육 대신 인성교육과 적성 교육 및 체험 교육과 토론 교육 등을 제대로 실시하기 위해 중등교육 교과 과정 역시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하며, 이를 위한 준비도 교양대학 교과 과정 마련을 위한 준비에 못지않은 철저한 준비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제도적 개편 등도 철저하게 잘 준비해야 한다.

    셋째, 교양대학 시설로는 일차적으로 중등교육 기간을 1년 단축함으로써 생겨나는 중등교육 시설들을 사용하고, 현재 특히 지방에서 과잉 설립되어 있는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유휴 시설들을 임대료를 주고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시설비나 시설 운영비 등을 최소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런 시설들을 적극 활용해도 부족한 지역의 경우에는 교양대학 캠퍼스를 신축해야 하고, 설립 이후 교양대학 시설의 개선과 확충 등을 장기적 계획을 갖고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중등교육 기간의 5년으로의 단축을 중등과정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고 교사 일인당 학생 수 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일반대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섯째, 일반대학 이수 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게 됨에 따라 이에 대해 일반 대학들, 특히 서울의 사립대학들이 크게 반발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에 진출할 수 있는 전체 학생 수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교양대학을 설립하지 않아도 서울 소재 대학들의 학생 수도 앞으로 5년 이내 최소 30% 정도 일률적으로 감축하는 조치가 필요하므로 이들 대학의 반발은 큰 변수가 될 수 없다.

    여섯째,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바로 진출한 직장인들에게도 교양대학 교육을 받을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교양대학과 현재의 ‘방송통신대학’ 간에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국국립교양대학교 설립을 향하여

    앞에서 말한 것들 외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숱하게 많다. 그러나 단일 전국국립교양대학교의 설립은 한국 교육 전반에 가히 혁명적 변화에 준할 만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여러 문제들과 반발 등을 잘 대처할 필요가 있고, 최소한 4년에 걸친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단일 전국국립교양대학교의 성공적인 설립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는 그 설립·운영을 통해 한국 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단호한 국가적 의지가 있어야 하고, 또한 이에 대한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가 있어야 한다.

    나는 오늘날의 입시경쟁 교육이 가져다주고 있는 피해를 생각할 때, 그리고 교양대학의 설립·운영이 입시경쟁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입시경쟁을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부정적인 경쟁에서 긍정적인 경쟁으로 전화시키는 계기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제는 이를 추진할 국가적 의지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끝으로 나는 교육운동 진영에게 다시 한번 간곡하게 호소하고 싶다. 많은 분들이 지금까지 ‘서울대 포함 국공립대 연합체’ 구성을 한국의 진보적 대학개혁의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줄곧 제창해 왔기 때문에 자신의 기존의 생각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입견을 버리고 전국국립교양대학교 설립안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 보고 이 안이 여러 긍정적인 변화들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하면 자신의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기를 바란다.

    교육혁명을 위해 우리 자신의 운동부터 혁신하자! 단일 전국교양대학교 설립을 우리 교육운동의 가장 핵심적인 교육개혁의 과제로 제기하자! 교육개혁을 위한 다른 어떤 개혁안을 제안할지라도 그 모든 개혁안들이 국립교양대학교 설립에 기반을 둔 것이 되게 하자!

    [보언]

    나는 개인적으로 국립교양대학교 설립과 연동하여 아래의 다섯 가지 개혁이 늦든 빠르든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오늘날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최근 고액의 대학등록금 등으로 인해 80%선으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 이하로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실업계 고등학교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정임금제’가 도입되어 부당한 임금차별이 없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실업고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사람이 4년 후에는 지금의 일반대학 졸업생의 초임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고 이후에도 별다른 임금차별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의 욕구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정 분야의 최고 마이스터의 임금 수준은 고위 경영진의 그것과 같아야 한다.)

    둘째, 오늘날 일반대학은 사실상 취업을 위한 학원으로 변하고 있어 일반 대학 교육의 목표를 거의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양대학 졸업만으로 충분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무직이나 서비스업직 등에는 교양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바로 취업할 수 있게 하는 적극적인 국가정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셋째, 위의 두 가지 정책만 제대로 시행되어도 학생들의 일반대학 진학 욕구는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일반대학이 일반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재 일반 사립대에 있는 직업전문대 과정 학과나 과목은 직업전문대로 이전시킴과 동시에 많은 일반 사립대를 직업전문대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직업전문대학이 독자적 연구·교육체계를 갖춘 제대로 된 직업전문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직업전문대학 육성책을 강구해 직업전문 교육을 받고 싶은 학생이 기꺼이 일반대학이 아니라 직업전문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학문 성격상 전문대학원에 있어야 마땅하지만 ‘인기과잉’으로 학부과정에 존재함으로써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처럼’ 학부교육을 왜곡시키고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상생을 어렵게 만드는 법학, 경영학, 의학, 약학 등의 학문 분야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처럼 모두 전문대학원 과정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다섯째, 일반대학 3년의 교육과정은 기본적으로 (학자와 전문 연구자 양성을 주된 목표로 하는) 일반 대학원과 (고위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전문 대학원 입학을 위한 과정이 되어야 하고, 그 과정의 내용은 “심화된 대학 교양교육 이수”와 대학원에서의 전공 분야 연구를 위한 “전공 기초과목 이수”를 위한 것이 되게 해야 한다.

    이는 보편적 지식을 제공하는 대학교육은 실질적으로 교양대학 교육으로 끝내고,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은 직업전문대학에서 공부하도록 함으로써 3년간의 일반대학 교육은 일반대학원이나 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과도기적 교육으로 그 성격을 전면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적으로는 일반대학 교육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일반대학 교육의 목표를 그와 같이 설정할 경우 일반대학 학생 수 역시 그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적합한 수준으로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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