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동자노조,
    법외노조 10년 끝내야
    이주노동자도 노동조합 권리 있다
        2015년 04월 23일 09: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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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조를 아십니까

    이주노조의 정식 명칭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이다. 이주노조는 2005년 4월 24일에 설립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80년대 말 이후 들어오기 시작한 이주노동자들이 이 땅에서 천대받고 억압받는 상황에 스스로 저항해 온 역사의 결과물이었다.

    팔 잘리고 다리 잘린 채 산재 보상을 요구한 산재 피해 이주노동자들의 94년 경실련 강당 농성, 온몸에 쇠사슬을 두르고 “우리도 인간이다”, “여권을 돌려 달라”, “임금을 본인에게 직접 지불하라”를 외치던 네팔 산업연수생들의 95년 명동성당 농성, 이주 지원단체들의 인권운동, 2000년에 결성된 ‘이주노동자 노동권 완전쟁취와 이주․취업의 자유 실현을 위한 투쟁본부(이노투본)’ 활동, 2001년에 최초로 노조 형태를 갖춘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ETU-MB) 활동, 2003년 11월-2004년 12월에 걸쳐 명동성당에서 380일간 진행된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쟁취를 위한 농성투쟁’, 2002년 포천 아모르가구 이주노동자 파업투쟁 등 쉼 없이 이어진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독자적 노동조합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주노조

    10년전 이주노조 창립총회 모습(사진=이주노조)

    이제 오는 4월 24일이면 꼭 10년이 된다. 그런데 이주노조는 아직 설립필증이 없는 법외노조이다.

    설립신고 반려와 표적단속의 비열한 이중주

    평등노조 이주지부와 이주노조는 애초 거의 모든 조합원이 미등록 노동자였다. 즉 체류 기간을 넘겼거나 사업장에서 이탈한 이들, 정부나 주류언론이 범죄 딱지를 붙이기 위해 즐겨 쓰는 소위 ‘불법체류자’였다.

    미등록 체류는 ‘현대판 노예제도’였던 산업연수생 제도가 그 주된 원인이었다. 이주노동자 가운데 미등록 체류 비율이 2002년에는 78%, 2003년에는 67%에 달했다는 것은 인권유린이 일상화된 산업연수생제도의 문제를 잘 보여 준다.

    산업연수생이 아니라 형식적으로나마 노동자로서 이주노동자를 인정하는 고용허가제법이 2003년 8월에 통과되자 노무현 정부는 미등록 체류자를 대대적으로 강제추방하고자 하였고 이에 대한 대중적 저항이 터져 나와 명동성당 농성투쟁으로, 이후 이주노조 결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100여 명의 조합원으로 출발한 이주노조는 설립 직후 설립 신고서를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노동부는 미등록 체류자는 노조를 만들 수 없다며, 별 근거도 없이 ‘조합원 사업장과 명단 제출’을 요구했고 이주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설립 신고를 반려했다.

    노조는 투쟁을 하는 한편,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미등록 노동자도 노동법에서 정한 똑같은 노동자이므로 노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1심은 노동부 손을 들어주었지만 2007년 2월 고등법원은 “불법체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면서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이상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이주노조의 손을 들어 주었다. 노동부는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를 했고 현재까지 8년 넘게 이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현 시점에서 최장기 계류 사건이라고 한다.

    대법원이 정치적으로 눈치 보면서 차일피일 판결을 미루는 사이에 정부는 실질적으로 이주노조를 말려 죽이기로 하고 곤봉과 수갑을 들이댔다. 초대 아느와르 후세인 위원장은 2005년 4월 6일 밤에 뚝섬역 근처에 잠복하고 있던 출입국관리소 단속반들에게 폭행을 당하며 ‘표적단속’ 되었다. 2007년 11월에 까지만 까풍 위원장, 라주 구릉 부위원장, 모니루자만 마숨 사무국장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단속되었다. 2008년 5월에는 토르너 림부 위원장과 압두스 소부르 부위원장이 역시 동시에 표적단속 되었다. 2011년에는 고용허가제 비자를 가지고 있던 미셸 카투이라 위원장의 비자를 박탈했다. 그 외에도 많은 조합원, 간부들이 출입국에 의해 단속추방을 당했다. 한 손으로는 소송을 질질 끌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자비한 탄압을 가해 노조를 없애려 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도 같은 노동자

    극심한 탄압을 겪으면서도 이주노조가 10년이 되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활동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이러한 정부의 억압적 정책 때문이기도 하다.

    계속되는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강제 단속추방, 2007년 2월 여수외국인보호소(구금시설) 화재참사(10명 사망, 18명 부상) 사건, 2008년 11월 마석 가구단지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소탕작전식 강제단속(100여명 체포, 20여명 부상), 2010년 G-20 정상회의를 빌미로 한 이주민 단속, 2012년 사업장 변경지침 개악(구인 사업장 명단을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던 것을 중단하고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 명단 제공하여 사업장 선택권 박탈하고 사업장 변경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 2014년 퇴직금 개악(퇴직금 격인 출국만기보험 수령 조건을 ‘출국 후 14일 이내’로 개악) 등 사업주의 이해를 반영하거나 정부의 통제를 용이하게 하는 정책만이 실시되었다.

    이주노조1

    그러니 아무리 일만 해서 돈만 벌고자 하는 이주노동자라 하더라도 현실의 부당함을 모를 수 없고, 그 중 일부는 노조 활동에 함께하게 된다. 또한 이주노조에 연대하는 많은 노력들이 있어 왔기 때문에 이주노조가 건재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이주노조 활동은 쉽지 않다. 고용허가제 체류 기간은 4년 10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어느 정도 익숙해질 만하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5년 체류하면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이 생기므로, 장기체류를 막기 위해 정부는 4년 10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사람이 자꾸 바뀌면 활동도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15개 국가의 노동자들이 있으므로 선전물 하나를 만들더라도 여러 나라 말로 만들어야 하거나 상담에 있어서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어려움과 수고로움이 있다.

    그래도 이주노조만 있는 게 아니고 성서공단노조도 있고, 금속노조 일부 지회(분회)와 건설노조 일부 지부에 조합원들이 있으며 이주노동자 나라별 공동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많이 있어서 서로 연대하고 도우면서 활동해 나간다. 사업장 변경 지침 개악이나 퇴직금 개악은 엄청나게 대중적인 이슈여서 전국에서 1천 여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모여 집회를 하기도 했다.

    일부 국내 노동조합들도 더디지만 이주노동자를 조합원으로 조직하기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주노조가 튼튼하게 있어야 이러한 흐름을 더 크게 자극할 수 있다.

    조직화, 세력화가 필요하다. 연대하자

    올해 연말이 되면 체류 이주민 200만 명이 된다고 한다. 물론 3개월 미만 단기체류자를 빼면 그만큼은 되지 않을 것이지만, 70만 이주노동자, 20만 결혼이주민, 10만 유학생, 20만 다문화 아동 등 이주민 관련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주민과 그 자녀들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높이지 않으면 커다란 사회적 갈등으로 폭발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이주노동자, 이주민 스스로의 사회 세력화, 조직화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빈곤층이자 하층노동계층으로 고정되어 때로는 동정과 시혜를 받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주체들이 사회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해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각 나라별 공동체커뮤니티, 다양한 이주민들의 협회나 조직들이 만들어져서 자주적으로 운동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주노조의 법적 지위조차도 부정되는 현재의 상황은 하루 빨리 마감되어야 한다. UN, ILO조차 여러 번 권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주노동자도 등록이든 미등록 노동자든 노조를 만들고 활동할 권리가 있다.(관련 온라인 서명운동 http://goo.gl/9kmjgd)

    오는 4월 26일 오후 2시 보신각에서는 2015년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열린다(대구경북은 오후 3시 2.28기념공원). 대부분 토요일에도 일을 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일요일에만 집회를 할 수가 있다. 친구도 만나고 가족과 연락도 해야 하고 쉬기도 해야 하는 일요일에 집회에 나오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데 매우 좋은 방법이다.

    특히 이 날 오후 5시에는 이주노조 10주년 기념행사가 금속노조 강당에서 개최된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서로 힘을 북돋우는 자리이다. 앞으로 노동운동, 사회운동, 정치운동이 이주노동자운동의 발전을 위해 한층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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