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연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어떤 판결 내릴까
    [조희연 재판 3일] 핵심은 고승덕 진술의 신빙성
        2015년 04월 23일 09:41 오전

    Print Friendly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최종 공판이 23일 진행된다. 20일부터 4일간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최종적으로 유무죄를 가린다.

    9명의 배심원 중 추첨을 통해 7명의 배심원이 평결에 들어가며, 이들의 평결을 고려해 재판부가 유무죄를 선고한다. 만약 유죄가 선고된다면 조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박탈당하고 재선거가 불가피하다.

    첫째 날인 20일에는 검찰과 변호인의 모두진술, 둘째 날인 21일과 셋째 날인 22일 오전까지 고 전 후보를 포함한 양측 증인 심문, 셋째 날 오후부터는 서증조사에 들어갔다.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변호인측 서증조사와 피고인인 조 교육감의 최후 진술이 남겨진 상태이다.

    앞서 조 교육감은 지난해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으로 선출됐지만 한 극우단체가 상대후보였던 고승덕 전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고발을 했다. 앞서 같은 혐의로 고 전 후보가 선거기간 동안 선관위에 고발했지만 선관위는 ‘경고’ 조치로 끝냈고, 경찰 역시 ‘무혐의’ 처리했지만, 검찰이 공소시효 하루를 남긴 시점인 12월 3일에 조 교육감을 전격 기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재판이 열렸다.

    조고

    조희연 교육감(왼쪽)과 고승덕 씨

    기소 자체가 고승덕 후보의 과장된 추측과 빈곤한 상상력 때문

    조 교육감측은 고 후보의 ‘미 영주권 의혹’을 해명해달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유에 대해 일관된 진술을 했다.

    교육경력 논란, 한기총과 전교조 관련 발언, 자녀 조기유학설 등의 논란이 있던 고 후보측이 이에 대해 해명을 하지 않거나 말 바꾸기를 하는 등 논란이 더욱 커지던 상황에서, <뉴스타파>의 최경영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미 영주권 의혹’을 제기하자 해명을 요구하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최 기자의 트위터 내용을 사실로 믿을만한 이유에 대해서는 최 기자가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주로 고위공직자들의 후보검증을 해왔다는 점, 최 기자가 고 후보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로 확신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미 영주권 보유 여부는 제3자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직접 해명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측은 다소 억지를 부렸다. 조 교육감측이 고 후보가 영주권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선관위와 경찰 수사에서는 문제되지 않던 것이 검찰에 가서야 기소에 이르게 된 결정적 이유이다.

    검찰이 이러한 주장을 하게 된 계기는 모두 고 후보의 진술 때문이었다. 고 후보 역시 검찰 조서와 이번 재판 증인 진술에서도 ‘조 후보측이 내가 영주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고 후보는 이러한 근거는 모두 ‘추측’에 기반했다. 고 후보는 △ 자신의 자서전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에서 영주권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이미 밝혔고 △ 조 교육감측과 주고받은 공개서신 중, 조 교육감측이 자신이 자서전에서밖에 밝히지 않아 절대 알 수 없는 자신의 영문 이름인 ‘데이비드 고’를 언급했다는 점을 들었다.

    조 후보가 이렇게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알고도 기자회견을 한 목적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는 △ 자신의 딸인 캔디 고씨가 자신을 비판하는 폭로 글을 쓰려 한다는 걸 조 교육감측이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 두 후보 간의 자식 문제를 대비시키기 위해 (조희연) 아들의 편지를 준비한 뒤 △ 최경영 기자와 내통하여 최 기자로 하여금 트위터에 의혹을 제기하게 만든 뒤 조 교육감이 앞에 나서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 역시 본인의 추측이거나 ‘밝힐 수 없는’ 조 교육감측의 인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만 밝혔다. 모두 사실로 입증된 것들이 아니다. 심지어 캔디 고의 폭로 글 이후 고 후보는 선거가 종료될 때까지도 문용린 당시 교육감측의 공작정치라고 주장해왔는데 이제와 조 교육감측과 공모하여 벌인 일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 때문에 고 후보의 추측을 기반으로 조 교육감이 기소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남는다. 고 후보는 검찰 조서 과정에서 자신이 영주권이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여권 사본을 제출했고, 검찰 역시 출입국 사실을 조회하고 종국에는 (일반인은 전혀 접근도 할 수 없는) 외교노트를 통해 주한 미 대사관으로부터 영주권 없음을 입증했지만, 이 과정은 오히려 조 교육감측이 의혹제기에 앞서 영주권 보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걸 명백하게 반증하는 것이기도 해 쟁점 자체가 되지도 않았다.

    결국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과 재판부가 4일에 걸친 재판 끝에 내려야 할 결정은 고 후보의 이러한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와 최경영 기자와의 통화가 사실인지 여부만이 남게 된다.

    고승덕 주장, 증인 심문 과정에서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조 교육감이 기소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고 후보가 미 영주권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러한 고 후보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 후보의 자서전이 수십만권이 팔린 유명한 책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여론조사 결과 최초 의혹을 제기한 5월 25일 이후 조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중앙선관위 산하 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결과를 표로 정리한 것이 거의 유일한 증거이다.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25일 직후 지지율은 고 후보 역시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 특히 의혹제기 직전 여론조사와 직후의 여론조사는 무응답층이 상대적으로 줄었기에 각각의 후보 모두 지지율이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변호인이 지적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건 심증일 뿐 그 자체로 의혹제기 기자회견 때문에 조 교육감측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조 교육감측이 ‘데이비드 고’라는 영문명을 아는 것 자체가 고 후보의 자서전을 읽었다는 것이라는 주장 역시 무리한 주장이었다. 고 후보 증인 심문 때 ‘데이비드 고’라는 영문명은 인터넷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또한 자서전을 읽었다 하더라도 자서전 자체가 모든 걸 증명하는 객관적 자료가 아니다.

    심지어 고 후보의 증인 심문 당시 고 후보의 자서전은 선거 직전 개정판이 나왔으며 개정되는 과정에서 ‘영주권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문장이 삭제되는 등 오히려 미심쩍은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신의 기억과 경험, 사실을 진술한 책인데도 선거 3개월 전에 개정하면서 누구보다 책의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 할 그는 영주권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중 사실관계가 틀리게 적시된 부분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자서전 자체가 ‘영주권 없음’의 객관적 자료가 될 수 없음이 밝혀지던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고 후보의 진술은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았다. 그는 조 후보를 선관위에 고발했던 5월 27일 이전에 여권 사본 등의 객관적 자료를 공개하는 등의 적극적인 해명을 한 바 없음에도, 27일 이전에 이미 여권사본을 공개했지만 조 후보가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26일에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배포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재까지 그러한 보도자료를 받은 기자는 없다.

    고 후보는 25일 조 교육감측의 기자회견 공개서신을 통해 자녀들은 영주권자가 아닌 시민권자, 본인은 영주권자가 아니라고 해명했는데, 고 후보 선거캠프에서는 공개서신 직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고 후보가 자녀들의 양육권이 없어 잘 모른다”고 해명했다.

    해명의 내용이 불과 몇 시간 만에 달라져 변호인측은 고 후보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고 후보는 “인터뷰를 한 사람은 김모씨인데, 공보팀이긴 하지만 동영상만 촬영해주는 사람으로 답변할 위치가 아니었던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보팀에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은 공보팀장 한 사람뿐으로, 그는 동영상 촬영담당이 아니라 대변인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다.

    고 후보의 심문과정은 대부분 고 후보가 거짓으로 진술한 것을 밝혀내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재판을 지켜본 조 교육감측의 관계자들 역시 “고 후보가 입만 열면 폭탄(거짓말)을 터트려서 오히려 변론하기 좋은 상황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경영 기자에게 “미국 가서 살면 된다”는 말, 했을까 안 했을까

    결정적으로 쟁점이 되는 건 최 기자와의 통화가 실제로 이루어졌냐는 것이다. 최 기자는 2008년 공천 즈음에 금융계 낙하산 인사 문제를 취재하던 중 고 후보에게 취재차 전화를 걸었고, 안부 인사를 겸해서 ‘하던 대로 주식투자하면서 금융계에 남아 있으면 잘 풀릴 텐데 징치권으로 왜 갔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당시 고 후보는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BBK 논란에서 최고의 방어막 역할을 하면서 전략공천 대상이 됐고 이 때문에 당 내부의 반발이 심한 상태였다.

    최 기자는 자신이 그러한 위로를 건네자 고 후보가 “괜찮다. (공천에서 탈락하면)나는 영주권이 있기 때문에 애들이 있는 미국 가서 살면 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최 기자는 자신이 객관적 근거가 없으면서도 트위터에 그러한 의혹을 제기한 것은 공익적 차원에 한 행동이며, 비록 자신의 기억을 확신하지만 고 후보가 여권사본을 제출하는 등의 해명을 했음으로 언론인으로서 더 이상 문제제기하지 않고 사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 후보는 최경영 기자 자체를 모르며 통화한 사실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기자와 고 후보는 한국경제TV의 주주였다. 고 후보는 개인투자자 가운데 최대 주주였고, 최 기자 역시 소액주주협의회 간사였다. 최 기자는 이러한 인연을 소개하며 고 후보에게 전화를 건 것이며, 고 후보가 반갑게 맞아주었다고 진술했다. 특히 통화했던 구체적 장소까지 설명하는 등 통화한 기억을 매우 확신했다.

    반면 고 후보는 아예 최 기자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자신의 휴대폰에 5천명 이상의 사람이 등록되어 있지만 최 기자가 없고, “허경영은 알지만 최경영은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2008년 공천 즈음에는 외부 연락을 차단하기 위해 모르는 번호나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걸려온 모든 전화 자체를 받지 않았기에 통화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없는 영주권을 있다고 말했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고 후보가 2008년 당시만하더라도 딸인 캔디 고씨의 초청으로 쉽게 영주권이 취득할 수 있다는 점, 전략 공천 문제로 김덕룡 전 의원과 충돌만 일으키다 끝내 탈락할 경우 정치적 매장까지도 감수해야 했다는 점에서 “괜찮다. 나는 영주권이 있으니깐…”이라는 말은 아직 영주권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충분히 과장되게 말할 법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고 후보는 최 기자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이라고 진술하면서도 통화한 적은 없다고는 확실히 기억하는 모순된 주장을 펼쳤다.

    고승덕, 이혼 후 트라우마 때문에 미국 ‘본토’ 안 간다면서 하와이는 괜찮아?

    고 후보의 진술이 여러모로 신빙성이 떨어지는 대목은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 방문과 관련한 그의 진술에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신빙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는 92년 한국으로 귀국한 뒤 10년 가까이 미국에 간 적이 없다고 했다. 2010년 하와이에 간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가 10년 가까이 미국에 가지 않은 이유이다. 그저 미국에 간 적이 없다고만 해도 출입국 조회나 여권 사본으로 증명이 되는데도 그는 “개인적으로 미국에 가지 않는 이유가 있다. 가더라도 미국 본토에는 안 가겠고 생각했고 2010년에 잠깐 미국에 간 것도 하와이”라며 굳이 본토와 하와이를 구분했다. 본토는 안 되고 하와이는 괜찮다니 어딘가 어색한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전처가 98년도에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데려갔다. 사실상 이혼이었다. 그러다보니깐 이혼한 배우자가 있는 미국에 무작정 갈 수가 없었다. 면접교섭권이 있었지만 제가 미국을 가더라도 전처랑 같은 집에 있겠냐, 모텔에 가겠냐”면서 “그래서 아이들은 주로 방학 때 한국에 들어와 만났는데, 학교 핑계로 잘 오지도 않았기에 말할 수 없는 상처가 됐다. 굉장한 트라우마”라고 설명했다.

    그가 개인사를 장황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던 건 나름의 부적절한 이유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2010년은 그가 국회의원으로 재임하던 시절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아도 그가 국회의원 신분으로 하와이에 출장갈 일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휴양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하와이로 갔을 때 ‘관용여권/비자’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공무상 미국에 갔다면 당연히 관용여권을 사용해도 되지만, 개인적 휴양 목적으로 출국하면서 관용여권/비자를 사용하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회의원직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공무상 출국했다면 그저 공무상 어쩔 수 없이 한 차례 미국을 방문했다고 하면 될 일인데도 그의 설명이 구구절절했던 것 역시 그의 주장의 합리성이나 신빙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