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전 건설 위해
여론조사에도 부당 개입
[에정칼럼] 정부, 돈 보상만 생각
    2015년 04월 22일 02: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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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의회는 지난 4월 8일과 9일 이틀간 원전유치 찬반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 원전 건설 반대가 58.8%, 찬성이 35.7%로 나타나 삼척에 이어 영덕에도 주민들의 원전건설 반대의견이 확인되었다.

문제는 여론조사 전날과 당일에 발생했다. 이강석 영덕군의회 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7일 오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여론조사 설문 문항 중 ‘주민의 건강권 대한 질문을 빼달라’, ‘여론조사 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윤상직 장관은 지방의회가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중앙부처 장관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해서는 안 될 중대한 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할 사안이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직전 군의회 의장에게 전화를 한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심을 살만하다.

윤상직 장관은 4월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출석해 군의회 의장한테 장관으로서 국가 정책에 협조해 달라고 전화는 했지만, 설문문항에 건강권이 포함되어 있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특히 윤상직 장관은 “왜 군의회 의장은 믿으면서 제가 했던 얘기를 안 믿습니까? 제가 그러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까? 나쁜 사람입니까?”라고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했다. 윤상직 장관의 입장에서는 이강석 의장이 있지도 않는 사실을 언론에 유포한 것이며 자신의 명예가 훼손당한 셈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만큼 윤상직 장관이 이강석 의장을 검찰에 고발하면 사실관계 파악은 간단하다. 그러나 윤상직 장관은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인다. 장관이 군의회 의장을 어떻게 고발하겠냐고, 고발 자체가 장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할 것이 뻔하다.

더 큰 문제는 8일 여론조사 첫날, 지역신문 7곳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 명의의 “원전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용창출에 기여하여 더 살기 좋은 영덕사회를 만들겠습니다”는 전면광고가 실렸다. 또한 동일한 내용의 전단지 1만여 장이 영덕읍에 뿌려졌다. 전단지 비용은 한수원에서 지급했다.

영덕1

출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와 한수원, 원자력문화재단이 영덕에 원전유치를 위해 상주까지 하면서 움직이는 것은 오래되었다. 또한 총리가 방문해서 정부지원까지 약속했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억 원이 예상되는 비용을 들여 전단지와 지역신문의 전면광고 배포행위는 명백한 여론조사 개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윤상직 장관은 “총리께서 내려가서, 그렇게까지 현장에 가서, 영덕군에 가서 그렇게 정부 지원을 약속하고 협조해 달라 그 부분도 그러면 잘못된 것이냐?”고 반문했다. 장관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수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산업부와 한수원이 배포한 전단지 내용을 보면, 원전을 유치하면 영덕이 엄청나게 발전한다고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고 있다. 82년부터 지금까지 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인 월성과 88년부터 6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고 추가 4기를 건설 중인 울진, 원전가동 33년과 27년이 지난 오늘 과연 발전했는지 되묻고 싶다. 고리와 영광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산업부와 한수원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에 개입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원전 건설이 지역발전과 주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원전을 비롯한 발전소 주변지역은 지원금으로 인해 마을공동체 파괴 등 각종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민들은 보상이 아닌 이주 등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길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수원은 주민의견 수렴과 주민수용성은 곧 보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윤상직 장관은 머뭇거림 없이 “주민수용성 관련해서 보상 협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주민수용성=보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밀양 송전탑과 같은 갈등이 재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소개
김제남 의원실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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