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논란이 되는
    공직후보자의 영주권 여부
    [조희연 재판 1일] 타인의 영주권 여부 확인 어려워
        2015년 04월 21일 12: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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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재판 소식을 계속 이어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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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첫 공판(첫 번째 기사 링크)이 20일 오후 3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에서 열렸다. 오전 중으로 끝낼 예정인 배심원 선정 절차가 길어지면서 당초 2시에 예정된 공판이 1시간 30분 늦춰졌다.

    첫 날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단 양측이 각각 모두 진술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검찰은 2014년 5월 25일 조희연 교육감의 첫 기자회견, 26일 고승덕 후보로부터 해명 편지를 받은 것에 대한 답신, 27일 두 군데 방송국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아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했음을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으로 △ 사실의 공표 VS 의견 표명 △ 사실 공표한 내용이 허위인지의 여부 △ 사실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 상대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한 행위인지 등 총 4가지를 제시했다.

    조고

    조희연 교육감(왼쪽)과 고승덕씨

    “미 영주권 보유 의혹 해명해달라”는 요청, 사실 공표일까 의견 표명일까?

    조 교육감은 지난해 5월 23일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가 최초로 제기한 고승덕 후보의 ‘미 영주권 보유 의혹’이 확산되자, 5월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의혹에 해명할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러한 행위가 ‘고승덕 후보는 미 영주권자다’라는 사실을 표명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허위 사실임으로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검찰은 “사실이라는 것은 실제 그 사실이 ‘있다’, ‘없다’로 증명 가능한 것임으로 ‘고승덕이 미 영주권 있다’는 발언은 피고인이 사실을 공표한 것”이라며 “이는 우회적으로 (유권자들에게) 고승덕이 미 영주권을 보유했다고 암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변호인측은 통상적인 선거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후보검증 절차 차원에서 제기한 ‘의견 표명’이며, 실례로 2007년 대선 때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가 같은 당 이명박 당시 후보에 대해 BBK 주가조작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음을 강조했다.

    또한 변호인측은 “해당 발언이 사실 공표인지 의견 표명인지 구별하는 건 검사가 제시한 예시한 대로 딱 잘라 판단하기 어렵다”며 “실제 선거에서 벌어지는 모든 의견 표명은 크고 작은 사실을 포함하기 때문에 한 구절이나 문장이 사실표명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일 수도 있기에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조 교육감의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 공표’임을 전제하며, 해당 발언이 ‘허위’임을 주장했다.

    고 후보가 미 영주권을 보유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입증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조 교육감측은 그러한 입증자료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조 교육감측이 해당 의혹을 제기한 이유가 최경영 기자의 트위터 내용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최초로 의혹을 제기한 최경영 기자는 5월 27일 고승덕 후보에게 사과 트위터를 게재했다”면서 조 교육감측이 신빙성 없는 제보를 근거로 고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조 교육감측이 의혹을 제기했을 때에는 해당 의혹을 최초로 주장한 최경영 기자가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최 기자는 고위공직자나 후보자 검증 보도 전문 기자로 신뢰할 만한 인물”이라며, 특히 “검찰이 제시한 증거 자료에서조차도 조 교육감이 ‘고승덕은 미 영주권을 보유했다’고 단언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조 교육감측의 각종 기자회견문, 보도자료, 고 후보로부터 받은 서신의 답변,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고 후보가 미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단언한 적이 없다.

    장관 청문회에서조차 알 수 없던 영주권 여부, 선거 후보가 어떻게 밝혀내나

    검찰은 조 교육감이 허위사실을 공표한 핵심 근거로 고 후보가 스스로 밝힌 해명 내용을 내세웠다. 고 후보는 조 교육감의 기자회견 직후 조 후보에게 공개 서신을 보낸 바 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쓴 저서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이란 없다>는 책에서 ‘영주권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적시한 부분을 근거로 들며 영주권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그저 자기 진술일 뿐 객관적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조 교육감측은 재차 객관적 자료로 해명해달라고 한 것인데, 검찰은 해당 책의 내용을 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라고 보고 조 교육감이 지속적으로 비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검사는 고 후보의 자서전이 객관적 자료라고 주장하지만, 자서전은 본인의 주장일 뿐 그 글이 제3자적인 위치를 갖는 객관적 자료가 될 수 없기에 피고가 객관적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측은 타인의 미 영주권 보유 여부는 제3자가 취득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며, 결국 본인 스스로가 밝히지 않는 한 당사자에게 입증해줄 것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2003년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임명 당시에도 알고보니 장관 후보가 15년간 미 영주권자임을 청문회에서조차 확인하지 못해 취소된 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미래부 장관 후보였던 김종훈씨가 알고보니 미국 시민권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며 “결국 미 영주권-시민권 정보는 제3자가 확인할 수 없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조 교육감 역시 고 후보가 영주권이 없다는 걸 알았다면 기자회견을 안 했을 것이다. 그런데 고 후보는 본인만이 증명할 수 있는 걸 말을 하지 않으니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일부 여권과 일부 페이지만 공개한 고승덕, ‘영주권 없음’의 객관적 자료가 맞나

    이날 양측 모두 모두진술을 마친 뒤 미국 이민법 변호사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측 증인으로 나선 주우혁 변호사와 변호인측 증인으로 나선 김익태 변호사 모두 공통적으로 제3자가 타인의 영주권 보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진술했다.

    다만 고 후보가 5월 27일 조 교육감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하면서 제출한 여권 사본이 영주권이 없다는 객관적 자료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다루어졌지만 의견이 양측으로 갈렸다.

    검찰측 증인 주 변호사는 여권에 있는 출입국 기록과 비자의 내용만으로 영주권이 없음을 증명된다고 밝혔지만, 변호인측 김 변호사는 ‘영주권 없음을 확인’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답변한 것이다.

    고 변호사가 제출한 여권은 91년과 97년도에 발급받은 여권 중 모든 페이지가 아닌 각각 6페이지씩만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자료로 고 후보가 영주권이 없다는 게 확인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모든 여권과 모든 페이지를 공개해야 출국할 때마다 어떤 비자를 받았는지, 예컨대 관광비자라면 몇 년짜리인지 등의 연속성을 입증된다”며 “(고 후보가 제출한 여권 사본으로는) 영주권이 없다는라는 걸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측이 “고 후보가 제출한 미국 비자가 있는 부분 페이지 중 몇 개는 연속성이 있었고, 그것으로 이미 영주권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게 아니냐”고 재질문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그렇게 추측은 할 수 있겠지만 ‘확인’이라고 할 때에는 모든 자료가 있어야만 ‘확인’이라고 할 수 있지, 선별적로 공개된 것만으로 ‘확인’한 것으로 속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증인 심문이 끝나자 검찰측은 김 변호사의 이러한 답변에 대해 “비자 발급의 앞뒷면만으로도 영주권 보유 여부를 충분히 알 수 있기에 김 변호사의 답변은 개인적 견해일 뿐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판사는 “그 이전(제출한 여권 중 91년도 이전의 여권)에 영주권을 취득했다가 포기했을 수도 있기에 앞뒤 모두를 봐야한다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부분적 기간에만 (영주권이 없다고) 인정된다고 말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검찰측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단 “중요한 건 고 후보가 여권 사본을 제출한 시기”

    변호인단은 증인심문이 끝난 뒤 배심원을 향해 “중요한 것은 고 후보가 객관적 자료라며 제시한 여권의 제출 시기가 이미 선관위에 고발할 때(5월 27일 오후)야 제출한 것이고, 조 교육감이 의혹을 제기한 기간(5월 25일 오전부터 5월 27일 오전)까지는 그 어떤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설령 고 후보가 5월 27일에 제출한 여권만으로도 미 영주권이 없다는 사실이 충분히 확인된다 하더라도, 조 후보가 처음 의혹을 제기했을 때에는 그러한 객관적 자료 자체가 없었기에 의혹을 해명해달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 교육감측이 처음 의혹을 해명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고 후보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다가, 선관위에 조 교육감을 고발하면서 여권 사본을 제출했다. 또한 조 교육감측은 고 후보가 여권 사본을 제출한 것으로 어느 정도 해명이 된 것으로 보고 그 이후 어떠한 의혹도 제기하지 않았다.

    한편 다음 재판은 21일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날 재판에는 최경영 기자, 고승덕 전 후보가 직접 증인으로 참석하며, 조 교육감측의 이상수 대변인과 손성조 공보담당 사무관도 증인으로 참석해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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