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꿈, 웃음, 일상
어떻게 잊을 수 있나요?
[책소개] 『잊지 않겠습니다』( 416가족협의회 외/ 한겨레출판)
    2015년 04월 18일 09: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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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명.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의 숫자다. 《잊지 않겠습니다》는 〈한겨레〉에서 2014년 6월 15일부터 세월호 추모 기획 ‘잊지 않겠습니다’는 제목으로 연재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얼굴 그림과 가족들의 절절한 심경이 담긴 편지글을 모은 책이다.

이 기획은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이 단원고 학생 80여 명의 그림을 그려 〈한겨레〉에 가져온 것으로 시작되었다. 취재를 맡은 김기성, 김일우 기자는 아이의 짧은 생을 소개하기 위해 “우리 ○○이는 언제 발견됐나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기자님, 우리 아이는 발견된 게 아니라 나온 거예요”라고 답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사진과 편지글을 직접 부치기도 하고 누군가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국회나 광화문, 다른 지역으로 서명을 받기 위해 떠나 있는 부모들은 휴대전화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아이의 사진과 자신들의 편지를 찍어 보내왔다. 자식들이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부모의 편지는 가슴 아프게 절절했고, 아이에 대한 기억은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발견된 정차웅 학생, 사고 당일 오전 8시 52분께 최초로 119에 신고한 최덕하 학생, 갑판 위에 있다가 친구를 구하겠다고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던 양온유 학생, 세월호 침몰 당시 배 안에 있던 학생들의 대화를 동영상으로 남긴 박수현 학생 등 유가족들이 들려주는 아이의 이야기는 그간 언론에서 보지 못했던 사고 당시 침착하면서도 서로 도우려 했던 아이들의 모습과 부모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내용과 긴박하게 오갔던 문자메시지들을 품고 있다.

이렇게 학생 114명과 선생님 2명의 이야기를 모으니 한 권의 책 《잊지 않겠습니다》가 되었다. 이 책은 세월호의 슬픈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우리 모두의 다짐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 시작된 절절한 ‘기억투쟁’

책장을 넘기면 제일 먼저 아이가 없는 세상에서 죄의식과 무기력감과 싸우는 부모의 모습을 마주한다. 엄마와 아빠는 해맑게 웃으며 수학여행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하고 나간 아이의 뒷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꽃 같은 아이가 없는데 나는 밥을 넘기고 살아간다. 왜 우리 아이가 배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인지,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고통 속에서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에 엄마, 아빠는 무기력하다. 아이를 죽게 내버려둔 것 같아 죄책감이 들고 아이를 구해줄 힘이 없는 부모라 미안하다. 그저 아이가 신었던 신발을 신고, 아이의 시계를 차고, 아이가 걸었던 등.하굣길을 걸어보는 게 유일한 위로다.

사람들은 지겹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난 시간들 속에서 비극적인 참사를 그렇게 잊어왔다. 그러나 대형 사고는 반복되고 누군가는 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었다. 아직은 더 울어야 한다. 가족들은 말한다. 시간은 약이 아니었다고, 시간이 지나도 또 보고 싶고 더 보고 싶은 아이라고. 아이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기억하고, 구명조끼를 입었으니 곧 나가겠노라 했던 마지막 통화가 귓가에 맴돈다고. 가족들은 아이만 없는 텅 빈방에서 아이의 교복에 얼굴을 묻고 아이 냄새를 맡으며 잠이 든다.

《잊지 않겠습니다》는 망각과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한 이 책이 아이들을 기억하고 유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작은 계기가 될 것이다. 다만 잊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아이들이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노래를 좋아하고, 부모 형제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생생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연대한 우리들의 이야기

《잊지 않겠습니다》에는 연재 당시 없었던 ‘우리들의 이야기’ 4편이 실렸다. 세월호 사고를 간접적으로 경험한 이야기이자, 같이 주저앉아 울고 싶었던 이야기이자, 가만히 있기보다 행동하기로 결심한 용기 있는 이야기이다.

<한겨레21> 정은주 기자는 2014년 7월 8일부터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와 누나 이아름 씨,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와 함께 걸었던 도보순례길의 경험을 들려준다.

커다란 나무 십자가를 짊어지고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부터 대전 월드컵경기장까지 38일간 함께 걸으며, 정 기자는 ‘작은 기적’을 목격했다. 함께 걷겠다고, 함께 먹겠다고, 함께 자겠다고 시민들의 요청이 쇄도했던 것이다. 정 기자는 ‘잊지 않겠다’고, ‘곁에 있겠다’고, ‘오래 지켜주겠다’고 약속하고 실천했던 시민들을 보며 세월호도, 그 진실도 인양되리라는 희망을 보았다.

두 번째 이야기는 안산 와동에 있는 ‘치유공간 이웃’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지희 씨 이야기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로 그의 삶은 이전과 이후로 크게 달라졌다.

세월호 사고가 나고 일주일 동안 울음이 그치지 않던 그는 울기만 해서 바뀔 리 없겠다는 생각에 피켓도 만들고, 합동분향소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치유공간 이웃’의 개소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유가족들 곁에서 함께 치유를 주고받고 있다. 그는 “함께하는 삶이 내 아이와 내 삶에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주는지” 깨달았던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세 번째 이야기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자발적으로 ‘동네촛불’ 모임을 만든 김영은 씨 이야기이다. 2005년부터 마을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일을 하던 그 역시, 세월호 사고 이후 죄스러움과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이웃을 모으기 시작했다. 촛불을 들고 같이 울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울고, 그렇게 매주 금요일 동네촛불은 동네의 일상이 되었다. “혼자였으면 하지 못할 일들”, “마을 공동체 안이었기에 이웃들과 위로받고 회복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은 앞으로도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달려야겠다는 희망을 꿈꾸게 했다.

마지막으로 안산에 살고 있는 신혜진 소설가는 온통 앓고 있는 엄마들 곁에서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만하면 됐다’는 사람들이라서, 마음 놓고 울지도 못하는 엄마들, ‘잊히는 게 가장 두려운’ 엄마들, ‘잃을 수 없기에 잊을 수 없는’ 미망인이 된 엄마들은 아직 더 울어야 한다. 그러니 “울지 마라”는 말 대신 쓰다듬어주기를 당부한다.

이들처럼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을 보며, 유가족들도 힘을 얻는다. 그동안 전혀 사회에 관심이 없던 엄마가 세월호 진상 규명 요구 촛불시위를 하다 연행된 대학생을 위해 구치소 면회를 가고, 참 착한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아이를 닮은 모습을 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이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꾸고, 그런 사회가 될 때까지 노력하기로 약속한다. 그래야 나중에 아이들을 만나면 떳떳할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길 위를 함께 걷는, 더 많은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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