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진화의 부작용
[책소개] 『종교, 설명하기』(파스칼 보이어/ 동녘사이언스)
    2015년 04월 18일 0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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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인류학으로 종교의 기원에 접근한 가장 권위 있는 책

과학적(진화론과 진화심리학 등의 연구 결과를 이용해서)으로 접근해서 종교를 설명하려는 책은 이미 많이 나왔다. 반면 파스칼 보이어의 이 책은 기존의 과학적 연구를 모두 수렴하면서도, 정교한 시각으로 인지인류학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이러한 인지종교학은 1990년대에 시도되었지만, 이것이 학계에서 하나의 주된 흐름으로 회자되고 자리 잡아가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다. 특히 2005년도부터 인지종교학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유럽을 비롯한 종교학회지 등에서 이것을 주제로 특집호의 메인으로 꾸려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이러한 흐름이 반영되고 있다. 여전히 중요하게 연구되는 부분이고 계속해서 담론화되는 상태다.

아직 보이어를 대체할 만한 연구 결과는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책은 인지인류학에서 다루는 개념들이 보편화되고 일반화되고 또한 새로운 결과물이 생산되기 위한 과정에서 더욱 중요하다. 게다가 과학에서 종교가 다뤄지는 경우가 많고, 인문학과 과학을 연계해 이야기하고 연구하는 것이 계속되는 추세를 봤을 때 이 책의 연구 성과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종교적 사유

종교는 인간의 인지능력에 따른 진화의 부작용이다

보이어는 마음의 작동 방식을 통해 종교 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마음은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그는 종교적인 사유와 행동은 진화한 마음의 표준적인 인지능력에 기생하는 부산물, 즉 진화의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그는 종교의 고유한 심적 영역이 있다는 주장을 부정한다. 즉 그는 종교의 독자성, 본래성, 자율성을 공격한다. 또한 그는 종교적인 사유와 행동은 신비롭지 않다고 말한다. 종교적인 관념은 마음의 일상적인 인지능력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종교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초월성이나 성스러움과 같은 공허한 개념은 전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보이어의 주장이 갖는 역설적 측면이 드러난다. 그는 종교 현상은 진화의 부산물이지만,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종교 현상이 부산물이기 때문에 거짓이며 나쁜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음악이나 미술도 진화의 부산물이지만, 누구도 예술을 거짓이거나 나쁜 것이라고 공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가 부산물이라는 주장은 종교를 부정하기 위한 논거로 사용될 수 없다. 복잡한 기관인 인간의 마음은 다양한 소형 시나리오, 즉 사유와 새로운 개념 사이의 신속히 분해되는 덧없는 연결 고리를 생산한다. 틀림없이 우리는 기억하기 힘든 사유의 이 소용돌이를 의식하지 못한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최적의 사유는 이미 많은 인지적 장애물을 통과한 것이다. 종교적 사유를 향한 인간의 본래적 성향을 연구한다면 마음이 체계화되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특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기존의 종교 현상에 대한 이론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다

보이어는 ‘종교’라는 개념은 환상의 산물이고, 종교라는 단일한 실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환상이라고 비판한다. 종교 안에는 서로 무관한 온갖 잡동사니가 뒤엉켜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무관한 것들을 억지로 묶어 종교라는 꾸러미를 제작한 이가 누구인지를 물어야 한다.

보이어 종교비판은 종교 꾸러미의 제작자와 판매자를 향해 있다. 우리가 보이어의 주장을 딛고 ‘종교의 정치학’이라는 주제를 물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보이어에 따르면 종교는 여러 가지 파편들을 짜 맞춘 것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각각의 파편들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종교라는 전체 체계를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이어는 이렇게 만들어진 종교개념은 환상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초자연적 행위자, 도덕성, 죽음 회피, 의례적 행동, 종교제도, 믿음 등은 인간의 마음에서 서로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보이어는 종교를 해체해 소위 종교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독립적인 마음의 메커니즘들을 검토하고, 이러한 각각의 메커니즘들이 가리키는 지점에 ‘종교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종교 안에도 종교가 없고, 종교가 가리키는 곳에도 종교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종교라는 단일한 실체를 해체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마음에서 종교적 사유를 근절하려는 모든 기획은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종교와 과학의 논쟁에서 대부분의 과학은 자신이 상상한 종교, 즉 종교라는 환상과 싸우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우리가 보이어를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같은 종교비판자와 구별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이어의 입장에서 현대의 무신론 논쟁은 별로 승산 없는 게임이다.

보이어가 각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에서 4장까지는 이 책의 전체를 이끌어갈 이론적 도구를 정리한다. 그가 다른 연구자로부터 차용한 방법적 도구는 크게 네 가지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첫 번째 도구는 리처드 도킨스의 ‘밈 개념’, 두 번째 도구는 댄 스퍼버(Dan Sperber)의 ‘표상의 전염학’, 세 번째 도구는 ‘진화심리학’, 네 번째 도구는 댄 스퍼버와 디어드리 윌슨(Deirdre Wilson)의 ‘적합성 이론’이다.

이어서 4장에서는 신 관념, 5장은 도덕적 직관, 6장은 죽음, 7장은 의례, 8장은 종교 제도, 9장은 믿음의 문제를 각각 다룬다. 우리가 유념할 것은 이러한 책의 전개 과정을 통해 보이어가 종교개념 자체를 점진적으로 해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상의 자리로 종교를 되돌리려는 시도

이 책의 끝부분에서 그는 “종교적 본능, 마음의 특정한 성향, 종교적 개념을 위한 특수한 기질, 뇌 안에 있는 특별한 종교의 중심은 존재하지 않으며, 필수적인 인지기능에서 종교적인 사람은 비종교적인 사람과 다르지 않다”(본문 540쪽)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다른 영역을 위해 작동하는 것과 매우 똑같은 방식으로 개념과 추론이 종교를 위해 작동하고 있으며, 신앙과 믿음도 그런 작동 방식의 단순한 부산물인 것처럼 보인다”(본문 540쪽)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보이어의 목적은 종교라는 환상의 실체를 해체해, 종교가 정상적인 인지능력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보이어에 의하면 종교는 진화의 부산물이며, 따라서 생존의 도식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종교가 진화와 생존과는 반대 방향으로 인간을 몰아간다면 그것은 정치적이고 경제적 압력 때문일 것이다.

그는 종교의 본래적인 자리가 ‘비종교적인 자리’, 즉 일상의 자리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종교를 세계종교에서 민속종교의 차원으로, 성스러운 장소에서 일상의 공간으로 되돌리고자 한다.

보이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종교는 마음 안에서 생겨나지 않고 마음 밖에서 찾아온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음 안에서 발생하는 종교는 그저 미신이고 거짓 종교일 뿐이고, 참 종교는 마음 밖의 초월적 존재로부터 온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므로 인지종교학이 종교의 모든 문제에 답변할 수는 없다. 학문과 과학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실존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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