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서 안되는 것들
세월호 참사와 노동안전 과제
    2015년 04월 16일 09: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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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대형 사고를 수차례 겪으면서도 공공의 안전, 시민의 안전,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을 세워본 적이 애석하게 없다. 그렇게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빠름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으로 사고도 빠르게 잊혔기 때문이고, 정부부처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닌 책임자에 대한 미온적 처벌 등의 임기응변식 대책만을 내놓았으며, 전문가 수준에서도 재난이나 안전에 대한 논의가 그다지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이 큰 만큼 곳곳에서 ‘안전’ 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한 노동안전 과제들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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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난 구조적 문제

안전규제 완화

세월호 참사는 규제완화의 위험성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노후선박 연령 제한 기준, 안전 교육 및 심사절차 등 해상 안전에 꼭 필요한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삭제 또는 축소되어 왔다는 사실이 참사 이후 알려졌다.

2009년 선박안전법이 개정되면서 선장이 과적‧과승을 하면 선박소유자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하던 양벌규정도 완화되었다. 청해진해운은 노후선박을 수입해, 선박 개조를 하고,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평형수를 뺐다.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늘려 왔고, 선원들의 안전 교육은 안중에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연안여객선의 안전관리는 엉망이었다.

안전규제의 완화는 선박분야만의 특수한 것이 아니다. 규제는 ‘악’ 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조성되면서 자본 친화적인 규제개혁이 전 산업에 걸쳐 단행되었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는 선박, 철도, 항공기 등의 사용 가능 연한을 폐지하는 안전 규제 완화가 진행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안전 관련 규제 완화를 더욱 광범위하게 단행하여,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철도산업 규제 완화 등)과 4차 투자활성화대책(의료산업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각 부처별로 앞 다투어 규제를 폐지하기 시작했고, 발전을 저해하는 ‘암 덩어리’ 에 불과한 안전규제는 무차별적으로 사라져 갔다. 이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생명·안전 업무의 외주화·민영화

세월호 사고에서 안전 업무의 외주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점검을 담당한 한국선급은 정부를 대행하여 선박검사를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었다. 해운법에 따라 승객과 화물 적재 등 안전 관리를 총괄해야 하는 해경은 안전 관리업무를 한국해운조합 운항관리실에 위탁하였다.

수난구호의 경우는 2012년 수난구호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정부는 ‘언딘’ 과 같은 “수난구호협력기관 및 수난구호 민간단체와 협조체제를 구축”하게 되었다. 구난 능력은 큰 의미가 없고, 값이 싼 구난업체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세월호 선원들 중, 선장은 1년짜리 계약직이었고, 핵심 선원 17명 중 12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청해진 해운에게 선장과 선원은 회사의 인건비를 축내는 비용으로 간주되었고, 임금을 적게 줄 수 있는 계약직을 채용했다. 이런 고용구조에서는 안전훈련을 한다 하더라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고, 선원들에게 책임감을 기대하거나 요구하기도 어렵다. 자본은 정부를 등에 업고 비용절감을 위해 생명·안전 업무를 외주화한 것이다.

정부는 규제완화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한 책임까지 놓아버리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가공공부문 민영화는 큰 틀에서 규제완화 정책의 일부이다. 철도, 의료 등 각종 영리행위가 금지되어 있던 공공서비스 분야에 민간 자본의 투자나 운영 참여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전을 책임져야할 정부가 이번에는 안전 분야에까지 민간 기업의 참여를 장려하겠다는 ‘안전 민영화’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3월 30일 발표된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에 의하면, “안전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안전투자와 민간 참여를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안이다. 게다가 정부는 “재난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보험 상품 개발을 추진” 하겠다고 발표해 안전 관련 업무의 외주화·민영화뿐만 아니라 재난사고의 책임마저 회피하려 하고 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미온적 처벌

세월호가 침몰한 데에는 안전을 도외시한 채 이윤을 위해 무리한 운행을 강요한 청해진해운이 큰 원인이었던 것은 명확해 보인다. 검찰과 경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지목했고, 검찰은 그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말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법체계 안에서 그에게 세월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병언의 장남 유대균 씨는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징역 3년,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징역 10년, 이준석 선장은 유기치사상죄로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었던 이들은 1차 구조책임자인 선장 및 선원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이 중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납득하더라도, 구조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들에 대한 형량은 너무 낮다. 회사의 안전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기준으로 본다면 오히려 그러한 권한이 가장 없었던 계약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형을, 권한이 가장 많은 이들이 가벼운 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기업이나 정부 관료가 안전이나 환경조치를 소홀히 해 인명과 환경에 큰 피해가 발생해도 기업이나 사업주, 정부 관료가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형 재난사고 직후에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컸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며 처벌 수위 또한 낮았다.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서는 회장과 사장이 각각 징역 7년 6월과 7년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23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때도 수련원 대표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192명이 사망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에서도 기관사·관제사 등만 처벌받았으며,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청업체의 산재사망 사고에 대해 원청업체 사업주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13년 대림산업의 여수산단 가스폭발사고, 삼성전자의 화성 불산유출사고, 청주SK 폭발사고 등에서 원청 사업주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책임자 처벌로 과연 안전한 사회가 가능할까?

세월호

1년 전 세월호 참사 후의 합동분향소 모습

세월호 참사가 제기하는 과제

안전규제 후퇴에 영향을 미친 법제도, 정책 철폐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한국에서 안전을 위한 규제는 후퇴되는 중이고, 곳곳에 널리 존재하고 있는 문제가 이번 참사에서 응축되어 드러났음을 깨달았다. 따라서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안전을 사고하는 사회의 기본정책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드시 필요한 안전규제마저 완화시키는 기업 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규제개혁위원회 등에 대한 조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지금까지 진행된 규제 완화도 재검토하여, 이윤이 아니라 안전 중심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안전위험업무/유해물질 취급업무 외주화 금지

안전위험업무와 유해물질 취급 업무의 외주화는 실제적으로 안전에 대하여 책임져야 할 원청회사가 책임도 회피하고 비용절감 효과도 보게 된다. 이러한 외주화는 사고 발생 시 하청회사, 노동자, 시민에게 책임이 전가하게 되고, 원청회사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이 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에게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 안전위험업무/유해물질 취급업무에 대한 외주화를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및 안전 관련 업무 종사자의 정규직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안전을 지킬 충분한 인력 보장

충분한 인력의 확보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이다. 인력이 부족하면 안전수칙을 지키기도 어렵고, 과로로 인한 실수도 늘어나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능력도 떨어진다.

안전인력을 보장하라는 것은 정부가 발표한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에서처럼 안전 전문가를 별도로 육성하라는 뜻이 아니다.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사고 시 안전인력이다. 이들에게 작업장의 유해환경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고, 현장의 안전을 채워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사고발생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지 않고 인력 최소화만 추구하고 있다.

대구지하철화재에서는 당시 1인 승무제로 운행되고 있음에도, 기관사가 운전실에서 사령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불이 난 현장에 가서는 불도 끄고, 승객도 대피시켰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본인의 의무를 다하고, 처벌을 피할 수 있겠는가.

철도·지하철 노동조합들은 자동화를 이유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인력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싸워왔다. 지하철과 철도를 막론하고 2인 승무가 유지되는 노선은 이제 일부에 불과하다. 시민과 노동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충분한 인력 보장은 필수이다.

노동자에게 위험작업을 중지할 권리를

현재 한국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시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법적으로는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작업중지권의 보장’은 법조문에 규정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사관계의 힘 문제로 작업중지권이 현실에서 발동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월호 사고를 통해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는 시민들의 안전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모든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힘을 모르고, 노동자들에게 안전에 대한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이윤을 위해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은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자본에 맞서 모두가 힘을 모아 안전할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업의 책임 강화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두고 꼭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피할 수 있는 죽음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무책임한 행태를 규제할 대책이 없는 무기력한 상황이다.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힘은 노동자와 시민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안전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아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분명 살인이다. 현재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기업에게 책임을 무겁게 묻고, 응당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세상을 위해 시민과 노동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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