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살인법' 제정 시급
    노동자와 시민 생명과 안전 위해
    현대건설과 청해진해운,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돼
        2015년 04월 13일 08: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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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2015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 청해진 해운, 삼성전자 등이 선정됐다.

    이번 선정식은 특히 세월호 1주기와 살인기업 선정식 10주년을 맞아 노동자와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기업에 대한 관계 부처의 통계자료 뿐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뽑은 살인기업도 발표했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존엄안전위원회와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13일 오전 11시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어 그 결과를 발표하고 제대로 된 ‘기업살인법’ 제정을 촉구했다.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은 반복적인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심각성을 알리고 산재 사망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처벌 강화를 위해 2006년부터 매해 시행해왔다.

    특히 올해는 세월호 1주기와 살인기업 선정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간 재난사고와 산재사망 50대 기업’, ‘지난 10년간 최악의 산재사망, 재난사고 기업’, ‘2015년 산재사망 최악의 살인기업’을 구분해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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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살인기업 선포식(사진=유하라)

    죽음의 현장에 노동자 방치하는 ‘현대건설’
    산재사망 1위, 10년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노동부 산재보험 통계와 중대재해 보고 자료, 공무원연금, 해양경찰청의 자료를 근거한 산재 사망 50대 기업 중 1위는 단연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건설과 제조부문을 통틀어 가장 많은 산재 사망자를 냈다.

    자료에 따르면, 현대건설에선 지난 10년간 하청 노동자를 포함해 110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대우건설(102명)은 2위, GS건설(101명 사망), 우정사업본부(75명 사망), 현대중공업(74명 사망)이 연이어 산재사망 50대 기업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건설은 지난 해 매출과 영업이익 1위를 달하는 국내 굴지의 건설사다. 4대간 사업과 원전공사 등 국책사업까지 맡으며 한해 수십조 원의 이익을 내지만 더 많은 이윤 창출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은 도외시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총 31명의 산재 사망자를 냈고, 산재로 인해 장애인 수도 7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지난 2007년과 2012년에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하청업체에 소속한 노동자는 원청의 노동자보다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표1

    <10년간 산재사망 50대 기업>

    2015년 최악의 살인기업, 건설·제조 부문 ‘현대 싹쓸이’, 현대건설·현대중공업 선정

    2015년 최악의 살인기업은 건설업 부문에서 현대건설, 제조업 부문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뽑혔다 (노동부 중대재해 보고 통계를 기초로 하청 산재를 원청으로 합산해 선정).

    이들 기업은 지난해 한해만 무려 10명, 8명의 산재 사망자를 냈다. 현대건설이 1위에 이름을 올린 ‘지난 10년간 산재사망 50대기업’에는 현대중공업 또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야말로 ‘산재공화국 현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특히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의 산재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비율보다 하도급 노동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에 따른 문제로 보인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의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2009년 정규직 노동자 채용 증가율은 14.7%인데 반해 사내 하청 노동자는 무려 931.6%나 늘었다. 위험한 작업을 4만 명의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위험의 외주화’를 몸소 실현하는 기업인 셈이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산재 은폐 의혹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4년에 적발된 산재은폐 건수가 216건에 달하고 최근 5년간 955억 원의 보험료도 할인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건설업 부문은 대우건설(9명 사망), 롯데건설(5명 사망), 한전KPS. 두산건설. GS건설(4명 사망)으로 상위권에 올랐고, 제조업 부문은 포스코와 한국철도공사 (3명 사망) 등이 최악의 산재사망 기업 순위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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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년 간 최악의 시민살인 기업, 청해진해운·옥시레킷·장성 효사랑 요양병원 등
    시민이 선정한 시민·노동자 살인 기업, 청해진 해운과 삼성전자

    시민이 선정한 시민, 노동자 살인 기업도 선정했다. 4월 6일부터 12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통해 총 1,502명의 시민이 참여한 조사에서 지난 10년간 최악의 시민을 살인한 기업은 69.0%의 득표율을 보인 세월호 참사를 낸 청해진 해운이었다. 청해진 해운은 적재량을 초과하는 등 각종 안전 규칙은 위반하고 선원 안전 교육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국내 최대의 재난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295명의 사망자와 9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단원고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인 김영오 씨는 “작년 여름 목숨 건 단식으로 싸웠고 1주기 다가오는 지금도 여전히 싸우고 있다.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세월호 참사는 국가 무책임에서 비롯됐으나 결국엔 생명보단 돈을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선정한 노동자 살인 기업은 이례적이다. 가장 많은 산재 사망자 수를 낸 현대건설이나 현대중공이 아닌 46.7%가 삼성기업을 뽑았다. 글로벌 기업의 대표인 삼성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셈이다.

    최고경영자 처벌할 수 있는 ‘기업살인법’ 제정 촉구

    산재사고와 재난사고의 책임자인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엄중하게 처벌하고 나아가 기업에 영업정지 명령까지 할 수 있는 기업살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회견에 참석한 이들의 한 목소리였다.

    민주노총 이상진 수석부위원장은 “우리가 무언가를 추모하고 기억한다는 것은 이후 사회에 이런 일이 없게 하기 위해 교훈을 얻기 위함이다. 10대 기업 선정하고 최악의 기업 선정하는 것도 그 이유다. 그것이 10년이 됐다”며 “그러나 여전히 대형 산재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현장에선 끊임없이 수많은 노동자들이 속절없이 죽어가고 있다. 왜 달라지지 않나”라고 개탄했다.

    이 부위원장은 “인천제철 노동자가 용광로에 발을 헛디뎌서 1500도가 넘는 쇳물에 떨어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불과 5년 전에 당진에서 어느 청년이 새벽에 일하다가 똑같이 쇳물에 실족해서 사라져갔다”며 “그때 난간이 있었더라면 위험한 작업을 하는데 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러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아무도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기업살인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최근 법무부에서 하반기에 기업살인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근거는 세월호 만큼 대규모 사망자가 나야 기업주 처벌하는 것”이라며 “사람이 많이 죽어야 기업주를 처벌하나. 10명, 1명의 사람 목숨은 중요치 않다는 건가. 세월호 1주기 맞이해서 한해 2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죽는 전쟁터같은 현실과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강문대 노동위원장은 기업살인법에 기업의 최고책임자는 물론 기업 자체에 막대한 벌금과 과태료는 물론 영업정지, 기업해체 수준까지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을 만든고 한다. 우리는 10년 전부터 그러한 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며 “정부가 이제라도 그 법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깨닫고 진전하려는 것은 바람직하나, 단순히 선언적·형식적·요식적인 내용만 담긴다면 단호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왜 기업 살인이라고 하나. 단순한 과실치사라고 볼 수 없는 여러 상황과 정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단순한 과실이 반복되면 그것을 그냥 과실이라고 할 수 없다. 한해 2천명이 죽는 죽음을 방치하고 있으면 그것을 과실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우리는 법적으로 묻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단호히 살인이라고 한다. 기업살인법에 이런 내용이 반드시 담겨야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최고 경영자의 판단에 따라 현장의 모든 정책이 진행된다.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책임자에게 엄중한 살인죄를 물어야 한다”며, 또 “기업 자체에도 처벌해야 한다. 현재는 아주 미비한 벌금형으로 처벌하지만, 그렇게 해선 기업을 강제하기 어렵다. 막대한 벌금, 과태료, 영업정지, 기업해체의 수준도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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