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일하고도 더 여유로운 사회, 가능한가?
[책소개] 『여유롭게 살 권리』(강수돌/ 다시봄)
    2015년 04월 11일 11: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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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부터 노인까지 쉴 줄 모르는 한국인

1997년 말 불어 닥친 ‘IMF 사태’가 불러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는 온 사회, 그리고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은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정부도 노조도 지켜주지 못하는 내 일자리, 아직 살아 있는 동안 “죽을힘을 다해 일하자”는 것이 현재 한국 노동자의 집단 정서다. 불안감이 사람들을 일중독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일중독 문제나 ‘쉼 없는 삶’의 문제는 이제 직장인을 넘어 한국인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청소년은 물론 노인, 영유아에게까지 나타난다.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 과외 등으로 하루 종일 공부에 시달린다. 아주 이른 시기부터 일중독에 빠지기 위한 훈련을 하는 셈이다. 노인도 생애 노동시간을 연장하기 바쁘다. ‘즐기는’ 노후가 아니라 ‘일하는’ 노후일 때 사람들은 더 편안하게 느낀다.

여유롭게

왜 우리는 아직도 일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나

2012년 기준으로 한국 노동자는 OECD 국가의 평균 노동시간보다 연간 387시간이나 더 일한다.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한 잔업과 특근이 만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일과 가정 사이에 균형이 깨진 것은 결국 돈 문제, 즉 시간당 임금 문제라는 말이다.

한국인에게 일중독이 만연한 데에는 사람들의 소비 중독도 한몫을 한다. 주택 대출금이나 자동차 할부금, 보험료, 아이들 학원비 등 매달 써야 할 돈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벌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미흡한 복지와 위험 사회의 비용을 개인이 모두 떠안아야 하는 현실이 있다. 사람들은 노후와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으로 해소하려 든다.

왜 여유롭게 사는 것은 권리인가

한국 직장인에게 야근은 오랜 관행이다. 명퇴와 정리해고에도 살아남아 승진한 고위직들이란 실상 장시간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일중독자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만 일중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조직을 중독 조직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이런 상사와 일하면서 ‘칼퇴근’했다가는 해고의 칼을 맞기 십상이다. 실제로 한국의 많은 직장인은 휴가를 제때 쓰지 못한다. 육아휴직은 눈치가 보여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며, 법정 연차휴가조차 두려워서 제대로 못 찾아 먹는다. 법으로 규정된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는 것, 여유롭게 사는 것이 권리인 이유이다.

중독 사회에서 벗어나려면

저자는 경쟁력 중심의 사회에서 삶의 질 중심의 사회로 바꿔야만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삶의 질 중심의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특히 다음 세 가지의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땅의 경제를 회복해야 한다. 땅은 재산 증식의 수단인 ‘부동산’이 아니라 모든 생명의 토대이다. 땅이 우리 모두의 공동 재산이라는 관점을 회복해야 한다. 둘째,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이뤄내야 한다. 이는 청년 실업 문제에도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 셋째, 사람의 일상생활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드는 분야, 즉 주거, 교육, 의료 문제를 사회 공동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다 기본소득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주어져야 한다.

이 책에서는 중독 사회를 벗어나 여유로운 사회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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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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