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인사청문회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
박종부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 게 뭐냐"
    2015년 04월 08일 03: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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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8일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박 후보자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축소 의혹에 대해선 별 소득 없이 끝이 났다. 박종철 열사의 친형이자 참고인 자격으로 청문회에 참석한 박종부 씨는 “28년이 지나 국회까지 가담해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씨는 7일 오후 C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와 인터뷰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축소·은폐 조작 사건의 주체는 경찰, 검찰 그리고 관계기관 개입이었다”며 “그런데 오전 청문회 그리고 지금 현재까지 진행되어 온 것을 볼 때 이 축소·은폐 조작에 28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국회까지 가담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 그리고 그런 자괴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박상옥 후보자로부터 잘못된 답변을 이끌어내고 있거나 박상옥 후보자를 두둔하기 바쁜 국회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80일 간의 공백…박상옥, 공범자 있다는 자백 듣고도 수사 안 해
당시 언론에 대서특필된 관계기관대책회의 물으니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

쟁점은 박 후보자가 이미 구속된 고문경찰들의 자백을 받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1차 수사(1987년 1월 20~23일)를 통해 고문경찰 2명이 구속되고, 3월 초에 구속된 경찰 2명은 고문을 주도한 3명의 고문경찰이 더 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를 포함한 검찰은 자백을 받았음에도 이 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박 후보자는 3월 중순에 여주지청을 발령이 났고,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들이 사건 조작을 폭로한 5월 18일까지 검찰은 공범자에 대한 재수사를 하지 않았다.

쟁점은 공범자가 있다는 자백을 들은 3월 초부터 신부들의 폭로가 있던 5월 중순, 약 80일 동안 박 후보자를 비롯한 검찰은 왜 수사하지 않았냐는 거다.

야당은 7일 오전 10시부터 80일의 공백, 은폐·축소 의혹에 대해 박 후보자를 집중 추궁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박종철 사건 수사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3월 초에 3명 더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사를 안했다. 그러다가 신부님들에 의해 폭로되니까 그때서야 수사한 거 아니냐”며 “스스로 노력에 의해 밝혀낸 게 아니고, 공범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사 안했다. 외부, 신부님에 의해 폭로가 되니까 그때서야 수사를 한 거고 분명히 자백을 했기 때문에 밝혀낸 것이다. 본인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고 물었다.

이에 박 후보자는 기존의 입장과 다르지 않은 말만 되풀이 했다. 1차 수사가 끝나고 여주로 발령이 났고, 상부의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단독으로 수사할 수 없었다는 거다. 말석 검사이기 때문에 사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박 후보자는 “3월초에 공범 알게 됐고, 이 문제에 대한 수사계획서를 상부에 보고했고, 상부에서도 조만간 2차 수사를 할 것이라고 하는 지시가 있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며 “그 사이 여주에 있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상부 지시에 따라 3명에 대한 수사에 참여하라는 명령을 받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공범자가 3명이나 더 있다는 자백을 받고도 안기부 등 관계기관, 상부의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혹은 외압이 있었기 때문에 수사할 수 없었다는 답은 대법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서 의원은 “박 후보자는 수사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상부에서 ‘수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이유 때문에 하지 않았다. 사직서를 쓸 각오를 하더라도 사건을 밝혀낼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시키는 대로 한 분이 대법관이 되면 소신 있게 재판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 후보자가 이 사건을 은폐 축소하도록 지시한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며, 박 후보자의 사건 가담 정도에 초점을 맞췄다. 관계기관 대책회의는 안기부, 경찰, 검찰 고위층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이 같은 회의가 있다는 것은 당시 언론에도 대서특필됐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이 사건 수사가 경찰에서 시작되고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열린 과정이 있었는데, 박상옥이 참여하는 입장에 있었나. 안기부, 경찰, 검찰 책임자 회의이고, 고위실무책임자 회의인데 박상옥 후보자는 거기에 참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잖아요?”라고 묻자, 박 후보자는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초임검사로서 그 같은 상황에 대해선 전혀…”라고 답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은 “당시 신문도 안보고 회의도 안했나? 안상수 증인은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는데”라고 질타했다.

참고인으로 온 새정치연합 이부영 상임고문은 “일반적 정황을 보면 2명의 고문경찰이 1월 18일 새벽 교도소에 갇힌 다음에 24일에 전광석화처럼 송치가 된다. 송치가 된 다음엔 충격을 받아 울고, 야단법석이 벌어졌다. 자기들만 범인이 돼서 재판 받는다고 억울해했다”며 “그 직후에 아마 그런 정황이 수사팀에 전달이 됐는지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측 단장과 간부들이 와서 설득하고 회유했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측 단장과 간부들은 구속된 고문경찰 2명에게) ‘일단 수사된 결과대로 받아들여라. 너희들 가족까지 다 먹여 살리고 돌보겠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일찍 석방되게 하겠다’”며 “‘1억짜리 통장 두 개 보여주며 그랬다’는 거다. ‘만약에 그걸 너희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석방돼 나와도 이 나라에서 살 수 없다’ 이런 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 고문은 “이런 정황이 당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통해 검찰 수사팀에 전달되지 않을 수 없다”며 “여주지청으로 인사 이동하기 전 박 후보자도 이를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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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의 박상옥 후보자(방송화면)

여당, 대법관 자질 적격 여부에 대한 핵심 쟁점 회피
“대법관 청문회이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조사 아니지 않나”

새누리당은 박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병역비리, 위장전입 등에 인사청문회 후보자들의 단골 비위사실에 있어선 비교적 문제가 없다는 점을 적극 어필했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다른 청문회를 보면 병역,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위조가 항상 언론에 보도되고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는데 이거엔 자신이 있는 것 같다”며 “대법관 공석 49일이다. 야당에서 박상옥 후보자에게 사퇴 촉구한 게 9번이다. 박종철 사건의 축소은폐 가담 의혹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경 의원은 이어 “오늘 이 청문회는 박종철 사건의 청문회가 아니라 검사 생활 3년째인 박상옥 검사가 이 사건을 담당한 이후에 박상옥 후보자가 살아온 과정이 대법관 후보자로서 적격한가에 대한 청문회”라며,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축소 사건과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도 청문회 내내 박 후보자를 적극 감쌌다. 민 의원은 “검찰이 사건을 은폐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한 김학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1차 수사도 그렇고 5월 20일 2차 수사도 그렇다. 많은 의혹 제기되고 있었는데도 4일만에 수사를 끝낸 이유가 뭘까”라며 “혹시 2명이 아니고 더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얼굴 없는 현장검증을 실시한 이후에 참고인 조사가 이뤄졌다는 거다. 이미 (수사결과가) 정해진 상황에서 참고인 조사 이뤄졌기 때문에 이들이 고문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짜맞추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민 의원은 “대법관 인사청문회 자리다. 박종철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박상옥 후보자의 검증 인사청문회 자리”라며 “오늘 하루 종일 박종철 사건과 관련된 진실게임인 것 같아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종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목숨 걸고 노력했느냐고 묻고 싶다”

박종철 열사 친형 박종부 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날 청문회에서 여당의 태도에 대해 “박상옥 후보자에게 아주 호의적”이라며 “무엇보다 다른 일반 청문회 후보자들이 갖고 있었던 많은 비리 종합세트라든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박상옥 후보자는 상대적으로 아마 깨끗한 것 같다. 거기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면서 박종철 사건에 개입한 수사검사로서의 지위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박상옥 후보자도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그런 상황을 계속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에 대해서도 “야당 의원들의 추궁은 핵심적인 부분을 못 찌르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계속 진행될 청문회 동안에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좀 더 함축적이고 의미 있는 그리고 핵심적인 질문을 해서 진실을 꼭 밝혀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상옥 후보자가 그 당시 검찰이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들은 최선을 다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제가 묻고 싶은 말은 어쨌든 ‘그 당시 검찰조직이 밝혀낸 게 무엇이었느냐. 자기의 목숨을 걸고 묻힌 진실을 밝혀낸 교도관 그리고 유병천 의원, 이런 분들이 계시는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하면 그게 어떻게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제가 드리는 말씀은 이렇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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