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고와 시대와의 괴리
    [민경우의 교육담론] 새로운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2015년 04월 07일 03: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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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교육감의 1번 공약이 일반고 살리기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는 일반고의 실상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금천구의 몇몇 학교는 전교에서 등수가 되는 학생들 이외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그러나 전교 몇 등 안에 들어 좋은 대학을 갔다고 해서 그들의 성취가 학교 때문은 아니다. 그들 또한 학원이나 사교육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작년 하반기 일반고에 다니는 고1~2 학생 10여 명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들 중 단 한 명도 제대로 된 진학. 진로교육을 받지 못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담임이나 진학지도 교사의 자질을 되물었다. 혹시라도 교단에 있어서는 안되는 교사라면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학생들의 대답은 그들 다수가 평범한 또는 나름 존경할만한 교사란다. 결론은 일반학교 교사 전체가 교사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을 하지 않고 있다.

    학교의 무관심 속에 학생들은 나름 공부도 하고 각종 써클 활동도 한다. 그런데 그 공부나 활동이란 것이 대학 진학과는 거리가 멀다. 대학에 가려면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어쨌든 대학은 가야겠다는 또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가망 없는 꿈을 꾸며 시간을 버리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금천구의 또다른 학교들은 컨셉을 달리 잡고 있다. 어떤 학교는 공부보다는 각종 써클 활동, 축제 등으로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려는 것이 목표인 것 같다. 그런 유형의 학교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그렇다면) 학교를 다닐 이유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반학교가 갖고 있는 문제는 (서열화된 고등학교 구조에서 가능성 있는 학생들을 빼앗겼기 때문이 아니라) 현 사회구조와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

    사회구조가 나름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학교가 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만 지금과 같은 격변기에는 학교 또한 사회구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학교에 대한 질문은 보다 근본적이어야 한다. 현 사회구주하에서 일반 고등학교의 의의는 무엇일까?

    고등학교 수업모습

    위 질문과 관련해 다음의 두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일반 고등학교가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학교는 시대의 산물이다. 산업혁명, 국민국가 출현을 배경으로 19세기 프로이센에서 출현했다.(부정확하면 바로 잡아 주시길) 산업혁명, 국민국가 출현의 시대적 배경은 문자 해독, 수리 계산 등 기본적인 지식을 국민 모두에게 가르치고, 일선 현장에서 일할 다수의 엔지니어나 사무요원을 배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교재를 통해 이를 집체적으로 교수하면 충분했다.

    현재는 2차 정보화 혁명 또는 고도 지식사회로 접어 들고 있다.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은 첨단 과학기술이거나 수년 단위로 교체되는 기술 수요를 따라 잡을 기민하고 유연한 교과와 시스템이다.

    공부의 방식도 다르다. 교과서의 모든 내용은 그냥 검색만 해도 찾을 수 있다. 찾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교과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급 지식이 총 천연색 그래픽으로 학생들을 유인한다. 지식과 정보의 견지에서 보면 현 시기 일반 고등학교와 교과서는 사회에 공급할 인재를 양성한다기보다 사회 속도에 발맞추는 것이 과제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존의 고등학교까지 했던 역할은 초-중등이면 모두 끝낼 수 있다. 그리고 기존 대학이 했던 일을 지금의 고등학교가 담당해도 무리가 없다. 특목고나 마이스터고는 말이 고등학교이지 과거 대학이 했던 일을 부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과학고는 대학 수준의 논문을 쓰고 있고 마이스터고는 대체로 과거 전문대학이 했던 일을 맡게 될 것이다. 반면 일반 고등학교는 그 틈새 구조에서 이미 사회로 내보냈어야 할 학생들을 붙잡고 있을 뿐이다.

    두 번째는 일반 고등학교를 둘러 싼 사회적 역관계이다.

    교사는 일종의 이익집단이다. 그들은 나름 괜찮은 소득과 안정된 고용 구조를 갖고 있다. 요즘처럼 고용 불안, 노후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교사처럼 유리한 직업도 없을 것이다. 덕분에 학교 현장이 무너지고 수업이 형해화되어도 그들은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한다. 학생의 인생을 좌우할 제대로 된 진로지도를 고1~2가 되도록 한번도 받아 보지 못한 학생이 많은 것은 교사들의 이러한 처지 때문이다.

    교사들의 태도를 바꾸는 것은 진학진로 경로, 근무 평정이거나 사회적 압력이다. 특목고는 교사들의 태도를 좌우할 만한 사회적 압력이 존재한다. 마이스터고 또한 정부 정책이라는 나름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그러나 일반 학교는 교사들의 처지를 바꿀 만한 사회적 압력이 부재하다. 학부형들은 여전히 군사부일체라는 낡은 이데올로기에 매여 있거나 아예 기대를 버렸다. 학생들 또한 학교는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묶여 학교를 떠난 또는 학교시스템에 도전할 생각 자체가 없다.

    일반학교를 살리기 위한 적지 않은 예산과 관심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를 일선에서 집행할 교사들의 처지와 생각을 바뀌기 위한 사회적 역관계가 변하지 않는 한 성과는 미미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일반학교를 살리기보다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학교가 주는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현상적으로 보면 일반 고등학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학생들은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학교를 다니고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본인들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공부하고 써클 활동을 한다. 일부 탈학교 또는 탈선 청소년들은 언제나 있었던 상황이라고 치부하면 간단하다.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을 하고 어쨌든 대학을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았던 시절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달라져 있다. 대학을 나왔다고 취직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고등학교-대학이라는 익숙한 경로가 나름의 안정성을 보장하던 시대가 아닌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등학교-대학이라는 경로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고등학교,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가 중요한 시기이다.

    반면 그에 따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4년 졸업에 필요한 직접 경비만 수천만원이고 기회비용이나 부대 비용을 합치면 1억에 가까울 것이다. 예상되는 불황을 고려하면 이 비용은 부모님의 노후, 본인의 미래(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를 옥죌 것이다.

    일반 고등학교가 갖는 문제점은 단순히 좋은 학생이 일반 고등학교를 기피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시대의 발전과 더불어 일반 고등학교가 갖는 독특한 포지션 자체가 사라지고 그것을 뒤바꿀 만한 집단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시대에 맞게 일반 고등학교의 진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일반 고등학교를 없애는 것을 포함해서)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그냥 평범하게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

    필자소개
    민경우
    전 범민련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의견공동체 ‘대안과 미래’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서울 금천지역에서 ‘교육생협’을 지향하면서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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