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성장 시대 전력계획,
    수요정점을 생각해야 한다
    [에정칼럼] 최대전력의 정점 예상시기 2030년
        2015년 03월 31일 03: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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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1980~90년대에는 8-7% 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IMF 사태를 겪은 후 기세가 꺾여 2000년대 이후로 점차 하락하다가, 결국 2011년부터는 2~3% 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들어 경제성장률이 6분기 연속으로 0%대를 기록하면서, 언론들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고 있다”고 요란스럽게 경고등을 켜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통상적으로 낮은 경제성장률을 일종의 병리적 현상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가계소득 둔화, 가계부채 증가, 재정건전성 악화 그리고 고용여건 악화 등의 문제가 나타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 경제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규제 완화나 노동비용 절감 혹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과 교육투자를 요구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분배 혹은 소득 증진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방안을 강구한다고 하더라도, 고도성장기를 지나쳐 온 한국 경제가 80~90년대와 같은 높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점차 인구가 점차 고령화될 뿐만 아니라 얼마 후부터는 인구수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출산업의 의존도가 큰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어서, 지속적인 하강세를 보여주는 세계적 경제 침체의 영향도 크게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저성장’ 상황을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할 일이다. 소위 ‘뉴 노멀’ 시대가 왔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정상 상태가 보여줄 경제성장률은 어느 정도일까? OECD는 2012년에 2060년까지의 세계와 각국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하였다. 세계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점진적인 구조개혁과 재정건전화를 이룬다는 낙관적인 전망 하에서도, 대략 연평균 3%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했다. 한국 경제는 이보다 더 낮은 성적이 예측되고 있다. 2011-2030년까지는 2.7%, 그 이후에는 1.0%, 그리고 20260년까지 전체적으로 연평균 1.6%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국내 기관에서도 2060년까지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한 것이 있다. 국가예산정책처는 한국 경제가 순조롭게 안정적인 성장을 한다고 전제하더라도, 인구수가 줄고 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영향으로 낮은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즉, 2030년대에는 2% 대 그리고 2040년대에는 1% 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경제성장율 추이와 전망

    그림 . 2000년 이후의 경제성장률 추이와 2060년까지의 전망
    자료: 실적치는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전망치는 국회예산정책처(2012)

    이런 낮은 경제성장률 전망은 수립을 앞두고 있는 전력수급계획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최근 전력수요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2012년부터 하강하기 시작한 전력수요 증가율이 작년에는 0.6%에 머물렀다. 기온 변화로 냉난방용 전력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수출경기가 저하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산업용 전력수요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한 불황은 전력수요 증가세를 둔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수출경기 부진은 경제성장률 저하의 한 가지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재의 전력수요 증가세 둔화는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저성장 시대의 초입에서 목격하게 되는 현상일 수 있다. 향후 1~2%대로 도달하게 될 경제성장률 저하는 전력수요 증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래의 전력수요를 예측하기 위한 모형은 미래 경제성장률의 주요 설명변수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면 전력수요 전망치도 낮아지게 될 것은 명확한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전력수요가 낮아지면, 발전설비와 송배전설비에 대한 투자도 재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성장 시대가 분명하다면, 지금과 같이 지속적인 전력수요 증가를 전제로 수립되고 있는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전면적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실적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적용하여 전력수요를 전망하였고, 그 때문에 전력수요 실적치는 전망치에 비해 최대 5.3%나 밑돌았다. 또한 최대 16.3%의 과도한 설비예비율로 이어졌다. 이 의미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서 건설한 발전설비가 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삼척과 영덕에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은 저성장 시대에 더 큰 부담을 안겨 줄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전력수요가 언제 정점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즉, 전력수요 정점에 대한 질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IMF 사태와 같은 특별한 시기를 제외하고 언제나 전력소비량이 증가해왔다. 연도별 전력수요를 보여주는 그래프의 곡선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것이다. 그러나 그 곡선이 무한정 상승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전력수요 곡선은 어느 시점에서 최고점을 찍은 후 하락하게 될 것이다. 이는 저상장 시대에서 불가피한 일로 보인다.

    전력수요 정점은 언제쯤 오게 될까? 국회입법조사처가 2012년에 낸 연구자료는 최대전력의 정점은 2030년 즈음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정책 기조라면 최대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발전설비들이 지속적으로 건설되어야 할 일인데, 문제는 수요정점을 지나면서 전력설비 이용률이 60%대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자들은 이용률이 낮아지면 투자비를 회수하는 기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경제성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 핵발전소나 석탄발전소 건설에 따른 환경적, 사회적, 그리고 건강상의 위험 비용도 함께 고려할 일이다.

    전력수요 정점

    올해 7차 전력수급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앞선 논의와 연결하여 볼 때 주목할 점들이 몇 개 있다. 전력계획은 (논리적으로 볼 때) 수요예측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때 중요한 예측변수가 경제성장률이다. 정부는 매번 낙관적인―어쩌면 희망사항에 가까운―경제성장률을 선택해왔다. 7차 계획에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선택하면서 수요예측을 부풀리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또한 전력수요 증가율 변화를 어떻게 반영할지도 관심사다. 수요예측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실적치에 기반을 두고 미래를 전망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최근 몇 년간 전력수요 증가율이 급격히 낮아졌다는 점은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몇 년간의 증가율 둔화 추세를 예외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또 다시 지속적인 전력소비 증가세를 예측한다면, 아마도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할 것이다.

    만약에 정부가 낮아지는 경제성장률과 전력소비 증가 추세를 반영하여 이번 7차 전력계획에서 전력수요 정점을 전망한다면, 획기적인 변화가 될 것이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올해 파리에서 열린 국제기후협상에서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환경부는 신기후체제에 대비하기 위해서 포스트 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위해서 애쓰고 있다. 그 노력 성공 여부 그리고 산업부와의 힘겨루기의 결과에 따라 수요정점이 예고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핵발전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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