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지식 경향의 혁신학교
    [민경우의 교육담론] 진보교육감 당선에서 나아가야
        2015년 03월 31일 10: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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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우의 교육담론 칼럼을 새롭게 시작한다. 필자는 이전 레디앙에서 <탐구, 진보21>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진보운동의 혁신과 재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는 글이었다. 이번 새로 시작하는 칼럼은 ‘한국의 교육’를 둘러싼 필자의 경험과 문제제기와 비판들을 담고 있다. 필자 스스로도 예민한 지점까지 다루겠다고 한다. 주제의 예민함보다는 그 주장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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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2012년 4월 사회운동을 접고 학원을 차렸다. 금천구에 학원을 열면서 목표했던 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지원과 교육협동조합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교육현실과 교육 개혁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본 연재에서는 지난 3년 동안 현장에서 느꼈던 바와 이후 진로에 대한 나름의 모색을 담고자 한다.

    나는 여전히 3년 정도된 풋내기 학원 원장이다. 따라서 교육현실에 대해 잘 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내가 느꼈던 바를 가감 없이 예민한 지점까지 다루고자 한다. 건설적인 논쟁이라 생각하고 너그럽게 보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혁신학교와 전교조

    우리 운동의 결정적인 분기점 중 하나는 혁신학교가 성공하는 것이다. 2014년 6월 진보교육감의 당선은 2011년 무상급식으로부터 시작된 (교육계의) 진보적 흐름의 정점에 있다. 따라서 이 흐름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은 진보운동의 대중적 지반을 공고히 하고 진보의 새로운 기운을 진작시킬 수 있는 결적적인 고리이다.

    운동은 마구잡이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사회세력에 기초하여 새로운 대안과 성공사례를 축적해 가며 체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무차별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력한 사회세력에 천착하여 그로부터 운동의 동력을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내가 사회운동을 하면서 가장 중시했던 대목도 위 부분이었다. 과거에는 노농학(노동자,농민,학생) 등과 같은 강력한 사회세력이 있었다. 노동자는 노조와 파업, 농민은 농민회와 아스팔트 농사, 학생은 학생회와 거리 시위 등이 그것이다. 80~90년대 제대로 된 진보정당 하나 없었음에도 대사회적인 영향력과 재생산 구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사회운동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사회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농학의 위력은 예전 같지 않다. 노농학을 통해 사회운동의 전망을 거는 것은 무망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지면을 통해 언급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무상급식 이후 2014년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으로 이어졌던 일련의 흐름은 진보적 중산층이 교육 문제를 두고 유력한 사회적 흐름을 형성하는 강력한 조짐이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위치한 것이 혁신학교와 전교조이다.

    2015년 현재 혁신학교와 전교조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혁신학교의 결정적인 맹점은 탈지식 경향이다. 70~90년대 진보 버전인 인문주의, 자연친화적 경향, 평균주의 등을 결합한 혁신학교의 패러다임은 고도 지식사회라는 시대적 흐름과 어긋난다.

    사교육이 문제는 문제다. 어떨 때는 학부모들 대부분이 정상이 아닌 듯하다. 과열 사교육을 교육 문제의 핵심으로 보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사교육에 따른 폐해나 비용보다 본질적인 것은 고도 지식사회에 맞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학교는 최첨단 지식을 어떻게 효과적이고 즐겁게 가르칠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두었어야 한다.

    그런데 혁신학교가 탈지식성향에 묶여 첨단 지식을 대중화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를 주변적문제로 처리해 버리면서 대중의 열망은 혁신학교에 대한 우려와 반감으로 번지고 있다. 혁신학교는 초등학교를 넘어 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반학교는 야자 강화라는 보수적 기조로 선회하고 있다.

    혁신학교를 지탱할 가장 강력한 집단은 교사와 전교조이다. 올 초 치러진 전교조 선거의 핵심 공약은 혁신학교를 제대로 만들겠다는 것이었어야 한다. 90년대 참교육이 대중의 마음을 장악했던 것처럼 단 하나의 메시지, 혁신학교를 즐겁게 제대로 가르치는 학교로 만들겠다는 것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는 교사 그리고 전교조는 자신의 안정된 노후를 지키겠다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보인다. 그리고 전교조 선거는 반정부, 노동자성과 같은 낡은? 진보담론과 교사들의 기득권이 교묘히 결합된 결과로 보인다.

    진보진영은 또다시(진보정당에 이어) 귀중한 기회를 놓치고 있는 듯하다.

    필자소개
    전 범민련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의견공동체 ‘대안과 미래’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서울 금천지역에서 ‘교육생협’을 지향하면서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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