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으로 추하다,
    현대‧기아차의 '통상임금' 입장
        2015년 03월 30일 02: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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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3월 29일이다. 이틀 뒤면 3월 31일이다.

    2014년 10월, 체결된 현대자동차 노사 간 단체교섭 합의서에 의하면 통상임금과 관련하여 “…소송은 유지하되 노사 자율적 논의를 통해 2015년 3월 31일까지 시행시점을 포함한 통상임금 개선방안을 1심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합의한다”라고 하였다.

    ​작년 현대자동차 노사 간에 통상임금 문제를 2015년 3월 31일까지 미루는 잠정 합의서(안)이 나왔을 때 나는 강한 반대 의견과 동시에 “회사가 2015년 3월 말까지 합의를 안 해주면 어쩔 꺼냐?”라는 우려(지적)를 몇 차례 주장한 바 있다. 지금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노사 간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체결한 합의서가 지켜질 것이냐? 아니면 묵살될 것인가? ​ 불과 48시간 뒤면 그 결과가 밝혀질 것이다.

    그런데 한심한 것은 3월 31일이 코앞인 데 아직까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통상임금 확대’에 대한 현대차 회사측의 ‘제시안’조차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통상임금 확대와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였고, 대학교수 4명을 자문위원회로 구성하여 지난 2월, 일본, 유럽 등지로 나돌아 다니면서 ‘벤치마킹’을 한답시고 언론까지 동원해서 대대적으로 떠들었다.

    드디어(?) 지난 3월 ​20일, 임개위 4차 본회의에서 벤치마킹을 마친 자문위원들이 다음과 같은 임금체계 개선 방안을 제출했다.

    1) 기본급 중심의 임금체계 및 임금구선 단순화

    (기본급 중심의 임금인상, 복잡한 수당 통합 및 폐지, 지급기준 단순화)

    2) 직무.역할의 사치에 따른 수당 재조정

    (노사공동 직무조사 실시, 직무와 역할 간 난이도, 숙련도 역량 관련 수당 재조정)

    3) 숙련 기반 임금체계(도입)

    (노사공동 숙련위원회 구성, 1단계 숙련 습득단계 임금인상은 낮게, 2단계 숙련 향상단계 임금인상은 높게, 3단계 숙련 완성단계, 임금인상은 낮게)

    4) 공식적인 성과분배제 도입(노사공동 성과분배위원회 구성)

    현대자동차 임개위 자문위원회가 3월 20일 제출한 개선방안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현대자동차 임금개선 문제는 노사 간 공동으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직무와 숙련과, 성과분배 등에 대해서 조사하고, 연구하고, 분석하고, 합의해서 추진해야 할 장기 과제다”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2014년 노사 간 합의서를 기초로 보면, 회사측이 주장한 임금체계 개선은 이미 자문위원회에서도 “3월 31일까지 해결 할 수 없는 장기과제”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노동조합(지부)에서 요구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통상임금 확대’다. 그런데 3월 31일을 불과 이틀 남겨놓은 지금까지 회사측은 통상임금 확대에 대한 그 어떤 방안조차 제출하지 않고 게기고 있는 것이다.

    그냥 게기는 정도가 아니고, 노사 간 공식회의 석상에서는 ‘안’조차 제출하지 않으면서 회사측 선전물을 통해서 “총액임금 범위 내에서 결정해야 한다. 한국GM 통상임금 확대 후 기업이 망할 판국이다”는 식으로 조합원들을 기망하며 합의시한인 3월 31일을 기다리는 꼴이다.

    이런 마당에 현대자동차 노무관리 ‘전문가’라는 윤여철 부회장은 3월 25일 언론에 대놓고 “통상임금 소급분 청구 소송에서 회사가 이겼기 때문에 노조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노사 간에 체결한 합의서에는 분명히 “노사 자율적 논의를 통해 2015년 3월 31일까지 시행시점을 포함한 통상임금 개선방안을 1심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합의한다” 고 했는데, 노무 총괄부회장이 언론에 대놓고 “소송에서 회사가 이겼기 때문에 노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못 박아버리고, 심지어 “통상임금 확대, 협상대상이 아니다”고 떠드신다.

    현대자동차지부, 자존심도 없나? 노무관리를 총괄하는 부회장이 노사 간 합의서를 이런 식으로 개무시하고 설치는데, 통상임금 확대에 대한 노사합의 시한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끝까지 게기고 있는 회사측의 태도를 보면서 ‘분노’ 이런 것도 안 생기나? 당장 지부 간부와 조합원을 본관 앞으로, 본사 앞으로 총 집결시켜 뭔가 한 판(?)해야 하는 거 아닌가?

    ​현대차뿐만 아니다.

    3월 26일 기아자동차지부 공식 선전물인 ‘함성소식’을 읽어보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기아자동차지부도 현대차와 같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합시켜라”는 요구를 하면서 노사 간 교섭이 진행 중이다.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와 달리 상여금 지급기준에서 “15일 미만자 지급 제외”라는 조건조차 없기 때문에 법적 소송에서도 노조(지부)가 패배할 이유가 없는 사업장이다.

    그런데 기아자동차 회사측은 3월 26일 통상임금 문제를 논의하는 노사공동위원회 4차 본회의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통상임금(2시급)를 높여달라”는 노조(지부)의 요구에 대해서 회사측이 내던진 제시안은 한마디로 “엿먹어라”는 수준을 넘어선다.​

    기아차

    ​2015년 3월 26일 기아자동차지부에서 발행한 소식지 내용임

    기아자동차지부에서 대법원 판결과 삼성, LG, 현대중공업, 미포조선, 대우조선 등 이미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제도를 기아자동차 조합원에게도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회사측이 내놓은 제시안은

    “통상시급(2시급) 계산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기존에 240시간(기본급)과 226시간(통상수당)을 243.33시간으로 늘리자”는 개악안을 내놓고, “월차 제도를 폐지하자. 연차 한도를 25개로 하자. 심야수당을 낮추자. 휴일특근 지원비를 없애자. 생리휴가비 무급과 미사용 시 무급이다. 생계보조금 없애자. 휴직급여도 일부 없애자. 퇴직금 누진제 없애자. 중식잔업수당도 줄이자”는 것이다.

    ​날강도도 이런 날강도는 없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니, “어떻게 올려주겠다. 무엇 때문에 못 올려준다”는 답변은 고사하고, 아예 “지금까지 회사가 주었던 이런저런 임금 모조리 내놔라, 시발놈아”라는 식으로 덤비는 꼴이니…..

    ​”노사 간에 소송결과와 관계없이 2015년 3월 31일까지 통상임금 개선방안을 합의한다”고 노사가 합의서를 ​작성했는데, 1심 판결에서 회사측이 이겼다고 언론에 자랑(?)질을 하면서 “통상임금은 노조와 교섭대상이 아니다”고 떠들어대는 현대차 그룹 노무관리 총괄부회장, 그러니 그 밑에 있는 현대차 사장은 합의 시한인 3월 31일이 눈앞에 왔는데 아직까지 ‘제시안’조차 던지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며 게길 수밖에.

    법원 재판에 가면 회사가 질 것이 뻔한 기아자동차 교섭장에 나선 회사측은 하루아침에 날강도처럼 돌변해서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할려면 지금까지 회사가 줬던 거 모조리 포기해라”는 식으로 겁박을 해대는 기아자동차.

    2015년, 현대-기아차 노무관리 방식이 참 추하다. 추잡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왜 만날 파업이냐?”고 질책을 하시는데, 통상임금 하나만 보더라도 이런 식으로 노무관리를 하고 있고, 그런 분들이 ‘노무관리 전문가’라는 칭송을 받으며 설쳐대고 있으니, 어쩌면 파업은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생존법칙’이라는 게 있다는데, 현대자동차 노사관계가 갈등과 충돌로 늘 시끄러워야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생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아직까지 현대차 그룹의 노사관계가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절반의 원인이 이런 것이 아닐는지….

    필자소개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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