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책소개]『지금 여기 페미니즘』(이유미/ 사회운동)
        2015년 03월 28일 09: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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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한 소년이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나는 ISIS를 좋아한다’는 글을 남기고 시리아로 떠났다. 물론 페미니스트에 대한 증오와 IS에 대한 호감 사이에서 어떤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장기불황, 불안정한 국제관계, 인종주의와 테러리즘의 부상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한 세계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페미니즘이 증오의 대상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터넷 게시판을 둘러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페미니스트는 하이힐 신기 불편한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여성전용 지하철 칸이나 만들자고 주장하는 사람들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지금 여기 페미니즘

    페미니즘의 과잉이 아니라 과소가 문제

    이처럼 페미니즘의 처지가 궁색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 경제, 사회적인 원인도 있을 테고, 쉽게 변화하지 않는 보수적인 사회질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페미니스트란 일부 여성의 특수한 이익만을 앞세우는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오늘날 한국은 페미니즘의 과잉이 아니라 페미니즘의 과소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고위직 여성들이 늘어나고 여성가족부가 만들어지는 등 여성의 권리는 외형적으로 신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대다수 여성들이 처해있는 고통과 곤란함을 해결하는 데 페미니즘이 큰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이 기존 질서를 변화시키는 보편적 사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어려웠다.

    지금 여기 페미니즘

    페미니즘이 다시 유효한 사상이자 운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다수 여성이 겪고 있는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책이 ‘지금 여기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을 달게 된 이유다.

    먼저 저자는 성별분업과 여성노동에 대한 저평가, 성폭력과 성매매 등 여성이 처한 현실을 진단한다. 그리고 이런 여성의 현실을 자본주의적 가족제도의 모순 속에서 분석한다. 나아가 여성이 쟁취해야할 권리를 제안한다. 여성이 자신의 육체와 정신에 대해 온전히 통제할 수 있기 위해서는 노동의 권리, 성욕에 대한 권리, 모성에 대한 권리가 필요하다.

    여성권에 대한 친절한 교양서

    이 책은 저자가 지난 몇 년간 페미니즘을 주제로 노동자와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강의, 토론모임, 세미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집필되었다.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거나 낯설어 하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쟁점들을 풍부히 담았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통념들을 페미니즘의 렌즈를 거쳐 낯설게 볼 수 있게끔 서술했다.

    또한 여러 독서모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함께 책을 읽은 사람들이 토론할 수 있는 꼭지도 넣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보다 쉽게 접하고, 여성의 현실을 바꾸는 길에 함께 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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