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5주기,
    남북 대립 심화와 여야 안보경쟁
        2015년 03월 27일 06: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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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사건 5주기

    3월 26일은 천안함 사건 발생 5주기가 되는 날이다. 북한은 24일 자신들은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다며, 따라서 사과도 할 수 없고, 천안함 사건을 구실로 남한 정부가 취한 5.24조치 해제는 회담에서 논의할 것이 아니라 지체 없이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천안함 폭침은 이미 국제 공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의 소행임이 명백히 밝혀진 사안”이라며, “5·24조치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5.24조치 해제에 대해서는 야권이 전체적으로 꾸준히 주장하고 있었고, 여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는 5.24조치를 해제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데 반해, 이인제 최고위원이나 정병국 의원 등은 5.24조치 해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의 경우 최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를 받는 등 원칙은 지키되 조금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천명한 것은 5.24조치 해제라는 실익보다는 대북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고, 남측의 대화 요구에 응하기 보다는 대화의 문턱을 높여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대북 전단 살포 갈등, 일시적 봉합 그러나 곧 불거질 문제

    한편, 천안함 사건 5주기를 맞아 탈북자 단체와 보수단체 등이 대북 전단 살포를 공언하고, 이에 대해 북한이 “삐라 살포 시 물리적 타격을 가할 테니 인근 주민은 대피하라”고 위협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들 단체는 일단 26일에는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나,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대북전단을 보내지 않겠지만 사과를 거부하면 전단을 날려 보내겠다고 천명했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에, 이들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그에 대한 북의 물리적 대응 등은 잠시 유예되었을 뿐, 곧 다시 불거질 문제이다.

    여야 대표의 경쟁적 안보 행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강연을 통해 북핵에 대비하는 안보가 제일 우선이라면서, 사드 배치를 강변하는 와중에 “‘핵보유국’으로 봐야한다.”고 말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버리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북이 핵무기를 실제로 보유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런 상황 판단에 입각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라는 것과, 국제법과 정책적 의미를 갖는 ‘핵보유국’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하느냐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데도 경솔한 언행을 일삼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핵을 이고 사는 나라의 여당 대표가 불법 핵무장국과 합법적 핵보유국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해병대 방문 현장에서 “천안함 폭침 때 북한의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서 천안함 타격 후 북한으로 도주했다”며 북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인정했고 다른 자리에서는 천안함 폭침은 새누리당 정권의 안보무능의 결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천안함 사건과 5.24조치 해제의 관계와 해법

    남한 정부와 여권 지도부, 북한 당국의 입장과 해법이 전혀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천안함 사건의 원인 제공자로서 북한의 개입 여부와 5.24조치를 1:1로 직접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런데 이런 접근법을 취하면 남북 양자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다르기에 해결의 접점을 찾을 수 없다.

    남한 사회 일각과 북한 당국은 그 해법으로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것과, 양자가 공히 포함된 공동조사 등을 주장하기도 했었다. 2010년 당시에는 이게 합리적인 해법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국제적 공동조사에 의해 진실이 규명되었다며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종북’이라고 정부와 보수집단이 주장하는 상황에서 그런 해법 역시 남과 북 및 우리 사회 내에서 합의에 도달하기 힘들며, 우리 사회 내에서 주장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만 곤란하게 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해법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첫째, 두 사안을 완전히 분리시키거나 관계를 희석시키는 것이다. 5.24조치는 북을 응징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나 오히려 남측 기업의 피해가 더 컸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이제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 한, 혹은 그런 입장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혹은 그런 사람에게 있어서) 문제를 풀어가는 실용적 해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면, 입지가 약화되는 약점이 있다.

    둘째, 천안함 사건의 원인을 서해를 중심으로 한 정전체제의 한계, 특히 (그 전년도인 2009년 11월의 대청해전 등) 악화된 남북관계에서 찾고, 해법을 남북관계의 회복과 발전을 통한 대립의 약화, 서해평화협력지대의 창출 및 궁극적으로 정전체제의 해소에서 찾는 것이다. 5.24조치 해제-대북전단 살포 등 상호비방 금지는 이런 해법을 추구한다면 현 단계에서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실천적 조치로서의 주장이다.

    한편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천안함 관련 발언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측의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것이냐’라는 공세에 대한 방어와 역공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는 있다. 그런데 ‘누가 안보에 더 유능했느냐’라는 접근법은 양날의 칼이다.

    안보를 앞세우지만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방산비리가 만연하는 등 안보를 더 위험한 지경에 빠뜨린 새누리당 정권에 대한 공격도 되지만, “튼튼한 안보에 기초해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풀어나간다”는 과거 민주당 정권의 노선과 입장에 머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느라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기 전 동 정권이 군비증강 속도를 상대적으로 완화시킨 것을 비판하며, 4대강 사업에 쓰지 말고 군비증강에 힘쓰라고 주장했던 민주당 일각의 행태는 그런 노선과 입장이 부정적으로 표현된 대표적 예이다. 이번에 문 대표도 북 잠수정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언론이 보도한 해병대 방문 현장에서 “새정치연합은 국방 관련 예산을 한 푼도 깎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이 북한 총GNI(2013년 33조8840억 원)보다 많은 국방비(2013년 34조4970억 원, 2015년 37조 4560억 원)를 쓰고 있고, 이에 대응해 북이 핵 등 비대칭 무기를 강화시키는 문제점이 있는데도 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 등의 사례에서 보듯 사드 배치가 필수불가결한 듯이 주장하는 새누리당의 언행의 문제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북핵 대비 안보 제일 운운하면서도 북핵 문제의 성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그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안미경중(安美經中)’ 운운하면서도 실제로는 미중 대결체제의 전진기지를 자임해버리는 사드 배치를 옹호함으로써 안보와 외교를 더 어렵게 하고, 경제를 해치는 행위를 무책임하게 일삼고 있다.

    문제점에 있어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 모두 안보에 대해 이런 언행을 보이는 것은 우선, 북의 핵과 미사일 능력 증강과 서해상의 긴장 고조 등 한반도 안보환경이 악화되고, 그에 따라 대중의 안보 불안감이 증가됨에 따라 이에 수동적, 즉자적으로 반응하는 데서 기인하고 있다.

    북을 비판하고 안보를 강조하는 것이 편하기는 하겠지만, 우리 안보의 핵심 과제인 북핵 문제의 합리적 해결뿐만 아니라 남북의 평화적 공존 자체에도 오히려 역행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퇴행적 정책으로부터의 탈출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은 방향인 것이다.

    보다 근본적 원인을 짚자면, 안보가 무엇이며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하는 관점이 낡은 데서 비롯된 것이며 안보를 단지 군사력 증강과 동맹의 강화 등을 통한 (우리만의) 절대안보로 이해하고 그것의 달성을 추진하는 것은 구시대의 낡은 접근법이고 남북관계 및 주변국과의 관계 발전과 긴장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의 경우도 그들이 말하는 튼튼한 안보라는 것은 한미동맹을 대전제로 하게 되는데, 참여정부 시절의 전략적 유연성 인정에 이어 한미일 3각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안보 관련 진보의 대안적 관점과 과제

    안보에 대한 각론적 정책도 중요하지만, (앞에서 짚은) 여야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대안적 관점을 확고히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군사안보를 뛰어넘어 복지국가 및 경제적 담보 능력과 모순되지 않는 ‘포괄안보’, 절대안보가 아니라 상대의 안보를 나의 안보의 전제로 삼는 ‘공동안보’를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 대 대대적 군비증강이라는 악순환의 사슬을 끊고 상호군축의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협 등 남북관계 발전만으로 북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바꿀 수 있느냐’, ‘북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에 대해 기존의 해법으로 해결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정책적 내용을 준비하고, 정책과 노선을 선도해야 한다.

    적어도 참여정부 등이 보여준 북핵 해결에서의 능동적 행위자, 평화체제 구축과 연계된 포괄적 해법의 원칙 등을 현재의 변화된 상황에 맞게 창조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제안과 해법이 한미 등에서 사회적 화두가 되게 함으로써 정부 정책을 선도하는 행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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