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10시간 그릇 닦기,
    청년 해외취업의 실제 모습?
        2015년 03월 25일 08: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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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청년 일자리 부족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정부가 청년 해외취업 지원사업인 ‘세계로 프로젝트’와 K무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 중동 등까지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사전 교육과 사후 관리가 매우 열악해 처음 근로계약 조건과 다른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무브 정책을 운영하는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은 23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고 호주에 오자마자 호텔 프런트에서 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몇 달은 그릇을 닦고, 룸서비스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가야 한다”며 “일부 언론에서 ‘해외인턴 보냈더니 그릇 닦더라’며 비판 기사를 쓰기도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처음부터 쉽게 되는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이 매체는 “이 장관은 이날 해외 진출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도전정신을 주문하면서 K무브 사업을 대폭 개편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청년들의 항의에 K무브를 주관하는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이 ‘도전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부 장관으로서의 책임 방기라는 비판도 있다.

    케이무브

    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은 25일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해외로 나갈 수 있을 정도의 청년이면 이미 충분히 도전하고 있는 청년이다. 제대로 된 교육은커녕 불법적이고 비인간적인 노동에 상처를 받고 있는데 이걸 참으라고 하는 것은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장관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부적절한 언사”라며 “청년들이 출발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고, 계속 접시 닦다보면 나아지는가? 이런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K무브는 실제 채용을 목적으로 해외업체와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노동’에 역점을 둔 사업이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세계로 프로젝트는 교육을 중심으로 실무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해외취업 역량을 육성하는 ‘교육’ 중심의 사업이다. 2009년부터 지난 해까지 총 1만 5000여 명의 학생들이 이 사업을 통해 해외로 진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해외로 진출한 청년들이 식당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그릇만 닦는 일을 하는 등의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점이다. 최초 근로계약조건에 어긋나는 등 사후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언어 문제 등 사전교육이 미비한 데에서 비롯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 국장은 “외식업체에 취직해서 애초에 약속된 고용조건은 일주일에 이틀은 휴무, 일주일에 40시간, 하루 8시간 근무를 하게 되어 있었는데 하루 10시간이 넘게 12시간씩 일을 하게 되고, 쉬는 날도 일주일에 하루밖에 보장이 안 되고, 사실상 굉장히 취약한 상태에서 굉장히 강도 높게 애초에 약속한 고용조건과 다르게 일하고 있는 사례가 많이 알려지다”고 전했다.

    그는 “애초에 업체 선정과정에서부터 기준이 강화되어야 한다”며 “해외 기업 같은 경우에는 청년들이 교육생 신분으로 오니까 저임금으로 활용하기 좋은 조건이고, 임금을 절감하려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부분을 정부가 강력하게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노동환경이나, 업무나 교육의 내용, 기본적인 생활에 대해서도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계약조건과는 다른 노동을 하는 것에 대해 현지 노동 관련 부처에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는 물음에 정 국장은 “해외인턴 프로그램을 꽉 채워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돌아와야 경력이 인정되는 시스템이라서 청년들이 부당함을 느낌에도 문제제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인턴 제도의 맹점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생이라는 신분이 강조되다 보면 노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해져서 노동법을 회피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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