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노동부 대면,
    처음부터 끝까지 평행선 달려
        2015년 03월 24일 05: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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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이기권 노동부 장관을 24일 만났다. 민주노총은 정부 가이드라인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 논의 중단과 민주노총 침탈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했다. 반면 노동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노사정위 합류 등 지속적인 대화만을 강조했다.

    노사정위 논의 등 분명한 몇가지 쟁점 가운데 단 하나도 뜻이 통하는 사안이 없어 향후 노동계와 정부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첫 면담이 어그러지면서 민주노총의 4월 총파업 기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상균 위원장 “국민 기만하는 노사정위 중단하라”
    이기권 장관 “불가능…. 대화하자”

    이기권 노동부 장관 등 노동부 측은 이날 서울 정동에 있는 민주노총을 방문했다. 한상균 집행부의 직선제 선출 이후 첫 면담이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민주노총은 정부가 강행하려는 노동시장 개악과 비정규직 확산, 일반해고, 연금 개악 등 잘못된 노동탄압 정책에 대해 엄중한 항의와 경고의 뜻을 장관께 직접 전달하고자 어렵게, 무겁게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비정규직 격차를 줄이는 것은 정부나 노동계나 지향점은 같다. 하지만 방법이나 의견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와 노동계가 늘 만나 대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 창구를 마련해 국민의 방향에 맞는 노사정 관계와 노동운동을 해 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핵심 요구사항인 “현 정부는 모든 노동자를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 이라는 수렁으로 밀어내는 정책들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 첫 조치는 노사정위 논의의 즉각 중단”이라고 강조했다.

    노사정위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민주노총에 이 장관은 되레 노사정위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한 위원장은 “노사정위에 참여해 공식‧비공식 정책 협의하자는 주문 있었다”며 “(노사정위 내 노동계가) 들러리가 되는 것과 실효성의 문제를 제기했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노사정위 즉각 중단하지 않고는 참여 요청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노동부는 완강하게 버티며 계속해서 대화하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노동부 대변인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노사정위 논의를 지금 중단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합리적이지도 않다”며 “노사정 협의과정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승적 결단으로 들어와서 어렵지만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논의를 중단할 여지가 없음을 밝혔다.

    노동부 민주노총

    오른쪽 두번째가 한상균 위원장, 그 왼쪽이 이기권 장관(사진=유하라)

    한 위원장은 이 같은 노동부의 입장에 대해 “노사정위를 앞세워 국민을 속이고 정부 시행령이나 가이드라인으로 정부정책을 강행하고자 한다면 2015년은 재벌의 편에선 정부가 만든 갈등과 파급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침탈 사건 사과해야”… 이기권 “재발 안 되려면 대화해야”

    지난 2013년 12월 22일 경찰병력의 민주노총 침탈 사건에 대한 노동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입장이다. 이에 노동부는 일단 대화를 해야 한다며,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한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5천여 병력으로 철도노동자들의 합법 파업을 짓밟으며 바로 이 장소 민주노총에 난입했던 현 정권의 민낯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아무런 사과나 반성 없이 만나자고 했던 정부의 태도가 지금도 여전하다면 오늘 이후에 달라질 것은 없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은 “노동부에선 잘못된 부분이었고 미안함을 표현하고자 했으나 진정한 사과나 반성으로 인식할 수 없다는 의사와 사과 반성이라는 정확한 표현으로 다시 해달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당사자들끼리 소통 노력이 필요하고 대화를 하면 그런 것들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통과 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의 발언을 노동부 측에서 수정하면서, 민주노총 침탈 사건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없음을 확고히 한 셈이다.

    민주노총, 박근혜 대통령 면담 요구…거부 시 총파업으로 대응 ‘경고’
    이기권 장관 “대통령 말고 나랑 얘기하자”

    민주노총은 지난달 25일 4월 총파업 결의와 함께 대정부 요구안을 밝히며, 정부의 답변과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은 대통령이 아닌 노동부와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은 “정부가 노동자들의 호소를 묵살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3월 말일까지 정부는 이전과 명백히 다른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노동자를 탄압해서 권력을 지키려는 정권은 결국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이 나라는 노동시장의 구조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자본과 권력의 경쟁력이 낮은 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좋은 일자리를 늘릴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재벌들의 의지가 없다는 것 또한 안다. 이러한 현실 앞에 정부는 국민에게 진솔한 답변을 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 자리가 박 정권의 반성이 시작되는 첫 계기가 되길 바란 뿐”이라며 “오늘 이후에도 정부가 민노총의 요구에 화답하지 않는다면 민노총의 총파업 투쟁의 마지막 통첩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대통령 대신 노동부와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기권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 추진 약속보다는 본인들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오늘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노총이 대화를 더 할 수 있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사과와 반성 없이 노동부와의 대화만을 요구하는 현 상황은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과 어떤 대화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 또한 “시한 내에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미 분노하는 시민과 총파업 결의하고 있는 전체 노동자들과 함께 힘을 합쳐서 잘못된 정부 정책들을 바로잡는 강력한 투쟁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정권이 말하고 있는 일자리 포함한 모든 문제들은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질타했다.

    한상균 “박근혜 정권 기조는 재벌 중심, 노동자를 대화 상대로 보지 않아”

    한 위원장 또한 “노동부 장관의 철학이 제가 보기엔 재벌들의 이해와 다르지 않다고 느꼈고, 이것이 현 정부의 입장인 것들을 느꼈다”며 “박근혜 정권의 기조가 재벌 중심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할 것이고, 세계적인 추세와 무관하게 (노동시장구조개악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짧은 시간에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면담에 대해 “지난 민주노총 침탈에 대한 사과를 그리고 반성을 요구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피해가는 장관의 입장을 확인했을 때 박근혜 정권은 노동자들을 대화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고 지적했다.

    이날 면담에서 민주노총은 노동 현안 등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TV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노동부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실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 다수의 지적이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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