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경험한
범죄사회 대한민국의 민낯
[책소개]『누가 진짜 범인인가』(배상훈/ 앨피)
    2015년 03월 21일 1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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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로서 범죄자의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보고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친딸을 성폭행한 아버지, 연쇄강간범, 의붓자식을 잔혹하게 학대한 계모……. 법의 처벌을 받았지만 인간적으로 도저히 용서받기 어려운 이들. 그러나 범죄자 몇 명을 법의 심판대 위에 세운다고 해서 사회 정의를 이룰 수 있을까?”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분석한 범죄사회의 모습

곗돈 사기와 몰카 범죄 등 일상생활의 작은 범죄부터, 정남규와 강호순 등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던 강력 연쇄살인 사건까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종다기한 범죄의 발생 경과와 수사 과정, 법적 처분과 피해자/가해자 처우를 비롯하여 범죄 사건이 사회적으로 수용 · 소비되는 양상과 효과를 사회적 맥락에서 꼼꼼히 짚어 내고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가 다루는 범죄가 책장 한켠에 자리 잡은 먼지 앉은 범죄심리학 교과서 속 이야기거나, ‘미드’(미국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냉혈한 사이코패스의 엽기적인 범죄 사건 혹은 현장 수사관이 건넨 자료를 가지고 책상에 앉아 펜으로 써 내려간 범죄 분석 보고서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로파일러로서 수사 현장에서 발로 뛰며 느낀 갈등과 고뇌, 분노, 눈물, 연민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사회적 관점을 일관되게 견지한다. 대한민국 범죄 현장 한가운데 선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범죄 너머의 범죄, 범인 뒤에 가려진 진짜 범인의 실체를 대면하게 된다.

누가 진짜 범인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이 책의 저자 배상훈은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파일러’라고 하면 길 그리섬 반장이 지휘하는 <CSI 과학수사대>를 먼저 떠올릴 테지만, 알다시피 드라마 속 수사 현실과 우리나라 경찰의 현실은 매우 다르다.

한국 경찰에서는 2004년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을 첫 채용한 이래로 3년 동안 40여 명을 선발했고, 그중 지금까지 현직에 남아 있는 프로파일러는 채 20명이 안 된다.(2014년 4명 충원)

‘가족’을 전공한 사회학 박사 배상훈은 2004년 경찰청에서 공식특채 선발한 1기 프로파일러로서 2009년까지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성북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 과학수사팀 등에서 근무하며 서울서남부 연쇄살인범 정남규 사건, 경기서남부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안양 초등학생 살인범 정성현 사건, 마포발바리 사건, 광진발바리 사건, 시흥발바리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그 현장 경험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모든 범죄에는 이유가 있다

경찰은 왜 연인원 31만 명을 동원하고도 개구리 소년들의 유해를 찾지 못했을까? 교생 시절 제자를 성적 노리개로 삼아 이용하고 폭행을 가해 죽음으로 내몬 여성은 사이코패스일까 소시오패스일까? 강호순에게 희생된 여성들은 연쇄살인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는 와중에도 왜 강호순의 차에 순순히 올라탔을까?

‘묻지마 범죄’의 원조 정남규가 2년 동안 완전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까닭은? 존속살해 사건은 왜 얼굴이나 목 위쪽에 대한 공격이 많이 나타날까? 거액의 곗돈 사기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2차 곗돈 사기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는? 왜 강간범은 방화범보다 멀끔하고 준수한 외모가 많을까?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비롯하여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행동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기승전결, 원인과 결과라고 해도 좋다. 이는 피해자들이 당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모든 행위는 사건을 둘러싼 이들이 처한 상황에서 기인한다. 프로파일러는 그 이유를 찾는 사람이고, 이를 위해 범죄를 둘러싼 이야기에 집중한다.

프로파일러는 단번에 범인을 지목하지 않는다

사람의 삶과 죽음에 모두 사연이 있듯이, 모든 사건에는 ‘이야기’가 있으며 그래서 모든 범죄 현장은 단순하지 않다. 그 이야기 안에는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개인적 특성뿐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범죄자가 만들어지는지, 범죄 자체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지, 범죄를 사회(국가)통제 수단으로 작용하게 만드는 기제가 무엇인지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된다.

저자는 범죄가 특별한 누군가가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그 사람이 범죄 행동을 하게 된 요인은 무엇이며, 그중에서 무엇이 심리적·문화적으로 뚜렷한 행동의 결과를 야기하는지를 밝히는 것, 그것이 프로파일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파일러는 범죄 현장을 한 번 둘러보고 단번에 범인을 지목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것은 프로파일러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범죄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의 문제이다. 그래서 프로파일러에게 필요한 것은 심리학적 기반보다는 범죄학적 기반이며, 저자가 범죄의 사회적 맥락에 집중하는 이유이다.

안 잡는가, 못 잡는가?

프로파일러는 (연쇄)강력 사건의 범인을 잡는 최고의 전문가이다. 그래서 저자는 “강력팀 하나, 과학수사팀 하나만 지휘할 수 있게 해 주면 ‘유병언 사체’에 얽힌 의문도 3주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농담 섞인 말이지만, 강력 범죄와 미제 사건 해결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우리나라 수사 시스템이 그만큼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음을 의미한다.

범죄는 사회의 일부이자 하나의 시스템이다. 범죄를 범죄 그 자체로 본다면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며 특히 경찰, 즉 사법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기피한다면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 “단언하건대, 미제未濟 사건의 90퍼센트는 사법기관의 무능과 사소하고 기초적인 실수에서 비롯된다.”는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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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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