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취업 희망 기업 1위
    현대차 노동조합 역할, 과거 보고 현재를 생각한다.
        2015년 03월 19일 12: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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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울산에는 봄비가 내렸다. 제법 많이.

    부서에 조퇴증을 제출하고 12시에 회사를 나왔다. 어제부터 세워둔 계획은 오늘 조퇴를 하고, 오후 2시 30분 울산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간 나오토 일본 전 총리의 탈핵 강연회를 갔다가 집에 와서 고장난 보일러 수리도 요청하고, 내일 현장조직 정책 토론회 준비를 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잠깐 침대에 누웠는데, 창 밖으로 들리는 빗소리와 아파트 옥상에서 우리집 1층 베란다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눈을 감았는데 잠깐 졸았다.

    누워서 생각하니 오늘 신문기사에서 어제 간 나오토 전 총리의 부산 강연 내용을 자세히 읽어본 뒤라서 그런지 ‘울산 강연 가 봐야 어제 부산서 한 말이 전부겠지. 그리고 그곳에 가면 또 안면 있는 울산의 유명(?)한 사람들과 마주할 것이고, 언론사, 방송국 기자들이 오는거 아닌가?’ 라는 괜한 기우에 드러누워 미적거리다가 결국 강연 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다행인 것은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우리집 현관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어 문을 열어 줬더니 소독하러 오신 분이다. 그레서 우리 집 소독을 정상적으로 했고, 조금 있다가는 보일러 기사님이 방문을 하셨다.

    우리집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오늘 아침에도 찬물에 머리를 감고 출근했는데, 보일러를 점검한 기사님 하시는 말씀, “보일러 새 것으로 갈아야겠습니다. 오늘 주문하시면 내일 오전에 교체해 드립니다. 하루 더 보일러 없이 지내셔야 되겠습니다” 결국 보일러는 내일 교체하기로 하고, 냉기 속에 오늘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봄비가 오는 날 저녁, 진짜로 ‘정구지전이나 파전을 안주삼아 한 잔 하러 나갈까?’ 고심하다가 평소보다 일직 퇴근한 아내랑 집에서 저녁밥을 챙겨서 반주로 한잔 하고 말았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인터넷 기사들을 검색하니 2015년 상반기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가 현대자동차라고 한다.

    ​잡코리아 좋은 일 연구소가 18일 상반기 대기업 공채를 준비 중인 남녀 취업준비생 730명을 대상으로 ‘목표 기업’과 ‘지원자 스펙’에 대해 조사 결과 ‘목표하는 기업 1위’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체 응답률 27.0%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어 △LG그룹(18.2%) △삼성그룹(17.9%) △SK그룹(13.3%) △CJ그룹(5.6%) △이랜드그룹(4.0%) △한샘(2.1%) △현대그룹(3.6) △한샘(2.1%) △아모레퍼시픽(1.5%)이 상위10위에 올랐다.

    취업선호도(2015년_3월)

    ​​몇 년전, 어떤 모임에 가서 술을 한잔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참석자 중 내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활동가라는 사실을 잘 아시는 분이 나를 보고 현대차노조 파업을 문제 삼으며 욕을 바가지로 하신 적이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파업하는 거, 다 너그들 배만 채울려는 거 아니냐? 너희들은 배 부른 귀족노조가 맞다”는 식의 논조였다.​ 그분이 하도 나를 몰아붙이시니 옆에 계시던 분이 민망하여 “야, 이 친구야, 너 왜 그라노? 박유기씨가 뭔 죄가 있노? 친구야, 너그 아들도 이번에 하청에 있다가 현대자동차 정규직 입사원서 냈다 아이가?”라고 말리셨던 적이 있다.

    ​그렇다. 내가 아는 주변의 부모님들 대부분은 자식들이 현대자동차 정규직으로 취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신다.​ 나도 지난 시절 “니가 힘 좀 써봐라”, “박 위원장 빽이면 된다는데, 너무 야속하게 그러지 말고 우리 아들 좀 취직시켜두가. 후사는 섭섭챦게 하꾸마” 이런 식의 주위 사람들 부탁을 많이 받았다.

    심지어 내가 당신 아들 취직시킬 빽이 있는데 시켜주지 않았다고 감정적으로 틀어져서 지금까지도 서먹한 친지분도 있을 정도니…. 상상에 맡겨두자.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의 아들과 딸이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 취업준비생들 설문조사에서 현대자동차 선호도가 1위라는 사실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대한민국 기업들 중 상대적으로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고용안정, 근무환경, 기업복지, 사회적 인식 등에서 우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도 현대자동차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여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 임금, 노동조건, 기업복지 등에서 상대적인 비교에서 우월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현대자동차 사내 협력업체 사장과 관리자들 책상에도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려는 입사원서가 넘쳐난다는 소문이 나돈 지도 오래된 일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임금수준과 노동조건, 고용안정, 기업복지를 이정도 수준으로 만들었던 주체가 누군가?

    그것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지부)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1987년 7월 25일 노동조합을 만들고 27년 동안 구속, 수배, 해고, 징계, 손배, 가압류, 심지어 열사들의 목숨까지 던져가며 하나하나 확보해온 노동자들의 권리가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이다.

    물론,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재 권리도 결국 2003년 만들어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조합(지회)의 끈질긴 투쟁을 통해서 확보한 권리이지 그냥 회사로부터 주어진 권리가 아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지부)은 현대자동차 자본을 상대로 투쟁하며 대한민국 기업 중 취업 준비생들 선호도 1위의 상위그룹에 속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90년대 초반 전국 기업들의 임금인상을 선도했고, 1996년, 97년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 총파업의 선봉에 서 있었고, 2000년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저지 총파업 투쟁의 중심이었고,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노동정치의 중심 대오였다.

    그리고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계급적 이해에 전면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별 노조를 해산하고 2006년 금속산별노조에 가입했다. 민주노총 전국 총파업 실현의 가늠자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참과 불참이 가를 정도로 남한 노동운동의 중심대오였다.

    ​그런데, 2015년 3월, 우리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지부)은 보수진영, 진보진영,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쏟아지는 비판과 비난에 버티기조차 버거워하는 신세가 되었다.

    왜? 나는 몇 년전부터 이 질문, “왜, 이 지경이 되었나?”에 대한 답을 찾고자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살펴본다. 2015년 상반기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라는 현대자동차, 그 회사 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그만큼 만들었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지부)이 왜, 이렇게 되었나?

    반드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바로세워​야 한다… ​늦은 밤, 창 밖에 빗소리도 멈췄다.​

    필자소개
    박유기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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