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노동 동시① '바느질 여왕'
        2012년 07월 13일 02: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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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인권운동과 노동운동에서 세계의 가혹하고 열악한 아동노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어린이이면서 노동자이고, 극한적 노동조건에서 가혹한 착취를 받고 있는 아동노동의 현실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 분노, 애정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레디앙은 전세계의 아동노동 현실에 대해 고발하면서도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시선을 담고 있는 동시들을 연재할 예정이다. 연재될 작품들은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건 동화건 시건 평론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쓰고 있는 글쟁이이신 신지영 선생의 작품이다. 그림은 이창우 선생이 그려주셨다. 관심과 애정 부탁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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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노동자의 삶과 슬픔과 희망을 다루는 동시 연재를 시작하면서(신지영)

    초콜릿이 달콤한가요?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에 사는 12살 소년 에브라임은 6살 때부터 무려 6년간이나 초콜릿의 재료가 되는 카카오농사를 지었지만, 아직도 초콜릿의 맛을 알지 못합니다.

    13살의 파키스탄 소년 줄피카는 또래의 다른 소년들과 함께 최고 섭씨 60도로 사막을 달구는 뙤약볕 밑에서 10㎞ 경주를 벌입니다. 경주 도중에 떨어져서 낙타의 발길에 목숨을 잃는 소년들의 숫자도 상당수에 이릅니다.

    이 소년들만이 아닙니다. 여기에 소개하는 일련의 작품들은,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2억 4천만 아동노동자에 대한 착취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모두 현존하는 실제 사례들에 근거하고 있는 작품으로서 잔혹하고 가혹한 환경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힘들어 하는 아이들의 소리들에, 어른뿐 아니라 또래의 다른 아이들도 그 아이들의 처지에 한 번쯤 귀기울여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창작된 것들입니다.

    대부분의 동시는 현실의 얘기를 가감 없이 하기도 하는 동화와 달리 아이들의 순수성과 소박한 즐거움에 초점을 맞춰서 쓰여 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굳이 어른들이 그렇게 걸러내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신의 내부에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좋은 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예쁘고 좋은 것만 보여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다른 의미로 여기에 쓰인 동시들도 예쁘고 좋은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쓴 아동청소년문학평론이 ‘한국창작동화에서의 권력구조에 대하여’라는 패미니즘 담론이었습니다. 단순히 여성의 권력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사회의 소수 약자에 어린이를 상정하고 그 어린이들이 사회의 가부장적 권력구조에서 소외돼 있는 현실을 이야기한 글이었습니다.

    저는 그 평론에서 사회의 권력구조에서 소외당한 소수의 약자들은 서로 소통하여 연대해야 한다고 서술했습니다. 이 동시들은 그 평론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권력에서 소외돼 있는 아이들 중에서도 극단적인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아이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호받고 누려야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하루를 견디어 나가는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에게 소개 하고 싶었습니다. 구조의 모순 안에서 권력에서 소외된 아동들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어지 환경은 다르지만 이 동시로 모두가 서로 소통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 바느질 여왕>

    무릎사이에

    가죽조각을 끼고

    하나하나 이어 붙이다보면

    어둠이 달려오고

    하늘은 검은 망토를 둘러요

    깜깜한 밤이 되면

    해님을 꿰매서 하늘에 붙이고 싶어요

    더듬더듬 바늘구멍 찾다보면

    자꾸 마음이 어두워지고

    너덜너덜 웃음이 떨어질 거 같거든요

    실을 당겨서 휘어진 손가락에

    지문은 없어요

    어디로 갔는지 찾을 필요는 없답니다

    내 지문은 상표보다 선명하게

    축구공에 찍혀 있을 테니까요

    오늘도 바늘은

    서른 두개의 오각형과 육각형 조각을 꿰매서

    축구공을 만들어요

    매일매일 천 육백 이십 번의 바느질은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이어 붙여요

    내가 만든 축구공이

    골대를 통과해

    축구장 가득

    사람들의 함성을 터트릴 때

    어느덧 나는 바느질의 여왕

    사람들 마음을 한조각도 놓치지 않고

    하나로 이어 붙여요

     

    * 작품설명과 배경 :  한 개의 축구공을 만들기 위해선 1620번의 바느질이 필요합니다. 축구공의 대부분은 파키스탄의 시알코트에서 만들어지는데 공을 만드는 사람의 절반이상은 소녀들과 여성들입니다. 빠르면 5살 이전부터 일을 시작하는 소녀들은 바느질로 인해 손가락이 휘고 외피 조각을 붙일 때 쓰는 화약 약품으로 눈이 멀기도 하지만 한 끼라도 해결하기 위해 이일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루 12시간 일해서 받는 돈은 300원정도입니다.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골대를 통과해 함성을 끌어올리는 축구공 하나에 담긴 것이 진짜 무엇인지요. 그것은 푸른 들판에서 자신들이 만든 축구공 한번 차보지 못한 채 어두운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자신들의 생계를 이어붙이는 소녀들의 사라져버린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필자소개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건 동화건 시건 평론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쓰고 있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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