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동조합, 만능 아니다
    1주 1표 아닌 1인1표의 원리, 조합원 참여가 관건
        2012년 07월 13일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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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이다. 또한 한국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어 올 12월에 발효될 예정이다. 생협을 비롯하여 협동조합운동은 한국 시민사회에서도 중요한 운동과 조직으로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이에 레디앙은 협동조합의 역사와 의미, 장점과 단점, 이후 전망 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의견들을 실을 예정이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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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은 만능인가?

     최근 협동조합이 유행이다. 아니 2000년 이후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생협)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운동권뿐만 일반 사회에서도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 배추파동을 겪으면서 기획재정부는 생협이 1년 내내 가격 변동없이 배추를 공급하는 것을 보고 소비자협동조합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표방했다. 당시 기재부 차관이 생협연합회를 방문했을 정도이다.

    이런 바탕 속에서 올해 1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돼 오는 12월부터 시행이 돼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있다. 특히 기존 사회적 기업들이 협동조합으로 변신을 꾀하는 곳도 많다.

    협동조합이 유행을 하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협동조합을 이해하고 협동조합으로서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나는 평소에 생협과 특히 농협에 대해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퍼붓고 있어 협동조합 반대론자로 비쳐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필자는 협동조합에 대해 적극적 찬성이며, 자본주의 경제에서 경제적 약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수단임을 강조하고 싶다.

    협동조합은 대안인가?

    많은 좌파들이 협동조합을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어디까지를 대안으로 보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약자들이 살아가는 하나의 수단이지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대안은 아니다. 경제적 약자는 개별적으로 기업에 대항하기 어려운 소비자, 소규모 자영업자, 소농들을 말한다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의 경제력을 높이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강고히 하게 한다고 이미 증명돼 있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들이 공동구매, 공동생산 등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영리추구가 그 목적이다. 협동조합은 비영리조직이 아니다. 이번에 제정된 기본법에서도 협동조합은 영리법인으로 인정하고 있고, 다만 사회적 협동조합 등은 비영리법인으로 하고 있다.

    좌파들이 협동조합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협동조합과 공동체를 혼동하기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 농협 등의 생산자 협동조합은 생산수단의 사적소유가 인정되고 협동조합을 많이 이용하고 출자가 많을수록 배당을 더 받는 구조이다.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이용고배당, 출자배당이라고 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서 영리를 추구하고 이를 위해 자회사를 설립한다. 썬키스트는 농업협동조합에서 만든 농산물유통회사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서울우유도 협동조합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지 (주)서울우유가 아니다. 한국에서 생협은 비영리법인으로 돼 있어 배당이 금지돼 있다.

    협동조합이 주식회사와 다른 것은 1인1표제에 의한 민주적 운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는 주주총회에서 주식보유에 의해 결정권이 정해지지만 협동조합은 출자금액과 상관없이 1인1표를 행사할 수 있다. 사실상 이 부분을 제외하면 협동조합이 주식회사와 다른 점은 크게 없다. 다만 배분에 있어 개별적 출자에 대한 이윤보장보다는 조합원 전체의 이윤과 복지가 우선시 된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들이 거대 기업 등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졌을 뿐이지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우리는 협동할 준비가 돼 있는가?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됐다고 해서 협동조합을 만들기만 하면 성공하는가?? 한국에 소개된 수많은 외국의 성공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협동조합을 만들자고 결의를 다지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보기엔 협동조합이 성공할 토양이 한국에는 많이 부족하다. 예전에 흔히들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말을 많이 썼다.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있지만 정작 회원들의 회비, 자발적 참여 등이 없이 정부보조금 내지는 프로젝트로 연명하는 단체들을 비판할 때 썼던 말이다.

    이 말은 협동조합에도 포함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적극적인 사업 참여가 있을 때 성공한다.

    협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의무인 총회를 성사하기 위해 위임장을 남발해 1인1표제의 대원칙을 훼손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한국 농협 역시 비판적인 조합원이나 대의원은 배제하고 조합장 중심으로 독선적으로 조합을 운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조합원도 농협과 계약재배를 해도 농산물 값이 좋을 때는 농협과의 계약을 깨고 개별적으로 출하해 조합에 손실을 입히는 일도 많다.

    간혹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에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고 이를 통해서 사업을 하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식의 접근은 오히려 협동조합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그동안 협동조합기본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수많은 협동조합 활동가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협동조합, 협동의 기본을 살려야 한다

    협동조합의 가장 기본은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로 최대 봉사의 원칙을 최고의 원칙으로 하고 있다.

    즉 조합원 한명 한명이 협동조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협동조합은 개별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것이다.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 민주적 운영, 이를 통해 수익창출을 먼저 고민하지 않으면 그 아무리 좋은 사업계획을 갖고 있더라도 협동조합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

    또한 협동조합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도 이익 창출이나 사업 성공보다는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자신의 의무를 실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협동은 자신의 희생을 기본으로 한다.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조합의 이익을 우선시 할 때 개별적 희생은 전체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협동의 원칙을 이해하고 협동으로 접근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협동을 통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기본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무분별하게 협동조합 이름만을 내건다고 협동이 아니다.

    필자소개
    농업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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