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1만원 월급 209만원
민주노총, 최저임금 요구안 발표
최경환 "빠른 최저임금 인상 필요"...실내용은 작년 수준 불과
    2015년 03월 12일 06: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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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최저임금 기준 시간당 5천580원, 주 5일 40시간을 종일 일하고 받는 돈은 116만 원이다. 주거비와 통신비, 4대 보험료와 세금‧공과금을 제하고 나면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을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이조차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수가 227만 명에 달했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12.1%다.

지방세와 담뱃세 등 세금이 오르면서 최저임금이 예년과 같이 7%대로 상승한다 해도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액은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정부가 주장하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시급 1만 원, 월급 209만 원으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12일 밝혔다.

시간당 1만 원, 월 209만 원 최저임금 요구안은 ▲정부가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지침’을 통해 공공부문에 권고하는 제조업 단순노무직 시중노임단가가 시간당 8,091원이라는 점과 ▲노동자 1인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드는 표준생계비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시간당 임금 10,894원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발표한 것이다.

시중노임단가는 일용 근로자의 1일 8시간 기준 일급이다.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정부는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이 용역업체와 계약 시 용역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인총연합회(경총) 등 사용자단체에서는 최저임금이 노동자 본인의 생계만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 최저임금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116만 원이다. 노동자 1인 실제생계비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노동자 60% 이상이 외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자의 부양가족 생계까지 책임질 수 있는 선의 최저임금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최저임금 청년 알바 노동자, 등록금이 문제가 아니라… 생계까지 위협

이날 오후 1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 1만원 요구안 및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과 현장 노동자 및 청년 등 최저임금 노동자 등은 “최저임금 1만 원은 노동소득 주도의 경제선순환 과제를 풀 열쇠”라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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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최저임금 요구안 발표 회견(사진=유하라)

청년 최저임금 노동자인 연세대학교 강병준 학생은 “매학기 등록금 걱정해야 하는 학생이자 때로는 알바 노동자 처지를 경험해보면 최저임금이라는 것이 단순히 돈의 액수가 아니라 학교나 기업 고용주가 인간을 무엇으로 보는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청년들에게 있어서 최저임금 1만원 요구는 당당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겠다고 하는 요구와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대폭인상 투쟁을 남의 일로 여기지 말고 전체 노동자들의 권리를 점진시킨다는 입장으로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각 산업의 핵심 부문에 잘 조직되어 있는 노동자들이 강력한 힘으로 연대할 때 그 때서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임순광 위원장은 비정규직 교수가 버는 월 총액이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한 후, 자신의 자녀의 이야기를 전했다.

임 위원장은 “제 딸이 대학교 2학년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케이크를 망가뜨려서 그 값을 시급에서 물어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틀치를 날렸다”며 “이틀 동안 일해서 번 돈을 케이크 값 물어내는 데 다 쏟았다. 이틀 동안 일한 값이 케이크 한 개밖에 안 된다. 심각한 문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이어 “이젠 등록금이 문제가 아니라 (최저임금으로) 생활이 되느냐의 문제”라며 “학교 내에서도 근로장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최저임금 미달되는 금액을 받는 수많은 사례가 있다. 적게 주는 경우, 천 원대도 있다. 이를 두고 대학 관계자들은 근로장학금은 장학이기 때문에 근로로 볼 수 없다고 헛소리를 한다. 장학금은 장학금으로 주는 거고 노동을 시켰으면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의 임금을 줘야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또 “대학에서부터 현재 최저임금 미달금액 지불 상황을 고발하고, 1만 원 이상을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민교협, 교수노조, 학술단체들과 공동수업을 통해 내용을 설명할 것”이라며 “최저임금 1만원 받자는 서명운동도 진행해, 단 몇 십 만 명이라도 조직하고, 대학 내 민주광장에 모여 학생총회 등을 할 때 이에 대해 토론회를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내수 부양 위해 최저임금 빠르게 인상해야”
민주노총 “7%대가 빠른 인상? 이대로라면 10년 뒤에 최저임금 1만 원”

정부와 국회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을 인상해 내수를 부양해야 한다며, 기존 경제정책에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최 부총리가 말한 최저임금 인상액은 고작 7%다. 2014년 최저임금 인상액은 7.1%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인상률이다. 최 부총리는 이 수준의 인상률을 ‘빠른 속도의 인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 부총리가 7%대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7%대의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인상을 가이드라인으로 정해 놓고, 이를 ‘빠른 속도의 인상’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나마 국회는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그보다는 높은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최저임금 인상액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진 않지만, 한국노총 출신의 김성태 의원이 6천 원대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 또한 최 부총리의 최저임금 인상 발언에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인상액까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저임금 하한선을 법제화하자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법안의 내용은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2014년 통계기준으로 시급 약 6,360원에서부터 단계적으로 7,500원까지 인상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임금 인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내수 진작과 소득분배 효과 등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에서 주장하는 단계적 인상안에 대해선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있는 한 법제화가 어려울 수 있어, 그보다 법적 가이드라인이 확실한 시중노임단가인 1만 원을 최저임금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조 바뀌지 않으면 1만 원 인상 관철 어려워

노동계의 최저임금 시급 1만 원 요구가 정당해보이기는 하지만 요구안 관철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그리 호락호락하게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 추천 공익위원 9명, 사용자 측 9명, 노동자 측 9명으로 구성된다. 사용자 측은 2016년 최저임금을 1.6% 인상해야 한다며, 기업이 어렵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인상할 시 고용불안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안을 두고 이래저래 다투지만, 끝내는 정부 추천 공익위원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인상액을 결정한다. 때문에 이번에 대거 새로 투입될 공익위원의 성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계 최저임금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 또한 이 문제를 지적했다.

민주노총 이창근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위원회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노사 추천위원이 대립하면 막판에 공익위원이 조정이나 중재자 역할을 한다면서 정부 주도로 정책적인 입장을 반영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버린다”며 “최저임금을 공익위원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이런 구조 속에서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최저임금 대폭인상은 구조 개혁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책실장은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가 객관적으로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거듭 개혁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번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월급 209만원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4월 총파업을 기점으로 6월부터는 집중적으로 ‘장그래 대행진’을 진행할 방침이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이날 오전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500만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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