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기사고에 대한
    정부 대책의 재검토 필요
    [프로파일러의 범죄 이야기] 땜방식 아닌 근본 대책 있어야
        2015년 03월 03일 10: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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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이하 총단법)”의 결격사유 조항(13조)을 강화하는 등 총기관리 개선안을 발표했다.

    즉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자에게 총기 소지를 영구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개인의 소량 실탄 보유 및 소형 공기총 소지 전면금지, 총기 GPS 부착 의무화 등이 주요 골자이고, 또한 총단법 상의 총기소유 결격사유에 ‘폭력·음주 등으로 인한 충동성 범죄’ 등도 추가하고, 총기소지 허가기간(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 중에 수시로 정신장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치료받지 않는 정신장애 여부도 확인할 수 있도록 신청자에게 정신질환 감정결과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새누리당에서는 총기소지 자격과 관련해 기존의 ‘네거티브’ 방식에서 ‘포지티브’ 방식으로, 즉 총기 소유가 불가능한 사유에서, 제한적으로 총기 소유가 가능한 경우를 명기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파출소에서 정상적으로 반출허가를 받은 총기가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총기와 실탄을 분산 관리하기로 했는데, 현재는 전국 경찰서에서 총기 입출고가 가능하고 총기를 소지한 사람이 장소 제한 없이 이동이 가능한데다, 구경 5mm 이하 공기총은 개인이 소지하고 400발 이하의 실탄을 장소 제한 없이 구매 및 보관할 수 있어 총기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어왔다.(개인 보관 구경 5.5mm 이하 공기총 6만 정)

    이를 개선하기 위해, 총기 입출고를 주소지 경찰서나 수렵장을 관할하는 경찰서로 한정하고, 수렵기간의 총기 입출고는 수렵장을 관할하는 경찰서에서만 가능하도록 하며, 특히 실탄 구매 장소도 수렵장 인근 등으로 제한하고 수렵 활동 후 남은 실탄도 경찰서에 반납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구대에서의 총기 사건에 대한 대응매뉴얼을 만들고 지구대와 파출소에 방탄복 등 보호 장구를 지급하기로 했다.

    총포류

    정부 대책, 근본적 대책 아닌 땜질식 처방 불과

    불과 2-3일 사이에 세종시와 화성에서 무려 8명이나 죽는 총기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에서는 뒷북 행정이나마 부랴부랴 총기관리 개선책이라는 것을 내놨다.

    사실 이전에도 총기관리와 관련된 안전 적신호가 켜져 왔고 이를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하다가 결국에는 이와 같은 참극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에 대해 깊은 분노를 느낀다. 언제까지 이런 뒷북 행정을 할 것인가?

    물론 이날 내놓은 정책들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그나마 이런 대책이라도 이렇게 내놓는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말 그대로 ‘포퓰리즘’에다가 땜방식 처방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즉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미흡하고 당장 소나기를 피하고 가겠다는 정도라고 생각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종류도 다르고 행태도 다른 모든 폭력범죄를 모두 싸잡아 제한을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지?

    그보다 먼저 어떠한 종류의 폭력범죄가 총기 범죄와 인과성이 있는지, 해당 범죄의 충동적인 부분이 실행가능한지에 대해 입증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과성(최소한의 상관성이라도) 없이 ‘보여주기식 행정’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고 심하면 역효과를 낳는다. 그래서 이것을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총기 입출고 장소 제한이나 시간제한의 경우도 본질과는 동떨어진 대책이다. 전국 반나절 생활권인 나라에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또한 만약 특정인이 거짓으로 핑계를 대고 다음 날 입고하겠다고 할 때 대안은 무엇인가?

    또한 총알을 민간에서 보관하지 못하게 하고 수렵장 인근에서 판매하고 남은 것은 회수하자고 하는데 이것을 대책이라고 내놓은 사람들도 한심하다. 가령 총알을 300발 수렵장 인근에서 구입한 후 거짓으로 다 사용했다고 하고 남은 총알을 집에 보관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군대에서 탄피 수거하듯이 탄피를 반납하게 할 것인가?

    실제 군대에서 실탄 관리를 위해 탄피를 수거한다고 하지만 잃어버리고 빼돌려지는 실탄이 부지기수인 것은 상식에 속한다. 실제 총알은 쉽게 구할 수도 있고 만들기도 쉽다. 총기 개조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아닌가?

    거기다가 총기에 GPS를 달자고 하는데 그 관리는 누가 하나? 만약 GPS를 고의로 파손하고 수렵장을 이탈하여 총기사고를 칠 경우 그 대안은 무엇인가?

    총기 관련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 필요

    정리하자면 이번 대책에서의 가장 큰 문제로서는, 총기사용자에 대한 대책에 큰 허점이 있다는 점과 함께, 관리 주체가 모호하다는 점, 장기적인 비전이 부재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총기 사용자와 관련한 대책의 경우, 이번 대책에는 크게 1회 전과자의 경우에도 소지 불가(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음주/가정폭력 등 충동성 범죄(혐의)자의 경우에도 소지불가, 정신장애 수시 점검 등을 주요 내용을 한다.

    일단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의 경우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볼 수 있는데, 무조건 전과가 있다고 해서 총기 소지를 불허한다는 것은 헌법상의 행복 추구권 침해의 위험과 함께 과도한 규제일 것이다.

    이 조항의 경우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과도 충돌하므로 법 개정 시 심각하게 문제제기가 될 것이다. 물론 음주로 인해 발생한 범죄나 혹은 가정폭력 등과 관련된 범죄의 경우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이 경우에도 개별 사안에 따라 엄격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신장애에 대한 수시 점검의 경우 그 목적은 좋은 의도이지만 누가 어떻게 점검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미흡하다는 점이 있을 것이다.

    현재의 경우에도, 합법적인 총기소지면허 발급 단계에서부터 중간에 브로커들이 개입하여 총기소지 결격자에게도 어렵지 않게 총기소지 면허가 발급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며, 이른바 ‘급행료’ 관행이 있다고 하는데 그러한 음성적인 방식에 대한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총포와 관련된 유관기관들이나 업체 등에 전직 고위경찰들이 고용되어 있는 업계의 관행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책 중의 하나인 정신장애 수시점검도 역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현존하는 브로커들의 농간으로 사후 관리의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관리 주체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현재의 경우는 경찰청 생활질서국이 관리의 주체이고, 그곳을 중심으로 관련 유관기관과 협회, 업계 등이 공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계가 정리되지 않는 한 지금 발표된 이 대책에 따를 경우에도 이후 총기소지자격에 대한 관리도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할 때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지금과 같은 문제가 유사하게 발생할 것이다.

    더 나쁜 쪽은, 정신장애를 수시점검 한다고 할 때 누구에게 점검을 받을 것인가? 그 비용은 누가 지불하며, 그 점검 주체의 자격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결국 또 하나의 기생 조직만 만들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는가?

    더구나 이번 대책에 있어서 더 크고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 대책 속에, “총기 및 수렵과 관련된 장기적인 비전”의 문제는 빠져있다는 점이다. 국가적으로 볼 때, 레저 차원에서의 수렵을 임의로 제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수렵을 레저로 즐겼던 사람들이 수만 명이 넘는데, 이제 머지않아 통일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때에 관리가 힘들다고 특정한 레저를 국가가 강제로 제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좀 심하게 말해서 지금의 대책은 되도록이면 수렵용이든 어떤 총이든 총기 자체를 민간이 가지지 못하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실현 가능한 것인가? 오히려 불법 무기들이 더 판을 칠 상황인 것은 아닌가?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에게만 관대한 규제가 되는 것은 아닌가? 어렵다고 피할 것이 아니라 정교한 틀을 만드는 것이 대안일 것인데, 지금의 대책은 그냥 피하자는 얘기 밖에 되지 않는다고 본다.

    반대로, 민간이 레저로서 총기를 소지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정교한 관리체계를 세워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일 것이다.

    정부 발표 대책의 재검토 필요

    그래서 필자는 지금 정부에서 대책으로 발표한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그와 같은 대책이라면 크게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혼란만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좀 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준비하고 또한 차제에 전문적인 관리주체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경찰청의 독립부서로서, 가칭 ‘총기관리국’으로서, (미국식으로) 총기관리와 그 범죄를 관리하는 ATF 등의 설치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ATF : Bureau of Alcohol, Tobacco, Firearms and Explosives, 미국의 사법조직. 주로 총기, 술, 마약, 불법거래, 폭발물 등을 단속하는 화기 단속국)

    물론 이런 제안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굳이 얼마 되지 않는 대상을 위해 특별 조직까지 만들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미 우리 사회는 총기관리를 필요로 하는 사회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 척해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예 모든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런 방향은 효과적이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총기 소지가 허용된 나라라서 우리나라와 경우가 다르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좋은 사례들이 있다. 주로 북유럽 등이 그러한데, 핵심은 이런 나라들의 경우 물리적인 제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엄격한 제한을 두고 총기를 소지/사용하게 하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지만, 이 보다 더 깊은 근저에는 사회가 안정되어 있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 나라의 경우 제도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어려서부터 몸에 밴 총기 안전과 사회 안전에 대한 공감대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방탄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총기 관련 훈련과 제도적 정비와 뒷받침

    마지막으로, 화성 사건의 경우 출동한 경찰관이 범인 설득에 나서다가 총에 맞아 순직했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나왔다. 유명무실한 총기사고 대응 매뉴얼을 손질하고 파출소에도 방탄복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또한 매우 미흡하고 본말이 전도된 대책일 것이다. 핵심은 매뉴얼이 부실하고 방탄복이 없는 것이 아니다. 분명 매뉴얼은 있었다. 다만 그것을 현실에서 적용할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급박한 상황에서 즉응적인 대처를 못한 것이다.

    물론 방탄복이 없는 것 그 자체도 문제이다. 그렇지만 방탄복만 있다고 대처가 될 수 있었겠는가? 참으로 일차원적인 생각이다. 방탄복은 몸통만 보호한다. 범인이 가까운 곳에서 머리를 쏘거나 다리를 쏘아 넘어뜨린 후에 머리를 쏘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참으로 한심한 접근이다.

    방탄복이 지급되는 상황은 동시에 총기가 사용되는 상황일 것이고 그런 상황이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지구대 경찰에게 총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나 그에 따른 제도적인 뒷받침이 현재 있는가? 또한 그냥 정지 표적이 아닌 상황에 맞는 실제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가? 한심하게도 모두 ‘아니다.’

    총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훈련도 필요하고 총기 사용으로 인한 범인의 사상에 대한 인적 피해보상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총기를 사용했을 경우 그 적법성에 대한 입증을 경찰관이 매우 어렵게 해야 한다.

    만약 그렇기 못할 경우(대부분이다) 민사적으로 경찰관 개인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치료비 등을 보상해야 한다. 이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니 누가 총기를 사용하겠는가? 이번 사건의 고 이강석 경감처럼 테이저건을 가지고 들어간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혹자는 상황판단 미숙에 대한 책임을 묻지만 즉 바깥에서 대기하면서 경찰특공대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었다고 하지만 그런데 문제는 만약 범인이 총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무차별 난사하는 것도 한다면 더 큰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목숨이 위험하지만 고 이강석 경감은 이 두 가지 난제를 자신의 생명과 바꾸면서까지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다.

    고 이강석 경감도 이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배우고 경험한 대로 했을 것이다. 필자도 그랬지만 경찰학교에서 지구대 근무에 대해 배우는 가장 큰 덕목은 우선 잘 타이르라는 것이다. 되도록 아니 극한의 경우가 아니면 총기사용은 아예 실행 우선순위에 없다. 38권총이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쓰지 못할 것이니까.

    말하자면 총기대응에 대한 제도적인 빈약함이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그런데도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 또한 대충 순직처리하고 죽은 뒤에 승진처리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는 경찰 수뇌부의 일처리에 분노하는 바이다.

    결론적으로 초기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방탄복(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황 판단능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을 하고, 총기 사용 범인을 제압하기 위한 총기 사용 훈련을 하는 것이 핵심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탄복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경찰관이 발사한 총기로 인해 범인이 다치거나 사망했을 경우 혹은 경찰관 자신이 다치거나 죽었을 경우 등을 대비한 법적인 안전장치(무과실 입증주의 등)와 함께 이른바 ‘경찰 기금’을 통한 피해보상이 가능해야 하고 또한 이를 도와줄 경찰 담당 변호사도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제도적 재정적 장치들이 필요한 것이 바로 총기사고 대응 대책인 것인데 엉뚱하게도 방탄복 하나 던져주는 것을 대책이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필자소개
    2000년대 중후반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프로파일러)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프로파일링 부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진보정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를 거쳐 프로파일러의 삶을 살아온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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