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제도 개혁, 더 미뤄선 안돼
    [토론회] 중앙선관위 제안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공감
        2015년 03월 02일 08: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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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비례대표 확대와 석패율제도, 오픈프라이머리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포함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원내 정당 사이에 다양한 이견이 오가며, 총선 이전 국회 논의 후 새로운 선거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 정치개혁똑바로특별위원회는 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중앙선관위 선거제도 개편안 관련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재영 법제과장과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이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토론에 참석한 3개 정당은 중앙선관위의 선거제도 개편 개정안에 대해 큰 틀에서 찬성하면서도 조금씩 상이한 시각을 보였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경우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찬성하지만 그 보다 개헌이 우선이라는 입장이고,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은 지역주의 완화가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목적이라는 시각이다. 정의당은 군소정당, 신생정당, 신인 정치인 발굴, 양당체제 혁파 등에 초점을 맞췄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통한 비례대표 확대, 그 의미와 보완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기존에 3대1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정수 비율을 6개 권역으로 묶어 최대 2대1의 비율로 조정하는 것으로, 정당 지지도와 의석 점유율의 불비례성, 시‧도별 인구수와 의석수 간 불비례성을 극복하고 지역주의를 완화하겠다는 목적으로 제안됐다.

    우선 군소정당과 신생정당 등 다양한 계층과 소수자를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이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동안의 한국 선거제도는 정당 지지도와 의석 점유율이 비례하지 않아 작은 정당들을 지지한 유권자의 표가 사표가 되고, 그로 인해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국회는 자연스럽게 양당체제가 강화됐고,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권역별 비례대표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개혁 방안이다.

    다만 몇 가지 문제점도 있다. 이 제도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는 국회의원 정수 증가를 국민이 납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지역주의 조장 가능성, 지역주의 정당의 특정지역 독점 등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정수 증가에 따른 국민 설득의 문제만 제외한다면 나머지 두 가지 문제점은 국회 논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중앙선관위 또한 국민의 질타를 우려해 이번 정치관계법 개정안에선 의원정수를 기존 300명으로 유지하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확대로 인한 의원정수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다수의 주장이다. 문제는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다.

    정의당과 새정치연합은 세비총액을 동결하고 의원 정수만 늘리자는 입장이다. 쉽게 말해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도 국민의 세금이 국회에 더 들어갈 일은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또한 의원정수 확대라는 큰 틀에는 찬성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찬성 입장인 정의당 정치똑바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2대1을 기준으로 할 때 236개 선거구 가운데 46개 줄여야 하는데 불가능한 얘기라고 본다. 그래서 현재 246석에서 지역구 의석수를 240로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120석으로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60석 늘려야 하는데, 지역구 의석 줄이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들의 ‘민주주의 똑바로 하라’는 문제제기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비용 동결하면서 대표성은 확대하는 큰 원칙을 시뮬레이션해서 제시하고 동의를 받는 과정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관위가 권역별 비례대표 취지가 불비례성 극복”이라면 “현재 제시한 권역별 의석배분, 비례대표제는 지금에 비해선 비례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지만,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를 일치시킬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현재 선관위에서 내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수용한다면,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처럼 잔여 의석을 각 정당에 2차로 배분하는 제도를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또한 “시민들이 의원 정수 증원을 바라지 않는 것은 현재의 낡은 정치에 대한 혐오 때문”이라며 “비례대표 확대를 계기로 정치개혁의 전망을 제시하고 의원 세비총액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시민들을 설득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도 “2대1 문제를 현실적으로 고민해볼 때 300석으로 제안하면 전라도 같은 경우 인구수 적은 곳은 7-8군 합쳐서 국회의원이 1명이다. 이럴 경우 지역 대표성이 있는지가 난점”이라며 “선관위에서 의원 숫자 높이는 것에 국민적 지탄 많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의원이 쓰는 돈 묶어놓고 의원 수만 늘리는 것도 고민할 수 있다. 지역 대표성 유지하면서 의원 수 늘리는 거 검토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선관위에서 이런 안을 설명하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국민적인 의식,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는데 선관위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정치권에서 하지 못한 것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확대를 통한 국회의원 정수 증가에 대해 동의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우선할 것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를 전환하는 개헌의 필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정 의원은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는 현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제(사표 발생, 지역주의 등)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인데, 우선 이번 정치제도 개혁을 위해선 현상적으로 접근할게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어떻게 반영할지로 접근해야 한다”며 “따라서 단순히, 권역별 비례대표 석패율제만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개헌과 더불어서 지금과 같은 대통령 중심제가 이 시대에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유는 1%만 이겨도 모든 것을 가져가는 이 시스템 하에서 나머지 49%의 이익과 의사는 누가 대변할 것인가에 대해 문제의식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길게는 개헌을 전제로 해서, 지금과 같이 다수당이 모든 것을 점유할 수 있는 이런 제도는 바꾸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헌재가 판결한 위헌 소지를 극복할 수 있고, 양당 체제 보단 서로 연정할 수 있는 다당제로 가는 것이 이 시대의 다원화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선거제도 개편안 긴급 토론회(사진=유하라)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3개 정당 모두 동의했지만, 석패율제와 오픈프라이머리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오픈프라이머리에 강한 반대 입장이었던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정당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것을 아예 법제화하는 것은 정당에 자율성을 주는 헌법에도, 책임정치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심 원내대표는 또 “후보들이 당적 기관이 아니라 지역 유지나 다선 의원에게 유리하다. 농촌 지역 같은 경우 농협조합장의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고, 정치 신인들에게 큰 장애가 될 것”이라며 “국민들은 공천권 달라고 한 적이 없다, 다만 당에서 책임 있게 공천하라고 요구한다. 정당 내부적으로 해야 할 책임을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부분적 반대 입장이다. 이 제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선거 부정과 퇴행이 만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7년도 오픈프라이머리 선거에서 퇴행적 모습을 나타낸 것에 근거한 것이다.

    우 의원은 다만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전면 반대가 아니다”라면서 “정당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당원 구조가 왜곡돼 있고 당원의 의견이 민심과 다르게 나타난다고 해서 정당 구조를 없애는 건 옳지 않다. 이것을 어느 정도 어떻게 섞을지에 대해선 정당의 수준에 맞춰서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오픈프라이머리에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한 의원은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었다.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독점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개인이 의사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치가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정치개혁의 요체는 오픈프라이머리라고 생각한다. 공천권을 당 지도부에게 빼앗아 국민에게 공천권 되돌려주는 것이 맞다”며 “지금 정치가 왜곡되는 이유는 공천권 때문이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면서도 의사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공천권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당정치의 취지대로 반영하는 정치가 가능한가에 대해 보면 어렵다고 본다”며 “이 상태(공천권이 당지도부에게 있는 것)로 계속가면 정당은 파당되고 몇몇 기득권을 위한 전위조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출마가 가능한 석패율제에 대해서도 정당 간 상이한 입장을 보였다. 석패율제는 지역구에 출마 후보자가 낙선하더라도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진보정당은 석패율제를 반대해왔다. 그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 보다 제한된 비례대표 의석수를 기준으로 할 때 석패율제는 문제가 많다는 것”이라며 “다선 의원의 부활통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심 원내대표는 또 “1대1 기준이라면 석패율제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선관위가 제시한 2대1만 봐도 석패율제는 긍정적으로 검토는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논의과정에서 석패율제만 도입되고 비례대표는 안 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도 “지역구에서 당선되기 어려운 중진을 구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당영한 계층, 전문가, 소수자를 대표하기 위한 비례대표제의 취지와도 배치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선거제도 개편의 장점 중 하나인 지역주의 또한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논설위원은 “지역주의 정당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줌으로써 지역주의를 보장하고, 은폐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전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은 지역주의 구도를 극복하기 위해서 석패율제 도입을 적극 추천해야 한다고 했다.

    우 의원은 “석패율제는 여야 간 합의했는데 소수정당에서 반대하고 여러 이견이 있어서 진행이 안 됐다”며 “5분의 1이상의 당선자를 낸 지역에선 석패율제 비례대표 등록을 무효로 할 수 있어서 소수정당에서 걱정하는 바를 많이 극복할 수 있지 않나. 선관위에서 설명한 한 권역에 두 세 명을 넣는 보완장치만 마련하면 석패율제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석패율제 안 하면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은 어려운 지역에서 선거 활동 열심히 하지 않는다. 떨어질 것 같은 사람이 열심히 하겠나”라며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석패율제 대안을 잘 만들어서 진행했으면 좋겠다.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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