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국무차관의 편향된 역사 발언
    웬디 셔먼 "한-중-일 갈등, 실망스럽다"에 반발 거세
        2015년 03월 02일 02:1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과거사 문제를 두고 일본을 비판하지 않은 채 동북아 협력적 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이 사과하지 않은 과거사를 덮고 가자는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셔먼 차관은 27일 워싱턴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는 동북아를 주제로 한 연설을 통해 “센카쿠 열도 문제로 중-일 간 긴장이 높아지고, 한국과 중국이 이른바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과 다투고 있으며 역사 교과서 내용, 심지어 다양한 바다의 명칭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며 “이해는 가지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민족주의 감정이 여전히 이용될 수 있으며, 어느 정치지도자도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런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정치지도자가 과거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셔먼 차관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에 있었던 것을 넘어서 봐야 한다”며 “2차 대전 직후 나라들이 다시 갈라서는 것을 막기 위해 유엔 같은 조직들을 발전시킨 것처럼 오늘날에도 그런 노력들이 요구된다”고도 했다.

    웬디 셔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방송화면)

    셔먼 차관은 이날 연설에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한일 문제에 있어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오바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는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 셔먼 차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며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야당들도 셔먼 차관의 발언에 대해 일제히 유감을 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2일 국회 현안 브리핑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은 동북아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없이 이루어진 발언이 아닐 수 없다”며 “동북아정책에 있어 일본의 협조가 필요한 미국의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나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를 하지 않는 한 한-중-일의 미래지향적 발전은 어렵다는 점을 미 정부가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며 “우리 정부도 셔먼 차관의 발언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고, 미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확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미국을 향해 비판하는 것은 물론 동북아 정세에 있어서 현 정부의 무능한 대응도 문제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김 대변인은 “현재의 정치적 문제를 이유로 반인륜적인 전쟁범죄를 묵인하자는 것으로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어제가 3.1절이라는 우리 민족에게 의미 있는 날, 보란 듯이 작심 발언한 것으로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번 발언의 근저에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덜어주고 일본 중심의 동북아 질서를 구축해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깔려있다”며 “특히, 그간 일본과의 거리를 좁히며 일본 재무장화를 용인해준 연장선의 발언으로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사 문제가 합리적이고 정상적으로 청산되고 그 바탕 위에서 한일 양국의 신뢰가 형성돼야 미래지향적 동반자관계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은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면서 “2차 대전 이후, 독일이 나치의 전쟁범죄를 스스로 고백하고 용기있게 자신의 책임을 다 함으로써 다시금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 과정을 미국은 다시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미국의 이런 양비양시론적 입장이 한일관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애매모호한 태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박근혜 정부는 강제징용, 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아베정부의 군국주의 부활, 역사 지우기, 독도 도발 등에 대해 말로만 단호할 뿐 집권 3년차가 되는 지금까지 그 어떤 실효적이고 분명한 대응을 보여준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편에선 한미일 군사정보공유를 추진하고 다른 한 편에선 과거사 문제를 제기하는, 우리 국민조차 헷갈리게 하는 박근혜 정부의 이런 애매모호한 태도는 한일관계를 더욱 꼬이게 만들 뿐”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지적하며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책마련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