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마르크스 불러야 할
    불행한 시대의 청춘들이여
    [책소개] 『공산당 선언』(오준호/ 이매진)
        2015년 03월 01일 11: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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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답’이면 바꿔봐, 마르크스의 안경으로

    5580원, 이런 시급 받고 미래를 꿈꾸라 강요당하며 오늘을 살아내는 청춘들. 절망의 나라에서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우리들에게, 세상은 ‘노답’이다.

    왜 19세기의 공장 노동자나 21세기의 알바 노동자, 최신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나 막노동 일용직 노동자나 모두 살아가기가 힘든 걸까? 내 삶은 왜 불안하고 미래는 어둡기만 할까? 이 물음들 뒤에는 4대강보다 더 큰 무엇이 흐른다. 그 힘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왔을까? 알고 싶으면 ‘마르크스의 안경’을 써보자.

    1848년 2월 21일, 나와 우리의 세계관을 바꿀 책이 한 권 나타났다. 바로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쓴 《공산당 선언》이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또다시 부활하는 마르크스의 사상은 《공산당 선언》에서 시작해 《공산당 선언》으로 끝난다.

    19세기에 나온 이 불온한 텍스트는 노예의 삶에 익숙해진 우리를 생각하는 삶으로 이끈다. 마르크스 사상의 고갱이가 담긴 이 작은 책을, 주목받는 젊은 저술가 오준호가 잘게 쪼개 알기 쉽게 해설했다.

    《공산당 선언 ― 마르크스의 안경을 빌려드립니다》는 1부에서 《공산당 선언》이 탄생한 배경을 살펴보고 마르크스의 삶과 사상을 돌아본다. 2부는 《공산당 선언》 본문을 잘게 쪼갠 뒤 ‘지금 여기’에 초점을 맞춰 천천히 곱씹는다.

    1921년 몽양 여운형 등이 우리말로 옮긴 뒤 《공산당 선언》은 이 땅에서 여러 번 번역되고 해설됐지만, 원문 따로 해설 따로 따로국밥이거나 원문을 조금 떼어내 양념을 치는 데 그쳤다.

    원문을 모두 싣고 쪽마다 살아 있는 해설을 덧붙인 《공산당 선언 ― 마르크스의 안경을 빌려드립니다》는 문장 하나, 단어 하나까지 곱씹으며 진짜 공부를 할 수 있게 돕는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원문을 읽은 뒤 해설을 읽으면, 마르크스의 안경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공당선언

    침몰하는 자본주의, 함께 탈출하기

    돈이 근본이 되는 세상이 자본주의다. 19세기의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관찰’했지만, 21세기의 우리는 자본주의를 ‘호흡’한다. 거리 두기가 쉽지 않다. 이 결정적인 차이가 《공산당 선언》을 지금 여기에서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1부 ‘《공산당 선언》은, 어떻게 읽을까?’는 《공산당 선언》을 쓴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배경을 살펴보고 마르크스의 삶을 돌아본다. 더불어 이 불온한 텍스트를 올바로 읽는 방법을 제시한다.

    《공산당 선언》은 자유를 향한 인류의 투쟁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끝내 승리하리라고 확신하는 ‘예언서’이고, 억압받는 계급이 해방을 위해 투쟁에 나서자고 촉구하는 ‘격문’이자, 노동자 계급의 동지이자 ‘전위’인 공산주의자들의 ‘커밍아웃’ 선언이며, 침몰하는 자본주의에 맞닥뜨린 지금 여기에서 어떤 목표를 내걸고 연대할지 제시하는 ‘실천 매뉴얼’이다.

    마르크스의 사고 방법과 사고 과정을 눈여겨보고, 자구 해석에 매달려야 하는 경전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의 산물인 만큼 역사적 맥락에서 재해석해야 하며,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을 우리 현실에 불러내 살아 있는 텍스트로 읽어야 한다는 부탁도 잊지 않는다.

    2부 ‘《공산당 선언》, 침몰하는 자본주의에서 함께 탈출하기’는 모두 4장으로 나뉜 《공산당 선언》 원문을 잘게 쪼개고 친절한 해설을 덧붙였다.

    1장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에서는 노동과 자본,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라는 갈등하는 계급의 과거와 현재를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에서 살펴본다.

    2장 ‘프롤레타리아와 공산주의자들’에 나오는 혁명의 ‘10대 조치’는 조금 소박하다. 마르크스가 “가장 진보한 나라들에는 상당히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 누진 소득세, 아동 노동 폐지, 기간산업 국유화(또는 공기업화) 같은 몇몇 항목은 그 뒤 자본주의 국가에서 상식이나 다름없는 사회 제도로 자리 잡았다. 지금 《공산당 선언》을 새로 쓴다면 이 목록에 무엇을 넣고 빼야 할까?

    3장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문헌’은 《공산당 선언》을 쓸 무렵 유럽을 떠돌고 있던 여러 사회주의와 유토피아 사상들을 비판한 뒤 그야말로 ‘진정한’ 사회주의의 구성 요소들을 가늠해본다.

    4장 ‘각각의 반정부 당들에 관한 공산주의자들의 견해’는 정치 혁명은 사회 혁명으로, 민주주의 혁명은 공산주의 혁명으로 발전돼야 한다는 말로 간추릴 수 있다. 그리고 1870년대 말 런던으로 날아가 21세기에 자기가 쓴 글을 읽는 미래의 자유인들에게 마르크스가 건네는 말을 전한다. “인간의 일 중에서 나하고 무관한 일은 없다!”

    마지막으로 ‘닫는 글’에서는 20대의 어느 여름에 지은이가 하청 노동자로 일할 때 쓴 일기를 보며 《공산당 선언》을 다시 읽는 의미를 되새긴다. 마르크스의 안경으로 세상을 본 뒤 겉으로 드러난 현상 너머에 있는 감춰진 본질을 보고, 계급 의식을 가지며, 세상을 바꾸고 내 권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행동하자고 말한다.

    나만의 마르크스에게 묻고, ‘멘붕’하며 함께 끝까지 읽기

    《공산당 선언 ― 마르크스의 안경을 빌려드립니다》는 이매진이 펴내는 깊이 있고 널리 보는 고전 시리즈인 ‘끝까지 읽자’의 둘째 책이다. 고전은 읽고 뜻을 새기는 일을 거듭하며 책 한 권을 통으로 떼는 방식으로 다가가야 한다.

    아무개 교수의 요점 정리나 어느 고수의 인문학 강의가 아니라 나만의 고전 읽기를 해야 한다. 그런 마음을 다진 사람에게 《공산당 선언 ― 마르크스의 안경을 빌려드립니다》는 나만의 마르크스를 만드는 첫걸음이 된다.

    《공산당 선언》을 이미 읽은 사람, 요약본을 보고 문장 몇 개를 외워 아는 척하는 사람, 알고는 있었지만 읽기 두렵던 사람, 잘 모르고 있던 사람도 모두 함께 끝까지 읽고 나만의 마르크스에게 묻자. 우리 사회는, 이 세계는, 진정 ‘노답’인가요?

    억압이 있는 곳에 《공산당 선언》은 늘 있었다. 이 책 《공산당 선언 ― 마르크스의 안경을 빌려드립니다》는 억압과 차별에 맞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찾아갈 작정이다. 마르크스의 안경, 색깔 있는 안경이 돼 줄 것이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멘붕’하면서 스스로 대답을 만드는 ‘자유로운 개인’이 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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