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기 비서실장 내정
    야당 "정보‧공안정치 망령 우려"
        2015년 02월 27일 03:2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김기춘 비서실장 후임으로 이병기 국정원장을 내정한 가운데,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이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 신임 비서실장은 국제관계, 남북관계에 밝고, 정무적 능력과 리더십을 갖춰 비서실 조직을 잘 통솔해 산적한 국정현안에 대해 대통령을 원활히 보좌하고 국민과 청와대 사이의 소통의 길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병기 내정자는 2007년 당시 박근혜 경선캠프에서 선거대책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했고, 2012년 대선 때는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현 여의도연구원) 고문을 지낸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다

    앞서 이 내정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서실 의전수석비서관을 거쳐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 외교부 본부대사를 지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보, 안기부 2차장을 지냈으며,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정치 특보로 있던 이 내정자는 이인제 의원 측에 “한나라당에 유리한 역할을 해달라”며 5억 원을 전달한 혐의로 ‘차떼기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검찰 수사 결과 단순 전달자로서 사법처리는 받지 않았다.

    이병기 국정원장

    2014년 국정원장 후보자 시절 차떼기 전력이 논란이 되었던 방송화면

    공석이 된 국정원장에는 이병호 전 국가안전기획부 제2차장을 내정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에 김성호 청와대 사회문화특보를 내정하는 등 청와대 개편을 단행했다. 신설된 정무특보에는 친박계인 주호영, 김재원,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임명됐고, 홍보특보에는 야당 출신이나 대선 때 박 대통령을 도운 김경재 전 의원이 임명됐다.

    지지율 회복 카드로 고심 끝에 내놓은 청와대 인사 개편에 대해 야당들은 일제히 국민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잘못된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음지에서 일하는 정보기관의 수장을 국정 운영의 중심인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은 사상 유례없는 잘못된 인사”라며 “인사혁신을 통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라는 국민의 요구를 거부한 불통 인사이며, 국민 소통과 거리가 먼 숨 막히는 회전문 인사”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소통과 국민 통합에 매진해야 할 비서실장에 현직 국정원장을 임명해서 정보정치, 공안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특보단 인사도 국민의 목소리를 직언할 인사로 구성되길 기대했으나 친박 친위부대가 대거 포진된 점도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 또한 “자기 사람은 끝까지 챙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고집에 두 손 두 발 다 들 지경”이라며 “국정 전환하라고 했더니 국정 후퇴를 작심한 인사로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 내정자는 국민은 안중에 없고 대통령에게만 충성할 것이 뻔한 인사로서, 용납하기 힘들다”며 “김기춘 비서실장을 교체하랬더니 오히려 ‘김기춘 열화 버전’을 데려다 놓은 것이다. 오히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고와 보이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 내정자는 국가권력의 대선개입, 공작정치의 역사 곳곳에서 주연을 담당했던 인물”이라며 “1997년 북풍 공작의 주범, 2002년 차떼기로 돈 상자를 실어 나른 주범이며, 대선 개입 댓글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국정원의 어떤 개혁도 추진하지 못한 수장을 비서실장에 앉힌다는 것은 국가권력의 불법대선 개입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라도 표명하고 싶은 것인가”라고 개탄하며, 이 내정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