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2년 이상 일한 협력업체 노동자는 현대차 노동자"
        2015년 02월 26일 02: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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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이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 협력업체에서 일하다가 해고된 7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서 현대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며 해고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05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 해고자들이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 소송을 낸 지 10년 만에 나온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민사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오전 현대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 근로자로 일하다 해고된 김모(42)씨와 강모(45)씨 등 7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2년 넘게 근무한 4명의 근로자가 현대차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불법 파견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3명에 대해서는 현대차 소속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2000년~2002년 사이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 협력업체에 입사한 김 씨 등은 2003년 해고되자 현대차 소속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했다. 1심과 2심은 현대차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근무와 관련해 구체적인 지휘와 명령 등을 한 것이 인정된다며 파견기간이 2년 미만인 3명을 제외하고는 현대차 소속 직원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현대차 아산·울산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판결 직후 대법원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은 무리한 요구가 아닌 가장 기본적인 요구”라고 강조했다.

    지회는 “최근 법원 판결은 제조업은 물론 공공·서비스 부문의 사내하청 노동자 역시 불법 파견이라는 점을 입증했다”며 “지금 이 시각 현대와 기아,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 완성차 5사에서 일하는 2만 명이 넘는 사내하청 노동은 모두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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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금속노동자’

    금속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대법원은 역사의 남을 판결을 했다”며 “비록 옛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2년을 초과해 일한 4명의 조합원은 정규직이라 했고 2년이 넘지 않은 3명의 노동자는 정규직 아니라고 했지만 조합원 7명 모두 불법파견이라고 명확히 말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노조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모든 공장에서 일하는 불법파견 노동자를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오랫동안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해당 노동자와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며 “물론 그동안 도둑질한 임금을 돌려주고 적절한 보상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의 후속조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금속노조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자동차, 철강, 전자, 조선 등 불법파견 상태에 놓여 있는 제조업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에 더욱 힘 쓸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또한 “매우 당연하고도 다행스러운 결론”이라며 “이로써 합법도급이냐 불법파견이냐의 논란은 끝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노총은 “불법파견과 그에 따른 직접고용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2년이라는 근무기간 제한을 적용해 2년 이하의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해선 정규직화를 배제한 법의 판단은 여전히 유감이며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며 “또한 현대차 아산의 불법파견 판결이 나오기까지 무려 10년이라는 고통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그 책임은 항소를 거듭한 현대차그룹에게 있으며 수수방관한 정부, 그리고 거대재벌의 눈치를 살피며 사법정의를 해태한 사법부에게 있다”고 질타했다.

    민주노총은 “이제 현대차에게 남은 일은 판결에 따라 당장 정규직 전환 수순을 밟는 것뿐”이라며 “더 이상 핑계와 꼼수가 통할 수 없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즉각 정규직화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정치권에서도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상식적인 판결”이라며 적극 환영하고 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판결은 단순히 현대자동차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불법파견 문제는 노동현장에서 관행처럼 굳어져 여전히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사내하청에 대한 법적 기준이 확립된 만큼, 불법파견을 일삼는 사업장에 대한 정부 당국의 현장감독이 이뤄져 노동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시발점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대자동차는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법원의 명령에 따른 절차들을 조속하고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논평을 내고 “이 판결의 취지는 현대차가 지난 11년 동안 1만 여명의 사내하청 비정규직들을 착취했다는 것과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 원내대표는 “정몽구 회장은 대법원 판결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이미 정몽구 회장은 기아자동차 인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완공, 현대건설 인수,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입까지 통근 결단을 내린 바 있다. 정몽구 회장이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국회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다섯 번째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오르느냐, 비정규직들과 함께 해결의 길을 모색하느냐는 정몽구 회장에게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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