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게양 법제화 추진,
대통령이 영화보고 감동해서?
    2015년 02월 23일 06: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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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태극기 게양률을 최대치로 높이겠다는 목표로 방송, 민간기업, 노인, 학생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태극기 달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경향신문>이 23일 보도한 행정자치부의 ‘3·1절 국기 달기 운동 및 의정업무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 건물과 아파트 동별 출입구에 별도의 태극기 게양대를 만들도록 관련 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전국 부단체장 회의를 소집하고 이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이 운동에는 행자부,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인사혁신처 등 10개 정부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이 매체가 보도한 개정안에 따르면, 상가와 사무실 등으로 쓰이는 민간 건물에 국기 게양대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다시 추진된다. 민간 건물의 국기 게양대 설치 의무는 1999년 5월 규제완화 차원에서 폐지됐다.

주택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때 국기꽂이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도 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아파트 각 동 출입구에 태극기를 걸 수 있도록 하고 관리 비용을 아파트 관리비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포함됐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 이미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추진단이 만들어진 상태다. 전국 읍·면·동에는 300가구 이상 대규모 아파트나 마을에서 1곳씩 선정해 국기 게양 모범 아파트를 조성하도록 했다.

태극기 게양 분위기 확산을 위해 학생들에게는 국경일마다 국기를 게양한 후 일기·소감문 발표나 국기 게양·하강식 실시 등도 포함돼 있다. 게양 후 인증샷을 학교에 제출하는 안도 추진하고 있다. 유치원생에게도 국기 교육을 시키고, 각 교실에 태극기가 걸려 있는지 등을 점검하고, 노인들에게는 경로당을 찾아 애국심 발휘를 요청하자는 방안도 있다.

방송사와 민간 기업을 이용한 홍보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서는 방송 등에 홍보 자막과 특집 프로그램 제작 등을 요청하고 기업체에는 고객 사은품으로 태극기를 주도록 했다. 공무원들에게는 인사혁신처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 복무규정의 성실의무 차원에서 태극기를 게양할 수 있도록 업무 공문을 통해 지시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호텔에 태극기 게양을 권장하고 관련 영화와 다큐 제작을 지원한다.

정부가 제시한 안 중에는 국기 게양·강하식 실시도 포함돼 있다. 1989년 1월 이후 사실상 사라진 국기 게양·하강식이 재현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3·1절을 통해 태극기 달기 운동 분위기를 확산시켜 70주년인 올해 광복절에는 태극기 게양률이 최대치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국제시장 국기

영화 ‘국제시장’의 국기하강식 장면

이와 관련해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박대통령이 지난해 말 영화 <국제시장>의 태극기 하강식 장면을 언급하며 애국심을 강조한 이후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됐다고 하니, 추진 배경은 굳이 짐작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며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추억은 제발 본인의 앨범에만 간직하시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박대통령이 수직 낙하하는 지지율을 보며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잘 알겠다”면서도 “하지만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강요하는 낡은 아이디어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물론 애국심은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사랑은 강요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기관에 의해 대선 부정이 저질러져도, 애꿎은 아이들이 수장되어도, 비선에 의해 국정농단이 벌어져도, 온갖 공약을 식언하고 꼼수 증세를 남발해도, 제대로 반성하고 사과하고 책임지는 이 하나도 없다. 국민들은 지금 이게 진짜 나라인지 묻고 있는 와중이다. 양심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애국심 타령을 하지는 못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도 SNS에서 “태극기 게양을 법률로 강제하겠다는 정부. 애국가 소리에 부부싸움을 멈추는 복고영화의 코믹한 장면을 두고 ‘진지한 감동’을 토로하셨던 대통령과 코드가 딱 맞는군요. 애국심을 강요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착오! 게다가 진지하기까지..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라고 개탄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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