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먹튀' 본질은
자본과 정권, 금융마피아의 결탁"
배병인 "대안은 넘치지만 이를 현실화할 정치적 힘이 부재"
    2015년 02월 10일 04:14 오후

Print Friendly

기륭전자, 쌍용자동차, 콜트콜텍, 스타케미칼, 씨앤앰 등 투기자본의 ‘먹튀’가 극에 치달으며 건실했던 기업이 빈털터리 기업으로 전락하고 노동자가 거리로, 하늘로 내쫓기고 있다.

투기자본의 ‘먹튀’란, 각종 금융기법을 동원해 단기간에 천문학적인 이윤을 챙기고 기술을 집어삼키고 사업장을 헐값에 팔아 버리는 행태를 말한다.

이런 먹튀 현상은 2000년대 이후 보편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3년 산업자본인 론스타 펀드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이후 매각하여 수조원의 매각 차익을 챙겨간 것이 그 전형적인 사례이며,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의 완전차 제조 기술을 빼내어 매각해 버린 것, 투기자본인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씨앤앰을 인수해 매각대금을 높이기 위해 노조를 와해하려 했던 사건도 마찬가지다.

국가적 손실은 물론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 개개인들에도 먹튀 자본에 의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국가는 먹튀 혹은 투기적 기업사냥을 오히려 보호하고 나아가 권장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전해투, 투기자본감시센터, 기륭공대위 등이 주최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 정의당 김제남 의원, 금속노조 등이 후원해 1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본의 먹튀와 사회적 대책’ 토론회에선 먹튀라는 국가적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석과 대책 등에 대한 의견들이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배병인 교수는 모든 투기자본 ‘먹튀’의 일련의 과정에 대해 “‘게이트’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의 온갖 부정과 비리가 나타나고, 그 핵심에는 자본과 정권, 금융마피아 사이의 결탁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먹튀

자본의 먹튀와 사회적 대책 토론회(사진=유하라)

먹튀, 개인의 일탈? 구조적인 문제
민생법안, 경제민주화라는 가면을 쓴 자본시장법

먹튀의 거의 모든 사례에서 부정과 비리가 발견된다. 일각에선 일부 자본가와 권력자들 사이의 결탁에 따른 일탈의 문제로 규정하며, 개인의 도덕성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먹튀 문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본질적 속성을 통제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배 교수는 “자본의 투기화, 금융화 경향을 조장하는 일련의 정책 기조, 즉 자본을 모든 종류의 통제로부터 자유롭게 하려는 일련의 정책적 개입에 따른 결과”라며 “자본을 통제하지 않고서는 먹튀 문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자본의 통제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소위 ‘민주세력’인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의해 신자유주의는 ‘경제 민주화’로 둔갑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자본시장에 자유(자본의 민주화)를 부여하는 것을 경제성장이라는 목적으로 정당화했다. 이 같은 정책기조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고스란히 계승되고, 두 정부는 좀 더 가열차게 신유주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 일련의 과정의 핵심에는 이른바 ‘금융산업 육성론’이 있다. 말 그대로 금융기관을 세계적 규모로 육성하자는 것이 그 목적이며, 자본을 모든 종류의 (민주적 사회적) 통제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하는 기능을 가진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국회를 통과해 2009년에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이를 압축하고 있는 법안이다. 하지만 이것의 본질은 투기적 자본을 육성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 배 교수의 지적이다.

자본시장법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민생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재개정(2013년 개정,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활성화)을 추진하고 있다. 재개정의 핵심 내용은 크라우드 펀딩과 사모펀드 육성에 있다.

투기자본

배 교수는 “사모펀드를 육성하자는 말은 먹튀를 국가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말”이라며 “사모펀드는 대개 기업사냥을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사모펀드는 기업사냥 펀드의 다른 말이며, 이것을 민생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금산분리의 원칙은 사실상 사라져버렸고, 대기업 집단의 전횡은 제도적으로 보호되고 권장되기까지 하고 있다. 금융산업 육성론이라는 정책 기조 하에 자본의 투기화, 금융화라는 본질적 속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먹튀가 제도적으로 완전하게 보장되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투기자본 ‘먹튀’…대안은 차고 넘친다. 문제는 현실화할 정치력

배 교수는 ‘재난 자본주의’를 신자유주의의 다른 이름으로 규정했다. 재난이 인간의 삶을 파괴하지만 자본의 입장에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하나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본의 투기화, 금융화는 금융 위기라는 재난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 재난은 인간의 삻을 무자비하게 파괴하지만, 대자본에게는 보장된 수익을 제공한다”며 “먹튀는 일탈적 행위가 아니라 재난 자본주의의 작동 양식”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투기자본 문제는 재난 자본주의, 즉 신자유주의의 작동을 막지 않고서는 막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것이 배 교수의 일관된 주장이다. 또 이를 방관할 경우 우리는 97년 외환위기 때 보다 더 심한 경제 불황을 겪을 수 있으며, 불황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투기자본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대안이 아니라, 이 대안을 현실화할 수 있느냐이다. 그간 론스타, 씨앤앰, 쌍용자동차 등의 먹튀 사건을 바탕으로 전문가 단체 등은 투기자본의 먹튀 문제에 대해 연구와 사회적 토론을 했다. 국내의 문제 뿐 아니라, 외국에도 이 같은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안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때문에 결국 문제의 원인임과 동시에 해법 또한 ‘정치’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자본의 투기화 경향을 통제하자는 것은 거창한 얘기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외국의 경험에서 이러한 사례는 넘치도록 찾아낼 수 있다”며 “문제는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정치적 힘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것(투기자본을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고 그런 의지를 가진 정치적 힘)이 현재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면서도 가장 부족한 것”이라고 개탄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