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넘어
[책소개] 『우리가 신뢰하는 학교, 어떻게 만들 것인가』(데보라 마이어/ 맘에 드림)
    2015년 02월 07일 05: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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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내내 미국의 공교육 하락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지속적으로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현저히 하락하고 중퇴자는 급증했으며, 이런 현상은 중요한 정치적 의제로까지 부상해, 2001년, 부시 행정부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낙오방지법안’(No Child Left Behind Act) 제정을 통해, 학력신장을 중시하고 그 결과로 학교와 교사를 평가하는 경쟁시스템을 도입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학력신장과 경쟁 강화로 대변되는 미국 교육개혁의 방향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MB정부의 교육 정책에서 ‘일제고사’(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행 등으로 나타난 바 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미국 공교육 개혁 분야에서 가장 신뢰받는 실천가이자 이론가로 평가받는 저자는 ‘신뢰의 붕괴’를 오늘날 공교육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으로 인식한다. 이 책의 원제 <In Schools We Trust>에서 나타나듯, 저자는 신뢰할 수 있는 공교육의 조건이 무엇인지 자신의 경험 속에서 탐색하고, 성찰한다.

저자는 학교 안에서 신뢰 관계가 사라지는 원인을 ‘공동체성의 파괴’에 둔다.

과거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함께 일하며 삶에서 필요한 가치와 방법을 배울 수 있었으며, 이런 과정에서 형성된 ‘세대 간의 친밀함’은 아이들로 하여금 어른들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들었던 반면, 오늘날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계와 단절된 채, 무미건조한 교과서와 표준화된 교육과정 속에 열정과 흥미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렇듯 저자는 ‘세대 간의 단절’이 오늘날 학교에서 공동체와 신뢰라는 가치를 무너뜨린 요소라고 지적하며, 학교가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학생과 교사,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관계성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 학교안의 신뢰 문화를 심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제시한다.

신뢰하는 학교

아울러 2부에서는 저자는 ‘신뢰’를 복원하기 위한 ‘공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표준화된 시험’에 대해 “학교 안팎에서 아이들을 들들 볶고 아이들의 삶의 질에 대한 격차를 오히려 확대시킴으로써 우리가 직면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라고 공박한다.

이 표준화 시험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력평가시험을 의미한다. 저자는 독서광인 자신의 아들이 ‘읽기 보충수업’이 필요하다는 교사의 진단을 받은 사례를 언급하면서, 표준화 시험은 특정한 ‘시험 유형’에 익숙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표준화 시험’으로 ‘좋은 교육’의 수준을 측정할 수 없으며, ‘표준화 시험’은 수업 시간을 ‘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만든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편, 3부에서는 저자 자신이 30년간 수행해 온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좋은 교육’을 위한 가치는 무엇인지 탐색한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교육’의 요체는 ‘작은 소규모 학교’, ‘자치’, ‘선택’이라는 가치였다.

저자가 뉴욕에서 소규모 학교의 확산 사업에 참여한 결과, 1990년대 후반, 이 학교들은 뉴욕 고등학생 전체의 대학입학률(62%)보다 10% 높은 대학입학률을 기록했으며, 소수계층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던 어반아카데미라는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진학률이 95%에 달했다. 학부모들 대부분이 학교 행사에 참여했고, 총기검색대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데보라 마이어는 우리가 힘을 합쳐 아이들을 ‘다른 방식’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역설하는 한편, 이런 학교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오늘날 학교에 필요한 신뢰가 무엇인지, 그러한 신뢰는 어떤 과정을 통해 구축되는지, 학교가 오늘날 제기되는 도전에 잘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제안하고 있다. ‘작은 학교’, ‘수행평가’의 중요성,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와 호흡하는 ‘공동체로서의 학교’를 중시하는 저자의 입장은 오늘날 새로운 학교를 상상하는 ‘혁신학교’의 모습과 연결된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학력 신장’을 최우선으로 하거나 학교통폐합으로 작은 학교의 잠재성을 축소하려는 오늘날 우리 교육 당국의 모습이 상기되면서, 혁신학교, 마을교육공동체 등 새롭게 모색되고 있는 교육 현장의 논리와 놀랍도록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 실천 영역에서 자주 논의되는 ‘배움의 공동체’ 이론의 창시자, 사토 마나부 교수 역시 실제로 자신의 구상의 대부분이 데보라 마이어의 이론과 실천에 기대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저자의 목소리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학교 건설을 둘러싼 논의의 핵심과 함께 ‘신뢰할 수 있는 학교의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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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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