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의 불법에 저항 못하면
    노동조합은 이미 죽은 조직
    노조선거 불법개입 임원은 승진, 제보 조합원은 보복징계
        2015년 02월 06일 10: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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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노조선거에 회사 임원이 불법적으로 개입한 일이 최근에 발생했다. 그런데 결과는 불법 개입한 회사 임원은 승진을 하고 이 사실을 제보한 현장 조합원은 보복 징계를 받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링크) 이에 대해 현대차 현장조직들이 토론회를 갖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 소식을 레디앙 현장기자이면서 현장노동자회 회원인 김용화씨가 기고글을 보내왔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자본의 개입과 통제에 대한 중요한 사건이다. 일독을 권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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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조의 힘이 강하다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현자지부의 사업부대표, 대의원 선거에 울산공장 이석동 2공장장이 불법하게 개입했다는 폭로가 있었다.

    불법개입을 한 이석동 공장장은 더 큰 규모와 운영권을 가진 전주 공장장으로 영전하고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까지 하였다. 그러나 개입사실을 제보한 이일 조합원은 해고가 되었다.

    금속노조 현자지부 서영호양봉수열사정신계승사업회가 양봉수열사 추모 20주년을 맞아 현대차자본의 현장통제 노동탄압 부당노동행위에 대응하는 현장활동가 공개토론회를 개최하였다.

    2월4일 수요일 현대자동차지부 2공장 사업부 대의원실에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사십여 석의 자리에 오륙십 명이 입추의 여지없이 자리를 메워 뜨거운 성황을 이루었다.

    김화식 서영호양봉수열사회장과 박유기 전 금속노조위원장의 발제와 이석동이 개입한 선거구의 오경환 대의원의 경과보고, 현자지부의 현장조직에서 나온 허성관(금속민투위), 백종세(소통과 연대), 하부영(들불), 윤한섭(민주현장), 박유기(금속연대) 등 다섯 명의 토론과 참가자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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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용화

    김화식, 사측의 선거 개입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화식 열사회장은 회사 측 노무관리자들은 노조 선거에서 판세 분석도 모자라 노동조합 선거 대책회의를 조,반장까지 확대하여 진행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모두가 인정할 만큼 사측 선거개입은 노골화 되어있고 실질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번 불법선거개입처럼 뚜렷한 증거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못할 경우 노동조합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다. 개인과 조직의 선거 이해관계를 떠나 사측을 겨냥한 실질적인 투쟁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유기, 보복해고의 본질은 회사에 대항하는 사람은 반드시 죽인다는 자본 메세지!

    뒤를 이어 발제를 한 박유기 전 금속노조위원장은 이일 조합원 해고를 명백한 부당보복징계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석동 승진과 이일 조합원 보복해고라는 이 사건의 본질이 회사에 충성하는 사람은 끝까지 책임지고 살려주고, 회사에 대항하는 사람은 반드시 죽인다는 회사 측의 현장조합원과 중간관리자를 향한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 현자지부 현장은 사측이 유포한 허상에 사로잡혀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노무관리자의 불법 선거개입의 발단은 현장 조직의 조직이기주의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조직이 조직원 보호를 위한 조직논리에 지나치게 빠져 있다며 조직 내부의 조직규율을 강화해 사측과 결탁하거나 부정부패를 저지른 조직원은 활동을 중지시키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석동의 선거개입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로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제보자 이일조합원은 반드시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지켜야 한다.

    각각의 현장조직을 대표해서 나온 토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석동의 선거 개입은 부당노동행위이고 제보자의 행위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라는 현자지부 대의원대회의 결의사항을 사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부영 들불 의장은 현자지부와 2공장 사업부등 노조 공조직의 초기대응 미흡을 꼬집으며, “회사의 단체협약과 노사합의 위반에 노조가 대응하지 못해 조합원들이 노조를 믿지 못한다며 이번 사건은 집행부가 깃발 꽂고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장 조직들이 회사에 표 구걸하지 않겠다고 합의하고 그 합의문 조합원에게 공개하는 공개선언을 제안했다.

    허성관 금속민투위 조직강화실장은 3공장 시절 이석동의 노동탄압 사례를 폭로하며 이번 부당노동행위는 현장활동가들이 원칙과 소신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한섭 민주현장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을 노동조합이 주도하여 힘을 하나로 모아 투쟁으로 전환시키지 못하고 내부가 분열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잘못을 지적했다. 노동조합의 권위가 무너졌다고 우려했다.

    소통과 연대를 대표한 백종세 정책실장은 작년에 대의원이 동선을 반출한 사건에 대해서는 정직 15일이었는데 이보다 훨씬 경미한 이 건이 해고라는 것은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이라고 일갈하며 반드시 이일 조합원의 고용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접대만 받아서 탄압의 아픔을 모른다.
    유인물과 행동이 따로 노는 현장조직의 잘못을 극복해야 한다.

    참가자 토론과 질의응답에서는 현장조직과 활동가의 부끄러운 민낯을 적나하게 드러냈다. 김광식 전 위원장은 “어느 누구하나 어느 조직 하나 회사로부터 자유로운 사람과 조직이 없다.” 현장 조직의 내부 자정과 혁신을 주문했다.

    해고자인 엄길정 전 1공장 사업부 대표는 이번 사건은 노동조합이 행동하지 않은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일갈했다. 노조와 현장 간부들이 접대만 받아서 탄압의 아픔을 모른다고 지적하며, 현장조직에 대해서는 조직에서 현장의 선출직 간부를 내세울 때는 교육과 실천이라는 잣대로 엄격하게 걸러줄 것을 요구했다.

    김권수 2공장 조합원은 부당노동행위에 노동조합이 나서지 않는 현실이 부끄럽다며, 현장조직은 공조직(지부 상집이나 사업부대표, 지부대의원)에 나가 있는 조직 활동가들을 통해 공조직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이 문제를 대하는 현장조직의 진정성 있는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병태 조합원을 비롯한 많은 발언자들이 현장조직의 대자보와 유인물 내용과 그 조직원의 행동이 따로 노는 잘못된 행태를 꼬집었다. 현장조직이 정책과 이념으로 경쟁할 때 조합원들이 지지한다고 임경우 조합원의 일침은 큰 박수를 받았다.

    부당노동행위 분쇄를 결의한 이 날 토론회는 파업가를 부르며 마무리했다. 활동가들은 공장의 기계소리를 맞으며 모처럼 힘차게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내일의 태양을 기대하게 한 그날 밤이 지나고 맞이한 소식은 전현직 위원장 지부장을 포함한 노사 14명이 현대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탐방을 떠났다는 뉴스였다. 경쟁력 강화와 부당노동행위는 이음동어(異音同語)임을 우리는 안다. 현자지부 동지들의 건투를 빈다. 투쟁!

    필자소개
    현장기자(현장노동자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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