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기후변화의 해’ 되어야
    [에정칼럼] 작년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
        2015년 02월 04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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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14년의 지구 평균 기온은 관측이 시작된 1850년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다.

    정작 주목할 대목은 해마다 순위를 정하는 데 있지 않다. 지구 기온이 가장 높았던 상위 15개 연도를 꼽는다면, 14개가 2000년 이후로 나타났다. 근래 들어 온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경향성’은 우리가 더 이상 기후변화 대응을 늦출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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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과학은 기후변화를 현재 벌어지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경고해왔다. 지난 1월 <네이처>는 위험한 기후변화를 피하기 위해선 세계적으로 매장된 석탄, 석유, 가스 화석연료의 대부분이 채굴되지 말고 ‘태울 수 없는 탄소’로 남겨져야 한다고 역설한 논문을 게재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는 기온 상승 폭이 커질수록 이상기후는 더욱 극심해지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탄소 배출량(특히 화석연료)을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보고서’에는 기후변화가 빈곤 인구에 더 가혹할 뿐 아니라 식량주권 침해와 생태계 위협을 악화시켜 환경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란 메시지도 담겼다.

    2015년을 ‘기후변화의 해’로 만들기 위해서 어느 때보다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높다. 올해는 2020년 이후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체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합의에 도달하기로 한 시한이기 때문이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기후협상 과정을 되돌아본다면, 정치적 의지야말로 기후변화 문제를 풀기 위한 모든 것처럼 보인다.

    최근 가장 인상적인 행보를 보였던 사람은 정치인이 아닌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그는 필리핀(태풍 하이옌으로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었던)으로 향하는 항공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페루 기후총회는 보잘 것 없는 결과를 남겨 실망스러웠다. 용기가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지점에서 멈추고 더 나아가지를 못 했다. (12월 예정된) 파리총회에서는 각국 대표들이 보다 용기를 가지고 전진하길 희망하자”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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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은 오는 6월 환경과 기후변화에 관한 회칙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칙은 교의, 윤리, 사회 문제와 관련해 교황이 전세계 가톨릭 교회에 보내는 교서다. 페루 기후협상 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력한 메시지를 담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정부도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정부는 현재 2020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얼마 전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2020년 이후 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이전에 세웠던 목표보다 더 야심차게 잡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런 발언이 정부 부처를 포괄하는 주요하거나 공감된 인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부담이라고 꾸준히 일축해왔던 재계의 압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혼동된 신호를 보내왔다.

    한편 ‘야심찬’ 목표 설정만큼이나, 우리 사회가 온실가스를 장기적으로 얼마나 어떤 경로를 통해 줄이고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단순한 ‘협상카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활발하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주제다. 온실가스는 화력발전소를 더 짓는 문제서부터 이동수단과 먹을거리와 같이 생활 방식에 전반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시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게 주어진 ‘책임의 몫’을 직시하고 국제사회의 행보에 맞춰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필자소개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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