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대 연합체안,
    과연 진보적 대학개혁안 될 수 있나?
    [기고]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 대학교육 기회 제공하는 방안 찾아야
        2012년 07월 11일 05: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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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통합당이 공개적으로 서울대도 포함시킨 국(공)립대 연합체 구성안을 대학개혁을 위한 주요과제로 내세웠다. 민주통합당이 이 안을 앞으로도 얼마나 진지하게 추진할 지는 미지수이지만, 그 안은 그간 진보적 교육운동 진영의 일부가 줄기차게 제기해 온 대학개혁 내용을 대폭 수용한 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안은 내가 보기에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고 진보적 대학개혁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면서도 불필요한 혼란만을 가중시키는 안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나는 진보진영에게 이런 국립대 연합체안을 과감하게 폐기하고 새로운 대학개혁안을 마련하는 데에 진지하게 나서 주기를 요청한다.

    서울대 포함 국립대 연합체안이어야

    교육운동에 참여하는 분들이 국립대 연합체안을 제출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안이 대학서열체제의 타파, 입시경쟁의 완화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데에 있다.

    그런데 이런 안을 제출하게 된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그 안에 어떤 방식이든 적어도 서울대 학부 과정 폐지가 포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서울대에 지금과 같은 학부과정을 그대로 둔 채 서울대 포함 국립대 연합체를 구성하면 국립대 연합체 구성을 제안한 본래의 목표를 제대로 실현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서울대를 제외시키고 지방 국립대들만의 연합체를 구성하는 안 역시 당연히 그런 대학 연합체를 만들려고 한 본래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다.

    실제로 이런 대학 연합체를 만들려고 한다면 국립대 연합체안 등으로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이 그냥 현재의 지방 국립대들 간의 협력을 촉진하고 이들 대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늘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방 국립대학들의 수준이 현재 엇비슷하므로 이 대학 연합체의 졸업생들에게 공동 학위를 부여한들 별 의미가 없다.

    서울대 정문 모습

    이처럼 서울대에 지금과 같은 학부과정을 그대로 둔 서울대 포함 국립대 연합체를 만들든지, 아니면 역으로 서울대 제외 지방 국립대 연합체를 만들든지, 둘 다 대학 연합체 구성의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데에 기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서울대 학부과정을 없앤 서울대 포함 국립대 연합체 안은 서울대 측 및 서울대 유지가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들의 반발은 고사하고 그 자체로서도 많은 문제를 야기해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서울 지역의 국립대학들을 통합한 서울 캠퍼스에 기초학문 과정만을 두고 공동학위제를 도입하는 서울대 포함 국립대 연합체 안이라 할 수 있는 ‘통합국립대학안’이 최근 제안되었다. 그리고 이 안을 제안한 분들은 국립대 연합체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을 자격고사와 내신만으로 모두 한꺼번에 선발해 1년간 교양과정이나 교양대학에 다니게 한 후 교양과정 수료생들을 교양과정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해 전공과정에 진입토록 하자고 제안한다.

    이 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안이 한편으로는 ‘서울대 학부과정 폐지 서울대 포함 국립대안’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립대 연합체 안이 지닌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그 안에 대한 대안으로 제출된 ‘(중등교육을 마친 학생들이 모두 자격고사만 보고 입학하는) 전국교양대학 설립과 권역별 국․공립대 연합체 구성 안’의 문제의식을 살린 건설적인 절충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건설적인 절충안이라기보다는 진보적 대학 개혁을 위해 별다른 돌파구도 마련하지 못하는 무원칙한 절충안이다. 물론 그 안 역시 서울대 폐교 내지 준 서울대 폐교의 내용을 담기 있기 때문에 서울대 구성원이나 현재의 서울대를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많은 사람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그것이 진정 한국의 올바른 대학개혁에 기여하는 안이라면 그런 반발을 무릅쓰더라도 그 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안은 강력한 반발이 있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 대학개혁의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지방 국립대를 단과대학화하는 것, 현실성 없어

    우선 이런 형태의 대학 연합체를 설립하면 현재 서울대 및 서울지역 국립대학의 응용학문 학과들과 단과대학들은 모두 없애든지 아니면 지방대학으로 이전시켜야 하는데, 바람직한지의 여부는 차지하고 현실적으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런 국립대 연합체가 명실상부한 대학 연합체가 되려면 그 연합체 전체가 하나의 종합대학교가 되고 지금의 지방 국립대들이 기본적으로 단과대학 체제들로 개편되어야 하는데, 현재 종합대학교 체제를 지닌 지방 국립대들을 단과대학 체제로 개편하는 것은 현실성도 없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결국 현재와 같은 종합대학교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학점 교환이나 학생 교류를 아무리 진작시킨 들 그것이 현재 행해지고 있는 학점 교환이나 학생 교류들보다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또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들을 학생들이 오가게 하는 것이 무슨 그리 큰 의미를 지니겠는가? 대신 교수들을 이 대학 저 대학으로 옮겨 다니면서 강의토록 할 것인가? 그런 발상이 나오지 않는 것은 그게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립대 연합체안에만 혜택주는 것, 설득력 없어

    둘째, 국립대 연합체안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연합체 소속 대학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고 이 연합체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반값 등록금과 같은 혜택을 부여하면 연합체 소속의 국립대를 지금의 서울대 수준으로까지 상향평준화시킬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 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물어보자. 예를 들어 당신들은 ‘보편적 복지’를 찬성하는가, 아니면 ‘선별적 복지’를 찬성하는가? 내가 알고 있는 한 이 안을 제출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산 중턱을 깍아 만든 서울대 공대 건물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신들은 왜 국립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반값 등록금 혜택을 부여하고 국가의 교육재원을 이들 대학들에게 집중 투자하는 것을 지지하는가?

    국립대 연합체 안을 지지하는 분들은 불리한 여건 속에서 대학에 다니는 지방 대학 학생들을 지원하고 지방대학들을 육성하기 위해 그런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그 지원을 국립대학에 다니는 학생들과 지방 국립대학들에게만 한정하고 더 어려운 여건 속에 처해 있는 지방 사립대학 학생들과 지방 사립대학들은 지원의 대상으로부터 제외시키려고 하는가? 단지 국립대학에 다닌다는 것만으로 학생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할 타당한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사립대학을 다녀야 하는 학생들은 국가가 대학교육 전체를 책임지지 않고 사립대학들에게 대학교육을 대거 맡긴 탓에 지금도 국립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보다 더 많은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것과 같은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데, 이런 차별을 줄이기는커녕 더 확대시키려는 방안을 어찌 진보적 대학개혁안이라고 제출하는가?

    내가 보기엔 모든 대학생들에 대한 반값 등록금의 실시 보다 더 시급한 것은 사립대 학생들이 국립대 학생들보다 더 많은 등록금을 내고 다녀야 하는 오늘의 불공평한 현실부터 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생들에게 우선 선별적 복지정책을 시행한다면 그 선별적 복지의 우선적인 혜택 대상은, 그 학생이 국립대학 학생이든 사립대학 학생이든 상관없이, 부모의 소득 수준이 낮은 학생, 자신의 연구가 돈벌이와 크게 상관없는 기초학문을 공부하는 학생들 – 그러나 이들 역시 대부분 졸업 후 돈벌이를 위한 취업에 나서므로 기초학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은 일반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우선적 대상이 되어야 한다 ― , 응용학문을 공부할 지라도 졸업 후 더 많은 돈벌이를 포기하고 공익변호사나 공공보건소 의사로 활동하는 등 공공 업무에 종사하는 학생이어야 한다. (이런 원칙들은 대학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게다가 국공립대 연합체 소속 대학들과 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면 줄수록 이 연합체에 소속하지 않는 대학들에 대한 차별은 더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국립대 연합체안이 차별을 완화하기는커녕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만들어 내는 안임을 가리킨다. 서울대에 대한 지원이 지방 국립대에 대한 지원보다 많다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심화시키는 안을 진보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지 않는가!

    연-고대 중심의 서열체제로 전환될 가능성 높아

    세째,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한국의 대학서열체제는 ‘서울대-연·고대 중심의 서울 소재 사립대학-지방 국립대-지방 사립대학’ 순으로 짜여 있다.

    그러므로 서울캠퍼스 학부에 기초학문 과정을 둔다고 할지라도 년 근 6만 명에 달하는 신입생을 자격고사와 내신만으로 뽑는데다가 서울캠퍼스 학부에 응용학문 과정을 개설하지 않는 국립대 연합체는 어쩔 수 없이 대학서열체제에서 연·고대 중심의 서울 사립대학들의 하위 대학연합체로 전락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소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수록 엘리트교육이 가능해지고, 부와 권력 등의 서울 집중으로 인해 오늘날 학생들이 지방대학에 다니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근 6만 명의 신입생을 한꺼번에 뽑는 지방 소재 대학들 중심의 연합체가 소수 학생들을 뽑는 연․고대 중심의 서울의 사립대학들보다 보다 더 상위 대학이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게다가 그런 연합체의 구성은 ‘연·고대 등의 귀족대학화’를 더욱 촉진시키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 보라. 부자들이 금전적으로는 득을 봄에도 불구하고 학교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들이 학교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기 자식들이 가난한 집안의 자식들과 똑 같이 급식하는 것을 싫어하고, 돈이 더 많이 들지라도 자기 자식들에게 더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부자들이 무상의료 체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돈이 더 많이 들지라도 자신들이 차별적인 의료혜택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명분대학을 다녔는지의 여부가 부와 권력을 누리는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는 데에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는 이 사회에서 만일 그런 국립대 연합체가 만들어지면 한국의 부자들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가? “아, 나도 경제적으로 득을 불 수 있게 되었구나. 내 자식도 연합체 소속 지방대학으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겠는가, 아니면 “잘 됐다. 가난한 집안의 자식들은 모두 그리로 보내라. 우리 자식은 연·고대를 보내고 이참에 지금 보다 더 많은 등록금을 내더라도 연·고대를 가난한 집안의 자식들은 아예 얼씬도 하지 못하는 귀족대학 중의 귀족대학으로 만들자”라고 생각할까? 내가 보기엔 단연코 부자들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는 동시에 국립대 연합체 소속 지방대학들에게 많은 투자를 할지라도 이들 대학들을 지금의 서울대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것도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단순한 희망사항에 불과함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국립대 연합체안은 그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대학평준화에 기여하기는커녕 서울대 중심의 대학서열 체제를 연·고대 중심의 새로운 대학서열체제로 변경시키는 데에 기여할 뿐이다.

    그리고 대학서열 체제의 해소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대학입시제도를 철폐하지 못하므로 그 안은 입시교육 위주의 초중등교육의 정상화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이런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게다가 대학서열체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사립대학’인 연·고대가 그 서열체제의 최상위를 차치하는 것보다는 ‘국립대학’인 서울대가 최상위를 차지하는 것이 더 낮다.(이 점에서 서울대의 준사립대학화를 촉진하는 서울대 법인화는 폐기되어야 한다.)

    권역별 국-사립대 연합체안 고민 필요

    이런 점에 비춰 국립대 연합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학서열체제의 타파에 기여하는 안을 제출하고 싶으면 현재의 국립대 연합체안 대신 최소한 ‘연·고대 등의 (준)국립대학화’와 ‘서울대/ 연·고대 포함 국립대 연합체안’을 제안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안 역시 이 연합체에 속하지 않는 대학들을 차별하는 심각한 문제점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은 왜 한사코 절름발이 대학평준화안이라 할 수 있는 현재와 같은 국립대 연합체안 만을 고집하는가? 연·고대까지 포함시키면 아마도 실현가능성이 없고 언제 실현될 지도 기약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연·고대 등을 뺀 절름발이 국립대 연합체 구성안은 자신들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대학서열체제의 타파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므로, 연·고대 등도 포함시키는 대학연합체 구성을 추진할 용기가 없다면 지금의 국립대 연합체안도 과감하게 폐기해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나는 국립대 연합체 안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발상의 대전환을 요청한다. 서울대가 대학서열체제의 최정상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대를 없앤들 그것이 대학서열체제의 해소 및 입시교육 위주의 초중등교육의 정상화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서울대 폐교 내지 준(準)서울대 폐교에 더 이상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그 안의 추진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고 우리 사회의 진보적 교육개혁에 지금 현재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들, 즉 고교만을 졸업한 학생들과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 대학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 전문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사회에서 차별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방안,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돈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방안, 그리고 무엇보다도 입시교육으로 황폐화되고 있는 오늘의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대학개혁 방안 등을 적극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지방 국립대들이 더 많이 협력관계를 맺어야 할 대학들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타 지역의 국립대학들이 아니라 자신들과 가장 인근에 있는 자기 지역의 사립대학들이다. 그러므로 국립대 연합체라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국립대학들을 억지로 하나로 묶으려는 무리한 연합체를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같은 지역에 소재하는 대학들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권역별 국·사립대 연합체’의 구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동학위제를 꼭 도입하고 싶다면 ‘국립대 공동학위제’ 보다는 ‘권역별 국·사립대 공동학위제’가 더 바람직하다.

    연·고대 중심의 서울 지역의 사립대학들에게 대학서열체제의 최상위 자리를 내준 채 다른 사립대학들은 더욱 밑으로 끌어내리면서 국립대 연합체를 끌어올리려고 하기보다는 권역별 국·사립대 연합체 모두를 위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당장 고민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전국교양대학안 검토해야

    오늘의 대학서열체제는 크게 보면 그간의 한국사회 발전의 모순이 만들어낸 누적된 결과물 중의 하나이다. 이와 관련 예를 들어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는 대학들이 대체로 평준화되어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오히려 그 분들께 (사립대학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의 대학체제를 모든 대학들이 국공립대인 독일의 대학체제로 일거에 바꿀 수 없다시피) 독일에서 대학이 대체로 평준화될 수 있게 한 역사적, 사회적 조건들과 한국에서 강고한 대학서열체제를 성립시킨 조건들을 조금이라도 자세하게 비교해 보면 서울대 폐교와 같은 처방으로써는 대학평준화가 결코 달성될 수 없음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때문에 우리는 대학서열체제의 해소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개혁과 맞물려 있음을, 그러므로 오늘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대학서열체제를 타파하기 위한 어떤 획기적인 처방을 내놓을지라도 새로운 형태의 대학서열체제가 생겨나지 않을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교육평준화’라는 이상에 매달려 입시경쟁에 매달리는 상태를 그대로 둔 채 초중등교육 평준화를 시행한 결과 오늘날 서울대 등 이른바 명문대학들을 – 그래도 서울대는 국립대이기 때문에 연·고대에 비해 사정이 낮지만 – 강남 부유층의 자식들이 거의 독식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의 초중등 교육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차라리 지방에는 이전의 명문고들은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나았다고 생각된다.)

    때문에 우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대학 서열을 완화시켜 나가는 방안들을 고민해야 하며, 당장 서울대를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서울대를 비롯한 이른바 ‘명문’대학들을 부유층 자제들이 갈수록 더 많이 독식하는 현실을 타개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대학서열체제 타파에 별달리 도움을 줄 수 없는 안을 대학서열 타파를 위한 획기적인 안인 양 제출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이며, 대학서열체제의 최정상을 차지하는 서울대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이성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발판으로 삼지 못하는 좌익 포퓰리즘적 접근에 불과하다. 이런 접근은 삼성재벌이 밉다고 삼성기업을 그냥 해체해 버리자고 제안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대학서열 타파를 대학개혁의 긴급한 주 의제로 삼으려 하는 유혹을 버리자! 그 대신 우리는 초중등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고 오늘날 지극히 왜곡되어 있는 대학 현실을 혁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다른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이 많은 반발에 부딪치고 상당한 예산이 들지라도 의도한 목표를 상당한 수준까지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반발을 무릅쓰더라도, 그리고 상당한 예산의 투자가 필요할지라도 그 안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 중 가장 필요한 것이 앞에서 말한 ‘전국교양대학설립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다른 어떤 대학 개혁들을 추진할지라도 그 모든 개혁들이 전국교양대학 설립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되기를 희망한다. ‘전국교양대학 설립’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른 글을 통해 피력해 보겠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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