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이슬람주의에서
    이슬람국가(IS)의 탄생까지
    [책소개] 『이슬람 전사의 탄생』(정의길/ 한겨레출판)
        2015년 02월 01일 12: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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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지금 3차 대전 중일까? 1, 2차 세계대전 때처럼 국가 간의 전면전은 아니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이슬람 대 서방 간의 전쟁이라는 성격을 띤 분쟁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이 시대를 후세의 역사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9.11 이후 이슬람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전, 내전, 내란, 소요, 테러를 비롯해 최근 파리에서 벌어진 ‘샤를리 에브도’ 테러나 IS의 일본인 인질 살해 등을 보면 ‘비대칭적 장기 국제전’이 진행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저자는 이 ‘비대칭적 장기 국제전’의 속살을 본격적으로 보려면 1979년 아프가니스탄으로 시계를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1979년 소련의 침공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기점으로 이슬람주의 무장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부터 2014년 IS의 탄생까지 지난 35년간 이슬람권에서 벌어진 일들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결과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에서는 1979년 아프간 전쟁 이전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소개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을 만든 사우드 가문과 현대 이슬람주의 토대를 마련한 와하브파의 동맹에서부터 무슬림형제단의 탄생, ‘이슬람주의의 레닌’이라 불리는 쿠틉, 쿠틉의 후계자인 자와히리,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변곡점이 된 6일 전쟁, 이후 지하드주의와 와하비즘의 확산, 그리고 이란의 이슬람 혁명까지 이슬람권 분쟁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2부에서는 1979년부터 10년간 진행된 아프간 전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이란 이슬람 혁명의 기운은 이웃 아프가니스탄에도 번진다. 사회주의 성향의 세속주의 정부에 대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이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은 군대에서도 반정부 봉기가 일어난다. 정부는 소련에 S.O.S.를 치고 군사를 보내줄 것을 요구한다. 소련 역시 아프간 공산 혁명을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전쟁의 끝에 소련 해체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베트남에서 쓰디쓴 패배를 맛본 미국, 특히 CIA는 ‘아프간을 소련의 베트남으로’ 만들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소련과 사회주의 정부에 맞서는 이슬람 세력(무자헤딘)에 엄청난 무기와 군사 교육을 지원한다.

    소련에 맞선 무자헤딘의 전과에 이슬람주의 세력은 고무되어 갔고, 아프간 전쟁은 지하드(聖戰)가 되었다. 각국의 이슬람주의 청년들이 속속들이 아프간 전쟁에 참전하고, 이슬람 부호들은 이들을 후원하기 위해 모금에 나섰다. 오사마 빈 라덴이 1차로 부상한 것도 이 시절 모금전문가로 활약하면서이다.

    고르바초프가 집권한 후, 소련은 결국 철군을 선언한다. CIA는 쾌재를 불렀다. 그들이 뿌린 씨앗이 후일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 체.

    이슬람

    미국이 뿌린 씨앗들:- 빈 라덴, 알 카에다, 탈레반, 후세인

    3부와 4부는 빈 라덴과 알 카에다의 성장, 그리고 탈레반의 부상을 살펴본다. 무자헤딘의 후원자에서 출발해 점점 전투의 경험까지 쌓아가던 빈 라덴은 아프간 전쟁 말기 ‘자지(Jaji) 전투’에서의 승리(사실은 소련군의 전술적 후퇴에 가까웠다)로 영웅으로 부상한다. 그리고 쿠틉의 후계자 자와히리와 동맹을 맺고 그 안에서 주도권을 잡아간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알 카에다’이다.

    이 사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전후의 혼란을 탈레반이 정리해갔다. 애초에 이슬람을 공부하며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각종 종교 의례를 제공하던 일종의 하위 성직자였던 탈레반들은 아프간 전쟁 때 무자헤딘 투쟁에 뛰어들면서 한 세력이 된다. 이들은 1996년 카불을 함락하고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지배자가 된다.

    그리고 바로 이때, 빈 라덴은 아프간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한다. 이미 당시 빈 라덴은 요주의 인물이 되어 있었다. 1993년 초 CIA 청사 앞과 월드트레이드센터 지하 주차장에서 새로운 유형의 테러가 시작되었고, 1996년 1월 CIA는 빈 라덴 추적반 ‘알렉스테이션’을 가동했다. 사우디는 이미 빈 라덴을 국외로 추방한 상태였다.

    CIA는 이후 수차례 빈 라덴 제거 공작을 펼치지만 번번이 결단력 부족으로 작전에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2001년 9월 11일이 다가왔다.

    이 사이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 게 이라크다. 1980년 이라크는 이란과 전쟁을 벌인다. 아프간 전쟁의 발단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란의 이슬람 혁명은 인접국으로 확산될 기미가 보였다. 더구나 이라크는 수니파가 시아파를 지배하는 형국이어서 이란 시아파들의 혁명에 힘입어 이라크 시아파들이 봉기할 경우를 대비해야 했다. 여기에 친미국가에서 반미국가로 돌변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보태졌다.

    이라크의 지도자 사담 후세인은 미국의 지원으로 이란과 전쟁을 결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8년간의 전쟁은 이라크에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오히려 미국 지원의 간접 통로였던 사우디 등 주변국에 채무만 지는 신세가 되었다. 걸프전의 발단이 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이런 배경에서 발생했다.

    걸프전에서 중요한 것은 아랍 국가들이 적어도 그전까지 외세에 대해서는 똘똘 뭉쳐 저항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그게 깨졌다는 것이다. 미군과 미군에 기지를 제공한 사우디에 대한 반감이 오히려 이라크를 응원하는 심리를 불러 일으켰다. 걸프전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이는 후일 또 다른 분란의 씨앗이 된다.

    끝없는 전쟁의 시작: 9.11 테러에서 IS의 탄생까지

    5부에서는 부시의 실패한 ‘테러와의 전쟁’을 집중 조명한다. 9.11 테러에 대한 신호가 여러 차례 감지됐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한 백악관, 9.11 이후 알 카에다와 이라크의 연관성이 없음에도 알 카에다와 빈 라덴 제거보다는 이라크 침공에만 혈안이 되었던 네오콘의 어처구니없는 상황 판단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다. 신형 무기 위주로의 ‘국방 개조’에 혈안이 되었던 럼스펠드의 욕망이 상황을 어떻게 그르쳤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이들은 빈 라덴을 잡는 데는 실패하고, 명분도 없는 이라크 전쟁으로 지구적 갈등만 불러일으켰다. 부시가 항공모함에서 ‘임무 완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이라크전 승리를 선언한 이후, 이라크는 내전의 깊은 수렁으로 빠진다. 특히 후세인 시절 주류를 형성했던 수니파들이 반란과 폭동의 대열에 앞장선다. 그리고 미국이 이라크전에 빠져있는 동안 아프간에서는 다시 탈레반 세력이 힘을 회복한다.

    6부는 오바마 취임 후 미국이 이라크에서 발을 빼고 빈 라덴 제거에 집중하여 2011년 5월 1일 결국 빈 라덴을 제거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알 카에다 이라크지부는 ‘이라크이슬람국가(ISI)’로 이름과 조직을 바꿔 새롭게 시작한다. ‘아랍의 봄’은 시작되었지만 지리멸렬한 세속주의 정치세력과 친서방 세력에 대한 반감으로 오히려 이슬람주의 세력이 힘을 얻어갔다. 시리아 내전에서는 ‘누스라전선’이라는 알 카에다 연계 세력이 반군 진영에서 급속히 세력을 확장해갔고, ISI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며 누스라전선과 연대해갔다.

    그 과정에서 ISI의 지도자 바그다디는 누스라전선과 ISI를 통합해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를 만든다고 선언한다. 이는 알 카에다 본부와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것이다. 알 카에다는 ISIL을 파문했지만, 알 카에다의 통제에서 자유로워진 ISIL은 더욱 공격적인 활동을 펼친다. 그리고 2014년 6월 29일 ‘이슬람국가(IS)’를 선포한다.

    중동 현대사가 미로일 수밖에 없는 이유

    이 책의 안내를 따라 현대 이슬람주의의 탄생에서 IS의 탄생까지를 차근차근 살펴보면 왜 이곳의 이야기가 이렇게 복잡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게 된다.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종교 분쟁,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분쟁, 아랍 대 서방(이스라엘) 구도의 반외세 분쟁, 세속주의-이슬람주의 분쟁, 독재정권 등 권위주의 세력과 민중 사이의 민주화 분쟁, 다수 민족과 소수 민족의 분쟁, 중동 역내 국가 사이의 국가 분쟁 등 여러 겹의 갈등들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하기에 그 어떤 구도도 선-악의 틀로 간단히 해석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국제전문기자인 저자는 “평소 독자들로부터 맥락 없이 보도되는 중동 등 이슬람권 분쟁을 체계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얘기를 듣곤 했다”며, “특히 9.11 테러를 전후한 이슬람 무장 세력의 활동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소개된 책이 국내에 없다는 현실에 적지 않게 놀랐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이슬람 무장 세력을 비롯한 이슬람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길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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