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와 시간에 대한 다섯개 질문
    [책소개] 『시간 연대기』(애덤 프랭크/ 에이도스)
        2015년 02월 01일 11: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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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현대 물리학이 말하는 시간의 모든 것

    너도나도 쓰는 말이면서도, 그 진정한 의미를 알기 어려운 주제로 시간만한 게 또 있을까? 시간은 대체 뭘까? 왜 과거로는 흐르지 않고 미래로만 흘러가는 것일까? 시간에 시작과 끝이 있을까?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우주에 시간이 존재할까?

    뉴턴이 말한 것처럼 절대시간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시공간은 휘어져 있는 것일까? 과연 상대성이론의 쌍둥이 역설은 가능한 것일까? 최근 일부 물리학자들의 주장처럼 시간은 환상에 불과할까? 여러 개의 우주 풍경이 있는 것처럼, 시간 또한 여러 개의 시간이 있는 것일까?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이면서도 어느 순간 심오한 철학적, 물리학적 사유의 세계로 들어 가버리는 시간의 수수께끼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인간에게 의식의 빅뱅이 일어났던 선사시대부터, 전자기에너지파에 의해 전 세계가 수밀리초 단위의 시간 리듬으로 엮인 디지털시대까지 시간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추적한다.

    먼 옛날 의식이 생기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시간에 대해 던졌던 핵심 질문 다섯 가지를 통해 우주와 시간의 물리학적 문화사적 통찰을 엮어낸다.

    시간연대기

    우주와 시간에 대한 다섯 가지 질문

    시간에 대한 질문은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존재인 우주에 대한 질문과 항상 맞닿아 있었다. 또한 인간이 던진 시간과 우주에 대한 질문은 신화의 시대에서부터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지은이가 말하는 다섯 가지 질문은 이렇다. 우주는 하나일까, 아니면 여러 개일까? 우주는 무한한가 아니면 유한한가. 우주는 스스로 존재할까? 시간은 스스로 존재할까? 우주는 시간적으로 시작과 끝이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인류 역사에서 계속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그리스시대의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의 변화에 대한 논쟁, 여러 우주의 존재를 예상했던 조르주 브루다노와 라이프니츠, 코페르니쿠스와 뉴턴 그리고 아인슈타인으로 이어지면서 벌어진 우주의 무한함과 유한함에 대한 논쟁, 시간의 속성과 본질을 놓고 쏟아진 다양한 물리학 이론, 10500개의 우주 풍경을 이야기하는 끈이론과 다중우주론, 시간은 환상이며 종말을 주장한 물리학자 줄리언 바버, 시계의 불확정성을 이야기하는 양자우주론자 안드레아스 알브레히트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 ‘시간’은 늘 이 다섯 가지 질문과 관련되어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철도와 전보가 있었다? 뉴턴의 중력법칙은 공장 노동자들의 시간 규율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증기엔진과 열역학 제2법칙은? 세탁기와 라디오, 인공위성, 원자폭탄, 이메일, 휴대전화 등 인간이 만든 ‘물질’이 인간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에 미친 영향을 흥미롭게 분석한다.

    책은 동물의 뼛조각에 달의 변화를 기록하던 구석기시대부터 100억분의 1초의 정확도로 시간을 측정하는 원자시계에 따라 움직이는 현대까지, 인간의 문화 속 시간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여기서 지은이는 인간의 기술로 만들어낸 ‘물질’이 인간의 시간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통찰력 있게 분석한다. 새로운 물질이 인류 역사에 개입하면서 인간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지은이가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물질을 꼽아보면, 신화, 달력, 시계탑, 증기엔진, 전기조명, 철도와 전신, 세탁기와 라디오, 인공위성, 원자폭탄, 이메일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것들이다.

    인간의 삶에 물질적 개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분석하면서 지은이는 고대 시대의 달력과 정치적 권력의 연관성을, 뉴턴의 절대시간과 절대공간 그리고 중력법칙이 산업혁명의 공장 노동자들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전기 조명의 발명이 인간에게서 밤을 몰아내는 과정을, 철도와 전보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탄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세탁기와 라디오, 인공위성과 원자폭탄이 빅뱅이론과 인플레이션이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고도로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물리학적 시간과 인류가 다뤘던 가장 거대한 우주의 시간에 대한 질문(프톨레마이오스의 주전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허블의 팽창우주, 빅뱅이론의 특이점, 끈이론의 풍경, 다중우주)이 일상생활의 시간 경험과 어떤 상호작용을 했는지를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빅뱅이론은 끝났다.

    물질이 인간의 시간에 미친 영향만큼이나 우주의 시간에 미친 영향 또한 중요하다. 육안으로 바라보던 밤하늘은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면서 수십만 배나 확장된다. 20세기 초 세계 전역에 놓인 철도와 구리 배선은 전 세계인에게 ‘동시에 경험하는 지금’을 선사했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온 배경이었다.

    에드윈 허블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캘리포니아 윌슨 산까지 놓인 전기 케이블로 흘러들어가 거대한 후커 망원경을 작동시킨 전기 덕분이었다. 마찬가지로 원자핵의 세계를 파헤치면서 빅뱅이론과 가모브의 원시스프 가설이 탄력을 얻게 된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물질은 인간의 시간뿐만 아니라 우주의 시간 역시 변화시켰다.

    이런 시간 변화의 양상은 20세기 내내 등장했던 팽창우주와 빅뱅이론, 인플레이션이론과 끈이론, 다중우주를 넘나들며 설명하는 지은이의 논의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논의 끝에 지은이는 시간이 0이 되는 지점, 우주가 탄생한 순간, 질량에너지 밀도가 무한하고 부피는 0이 되는 지점, 다시 말해 특이점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빅뱅이론의 종말을 말한다.

    하지만, 빅뱅이론의 대안으로 나온 끈이론이나 양자중력이론, 브레인우주론, 다중우주는 어떨까? 시간의 본질과 우주의 시작과 끝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제시할까?

    지은이는 과학이 관찰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것을 다룬다는 점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는데, 이렇게 볼 때 현대 물리학의 모습은 불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숨겨진 차원이나 보이지 않는 다른 우주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론적 모델로서는 설득력 있지만, 아직까지는 검증되지 않는 SF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통찰인 인간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이 얽히고설켜 진화했음을 이해하는 것이 자꾸만 형이상학 쪽으로 가는 현대 물리학의 흐름을 극복하고, 진정한 과학적 우주론과 시간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유용하다고 본다.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과학적 탐구와 함께 우주론과 시간론의 공동협력자였던 인간의 위치를 재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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