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수습‧실습‧견습 등
'과도기 노동'으로 노동권 보장해야
형식은 교육, 실제는 저임금 노동자로 활용되는 현실
    2015년 01월 28일 05: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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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수습, 실습, 견습 등 청년들의 활동을 ‘과도기 노동 영역’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육과 노동의 애매한 경계선에서 놓여 있던 청년 인턴을 노동자로 규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노동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 인턴을 보호할 법제도 제정 또한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인턴을 노동자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은 많았다. 하지만 인턴으로 고용된 다수 청년들이 사실상 정규직 업무를 대체하고 있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직업교육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인턴 또한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청년유니온이 들고 나온 ‘과도기 노동’이라는 표현은 청년인턴을 노동자로 규정해 이들을 법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물론 인턴이 저임금 노동력이 아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교육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뤄지는 인턴의 경우 증언과 사례를 봤을 때, 교육의 목적보다는 저렴한 노동력에 그 목적이 큰 것은 사실이다.

국회의원회관에서 28일 오전 열린 청년노동이슈포럼 ‘무급인턴 열정페이 수습직원 갑질해고 논란을 통해 본 과도기 노동의 청년착취 실태’에서 주최측인 청년유니온은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무급인턴

사진=국민방송

포럼에 참석한 미술관 인턴 경험자 A씨는 “식대만 제공하는 2개월 무급인턴을 했다. 청소, 설거지 정도만 하고 전공을 살리는데 도움이 될 만한 교육적인 업무는 하나도 없었다”며 “90프로 이상 청소만 했다. 배우는 게 없으니 자원봉사를 하러 온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영화제 인턴을 한 B씨 또한 “인턴을 해보면 계약직으로 일하게 되거나 영화제에서 일하는데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게 됐는데, 지원모집 공고에 임금은 차후 협의라고 명시돼 있었다. 면접 끝나고 보니 40만원 준다고 했다”면서 “인턴 당시 홍보팀이었는데 사수라는 분이 기획팀에 있었던 분이라 홍보팀 일을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사전 교육도 없고 예전에 했던 보고서 등 자료들을 보고 자력으로 일을 배워야 했다”고 전했다.

B씨는 이어 “계약직이나 정규직이 할 일을 영화제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적은 임금 주는 인턴 쓰고 있다고 느꼈고, 임금 근무 조건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인턴 수습 실습 등을 과도기 노동으로 규정하고 법제도적 장치 정립해야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인턴, 수습, 실습, 견습 등 다양한 유형으로 불리는 이 사람들이 개별 사례를 놓고 교육을 받았나, 아닌가를 얘기하기에는 교육단계와 안정적 미래 기반으로 넘어가는 중간단계의 영역이 너무 커졌다”며 “이제는 새로운 노동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상태를 인지하고 우리가 이 사람들이 경력 형성과 안정된 일자리 기반으로 넘어가기 위한 기본적 제도적 장치들,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입각해서 과도기 노동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년유니온은 사례를 바탕으로 ▲스펙 노동 ▲정식 채용이라는 꿈의 그림자 ▲교육이라는 이름의 열정페이 ▲교육 없는 현장실습이라는 ‘과도기 노동’의 4가지 양상을 분류했다.

먼저, 스펙 노동은 이력서에 경력을 넣기 위해 무급 혹은 저임금으로 인턴십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논란이 됐던 사례는 2013년 12월 주미한국대사관에서 무급인턴 구인 공고를 게시한 것이다. 한국어, 영어가 모두 능통해야 하고 통‧번역, 행정 업무 등 실제 업무를 하지만 급여는커녕 미국까지 가는 교통비와 숙박비도 지원되지 않았다.

자기 돈을 내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 기이한 현상은 좋은 일자리로 가기 위해 이력서에 넣을 경력이 청년들에겐 절박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부가 그 절박함을 악용한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 청년유니온의 지적이다.

인턴제를 최초로 도입한 미국의 경우 무급인턴 사용에 대해 ‘인턴이 정규직 근로자의 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훈련기회를 제공하는 사용자가 인턴의 활동으로 인해 어떠한 직접적 이익도 얻어서는 안 된다’는 등 6가지의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해당 인턴은 노동자로 규정된다. 프랑스 또한 인턴 노동자를 보호할 만한 법률이 제정돼 있다. 청년유니온은 국내에도 이 같은 교육과 노동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식 채용을 무기로 수습 직원을 뽑고, 해고하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에서 수습직원 11명을 일괄 해고한 사건이 그 단적인 예다. 2013년 동부생명 인턴직원의 경우 정규직이 되기 위해 영업 업무를 하던 중 업무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얼마 전 벌어졌던 중소기업중앙회 계약직 여직원이 자살한 사건도 정직원 채용을 해준다며 노동력을 착취한 사례다.

김민수 위원장은 “저임금이 용인되는 명분은 업계에서 일을 하기 위한 교육단계에 있다는 것”이라며 “교육과 노동의 경계선상에 있는 불안정한 신분에 있는 사람들이 피해 입는 양상이 몇 개 업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추이나 사례를 종합해본 결과, 일반적인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노동이슈

사진=참세상

인턴, 실습생 등은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에 이익을 안겨주고, 사용자에 지시를 받아 업무를 한다면 당연히 노동자로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됐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이상훈 노무사는 “현실에선 인턴, 교육훈련생, 현장실습생이라는 외피를 쓰고 실 근로를 시킨다. 껍데기가 그렇더라도 실질적으로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고 매출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사업주의 사용종속관계에서 업무 지시 여부를 가지고 (근로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최저임금 적용은 물론 휴게시간 규정, 이 기간이 근속기간으로 근로자와 똑같이 판단돼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을 후원한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은 청년 인턴 착취 문제에 대해 올 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장 의원은 “환노위 소속 의원으로서 이런 문제가 계속 방치되고 청년 착취 상황을 막지 못한 것은 국회나 정부 노동부가 소임을 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폭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 한해는 임시 국회부터 노동부가 법제도 정비 또는 미국과 같이 무급인턴 사용 기준 등 가이드라인 만들 것인가에 대해 세련되고 면밀한 설계를 하겠다. 올해 안에 손에 잡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 간 이견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성을 밝히는 데에 어려운 쟁점이 있는 사안은 아니다. 관심과 적극적 조치에서 방치돼있었던 것 뿐”이라며 “2월에 어떤 안이 한국 노동환경에 더 적합한 인턴의 기준인지를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청년허브와 함께 과도기 노동영역에 대한 면밀한 연구결과를 통해 오는 2월 2차 이슈포럼 진행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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