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연말정산 대란,
'증세 없는 복지'의 헛된 공약 결과"
"비정규직 양산, 장기적으로 경제체질 약화시키는 방법"
    2015년 01월 26일 10: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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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세금폭탄이라고 불리는 연말정산 대란과 관련, 장하준 캠브리지 경제학 교수는 “세금을 더 내고 또 복지혜택도 더 받는 식으로 틀을 바꾸는 게 필요한데 세금이 나쁘다는 틀에 박혀 세금 안올린다고 하다가 올리는 꼼수를 부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체적인 세금 인상은 복지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 정부에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헛된 공약’을 내세운 것이 연말정산 대란의 본질적 문제라는 뜻이다. 또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법인세를 인상하는 정책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26일 오전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절대 세금을 안 올린다 그런 얘기를 반복을 하다가 결국 어떤 방법을 썼던 간에 일부 사람들에게 세금을 올려버렸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과의 합의 과정도 없이 갑자기 (조세정책을) 바꿔버렸기 때문에 국민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에 의해서 복지지출 확대가 필요하고 그걸 위해서 전 국민이 다 같이 세금을 더 내고 또 복지혜택도 더 받는 식으로 틀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면서 “자꾸 ‘세금 걷으면 안 된다, 세금 나쁘다’ 이런 틀에 박혀서 ‘세금 안 올린다’는 얘기만 하고 사실은 필요해서 올려야 하니까 나쁜 말로 하면 꼼수로 슬쩍 올리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 자체가 잘못된 뱡향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복지 지출이 GDP 대비해서 10% 선이다. 선진국 중에 복지가 작다는 미국도 GDP 대비 20% 복지 지출하고 있고 유럽은 대부분 25%에서 많은 나라는 30%, 35%까지 지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복지지출은 2배는 늘려야 한다. 이걸 자꾸 불필요한 씀씀이 줄이고 조세 감면 줄여서 잔돈으로 하겠다는 이런 얘기를 하는데 기본적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장 교수는 “우리나라 법인세가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다. 미국은 대기업들의 법인세율이 39%이고, 독일도 30%, 중국도 25%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5%에서 22%로 깎았다. 법인세를 깎아서 기업 활동을 장려한다는 취지로 깎았지만 기업 활동 장려에 법인세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예를 들어 경제가 잘 안 되고 그런 나라들 중에 불가리아니 파라과이니 이런 나라들은 법인세 10%짜리 나라들도 있다. 그런데 기업들이 그런 나라 가서 투자를 안 한다. 우즈베키스탄 같이 8%인 나라도 있는데 지금 그런 데랑 경쟁하려고 또 더 낮춰야 한다는 얘기인가. 그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부자들만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건 아니다. 유럽식으로 복지국가를 하려면 전 국민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조금 내는 것”이라며 “그런데 요즘에 소위 신자유주의적인 사고가 퍼져서 ‘부자들 (세금)을 깎아줘야 투자하고 성장한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데 지금 미국이나 영국 등은 그런 식으로 해서 지난 30여 년 동안 부자들 엄청 세금 깎아주고 돈 많이 갖다 줬는데 투자도 떨어지고 경제성장도 떨어졌다. 그러니까 부자증세도 그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비정규직 양산대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서 장 교수는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동 규제 줄이는 게 잠깐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 체질을 약화시키는 방법이다. 당장은 인건비 깎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게 편한 길이지만 그 길로 가다보면 결국은 기술력이 떨어져서 산업 자체가 망할 것”이라면서 “당장은 힘들더라도 노동자 처우도 개선을 통해 국제경쟁력도 높이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더 중요한 건 이 문제에서도 복지 국가 확대 문제가 나온다. 기업하다 보면 비정규직 하나도 없이 할 수는 없다”면서도 “유럽 선진국인 네덜란드, 필란드도 비정규직 비율이 우리나라 정도는 안 되지만 꽤 높은 나라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나라들은 큰 문제가 안 되는 게 복지제도가 잘 돼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도 기본 생계가 보장이 된다. 우리나라는 그런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계속 비정규직을 늘리니까 인생이 너무 고달파지기 때문에 저항도 센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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