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참사,
    6년전 과거 아닌 현재진행형
    '용산참사 6주기, 의미와 과제' 토론회 열려
        2015년 01월 23일 10: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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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6주기다. 자본과 결탁한 국가는 용산 철거민들의 삶터와 소중한 가족과 이웃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년간 국가의 철창에 그들을 가뒀다. 6년이 흘렀지만 용산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많은 이들은 제2의 용산참사가 발생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우려하고 있다.

    용산참사는 국가폭력의 끔찍한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법은 철거민에 한해서만 칼을 들이댔고, 무리한 진압을 펼치다가 수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권력은 ‘합법’이라는 권력의 치마폭에 숨어 몸을 사렸다.

    이 때문에 용산참사를 되짚어볼 때 국가폭력의 잔인함과 책임자 처벌은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그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제2의 용산참사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느냐 일 것이다.

    우리는 또 다른 용산참사를 목격하지 않기 위해 제2의 용산 철거민이 될지도 모르는 평범하고 약한 세입자들을 법제도로 보호해야 한다. 그들을 보호할 법안을 만드는 것은 용산참사가 남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용산토론

    용산참사 6주기 토론회 모습(사진=유하라)

    용산참사 6주기를 맞아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용산참사 6주기 의미와 과제, 서민주거 복지 임차상인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었다.

    토론회에는 이원호 용산참사 6주기추모위원회 국장과 변선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이 발제자로 나섰고, 토론자에는 최창우 전국세입자협회 대표, 권구백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대표, 조효섭 삶의자리 대표, 윤옥광 서울시 재생협력과 바른조합계획 팀장이 참석했다.

    세입자 목 조르는 환산보증금, 용산참사의 단초된 바닥권리금

    제2의 용산참사 철거민이 될 수도 있는 세입자들은 환산보증금 제도 폐지와 계약기간을 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상가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이지만,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모든 세입자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환산보증금(보증금 + 월세×100)’ 4억 원(서울기준)을 넘는 세입자는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 기준에서 제외된 상가세입자들은 건물주가 월세를 얼마를 올리든 제재할 방법이 없다. 환산보증금 제도는 5년의 임대계약기간 보장도 무용지물로 만든다. 5년 기간이 있더라도 임대인이 월세를 무리하게 올리면 상인들은 스스로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구백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대표는 “용산참사는 충격적이었지만, 법제도는 바뀌지 않았다”며 “건물주가 재건축한다고 하면 그에 대한 세입자의 권리는 아무것도 없다.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등 세입자 모든 재산 다 잃게 된다. 허술한 법제도가 중산층을 하루아침에 도시빈민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2년 전에 있었던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곱창집 ‘우장창창’ 상가임대차 분쟁이 환산보증금 폐지가 필요한 대표적 사례다. 해당 곱창집 사장은 권리금과 인테리어, 시설비 등 4억 여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장사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유명 가수가 이 건물을 매매하면서 자신이 직접 ‘우장창창’을 운영하겠다며 세입자를 쫓아내려 한 사건이다.

    대항력이 없는 상가를 쫓아내고 이른바 ‘바닥 권리금’을 약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악용해 일부 기획 부동산이 매매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 일부는 ‘바닥 권리금’을 챙기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임차인을 쫓아내기 위해 건물을 사는 경우도 있다. 임대인들 사이에선 바닥 권리금 챙기기를 상가재테크라는 투자로 분류한다. 돈 많은 임대인이 더 큰 돈을 만지기 위해 푼돈으로 장사하는 임차인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바닥권리금은 ‘상가 권리금’ 중 하나로 상가가 신축되면 임대인이 최초 임차인으로부터 바닥권리금을 받고, 이 임차인은 새로운 임차인에게서 다시 바닥권리금을 받고 나간다. 얼마나 좋은 상권인지 등에 따라 그 금액이 결정된다. 이는 세입자를 위협하는 큰 문제로 제기됐다.

    변선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바닥권리금 때문에 세입자들이 상가에서 쫓겨난다. 상가주인들이 바닥권리금을 노리고 법제도 이용해서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상인한테 임차를 주면서 바닥권리금을 높여 받는다. 바닥권리금 착취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가장 큰 원인은 최근 몇 년 간 바닥권리금이 크게 올랐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창업이 늘고 상가가 부족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바닥권리금이 폭등했다. 바닥권리금이 커지니까 상가주인들이 욕심내고, 세입자를 내쫓는다”고 설명했다.

    변 위원은 “권리금을 욕심내는 이유 중 가장 큰 문제가 세금이다. 세금을 안내고 얻을 수 있는 큰 이익이기 때문에 바닥권리금을 많이 받고 월세를 줄여주는 형태로 가고 있다. 권리금 받으면 세금 안내고 큰 돈 생기기 때문에 권리금이 폭등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변 위원은“용산참사의 주요 원인도 상가권리금 때문”이라며 “실제 용산 참사 당시 상가 세입자들이 받은 보상금은 3개월치 영업이익과 시설비 일부 등 수천만 원 수준이었다. 이 권리금이 감정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철거민에게 지급된 보상액이 세입자들의 실제 투자비보다 크게 낮았던 것이다. 이 금액으로는 다른 곳으로 이전해 장사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고,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점거 농성이 발해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가는 상인의 생존 터전이다. 우리나라가 향후 발전하는데 있어서 상인들의 창의적 노력과 영업노하우 등이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상인 보호하는 게 국가적 과제”라며 “법제도 잘 돼서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법화된 국가 폭력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제도 필요

    이원호 용산6주기추모위원회 국장은 발의한 ‘강제퇴거금지에 관한 법률안(강제퇴거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선 여야 모두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강제퇴거금지법은 ▲강제퇴거 금지 원칙을 명시하고 주거권과 재정착의권리를 선언한다. ▲강제퇴거 금지를 위해 퇴거와 철거의 절차 등을 규정한다. ▲많은 강제퇴거 문제를 발생시켜 온 개발 사업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기준을 정한다. ▲이 법에서 정한 사항을 위반했을 때의 벌칙과 다른 법률과의 관계 등을 다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국장은 “강제퇴거하면 용역폭력만을 떠올리는데, 강제퇴거금지법은 폭력을 막기 위한 법이기도 하지만,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가 이 법의 핵심이라고 소개하며 “강제퇴거가 불법이라는 것을 분명해야 한다. 삶의 터를 빼앗는 개발이 현행법 체제를 준수하면서 이뤄지고 있다. 거기에 맞서서 투쟁이 불법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삶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법에 의해 보호되는 토건세력들의 합법화된 폭력을 불법으로 만들어야 이 문제에 대해 근본적 방안 찾을 수 있다. 법집행이라는 이유로 휘두르는 폭력이 불법이라는 것을 밝히는 법들이 제정되고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토론자로 나선 조효섭 삶의자리 대표는 “서울에 있는 모든 주거지역은 재개발이 될 수 있다. 모든 주민들은 다 철거민이 될 수 있다. 용산참사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라며 “그런 분들이 사회빈곤층으로 가게되고 외곽으로 밀려가면서 빈곤층으로 되는데, 그런 문제 바꾸려면 정책 입안자들의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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