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 파업과 생산자 파업
        2015년 01월 21일 10:31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노동자는 공장에서는 생산을 담당하는 사람이고, 지역사회에서는 소비자고, 국가에는 납세자의 위치에 있다. 우리는 1987년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 38년 동안 우리는 생산파업만 해왔다. 소비자로서의 단체행동, 납세자로서의 집단행동은 전혀 실행하지 못했다.

    우리 노동자들이 생산현장에서 기업주를 상대로만 파업을 벌이며 임금과 노동조건, 기업복지를 끌어 올리는 동안 우리는 “자기 배만 채우는 대공장 이기주의, 배부른 귀족 노동자”라는 사회적인 낙인이 찍히며 살아왔다.

    ​2015년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서 소비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집단행동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야 할 때라는 자각을 높여야 한다.

    ​특히, 13월의 월급이라던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드러난 지금 납세자로서의 권리를 심각하게 되짚어 봐야 한다.

    직장인 세금폭탄에 대해서 전국 노동현장 직장인들 불만이 터져 나오자 박근혜 정부와 최경환, 새누리당, 새정연 등이 “세재개편” 등을 떠들며 대책 마련한다고 지랄을 떨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재벌들의 새금을 정상적으로 거두거나 노동자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랫돌 빼서 위돌 공구는” 식의 “조삼모사”로 또 노동자들을 희롱하는 수준이다.

    유럽에서 종종 보는 납세자 저항운동을 한국에서 꿈꿔야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형평성에 맞게 내느냐? 내가 낸 세금이 합당하게 쓰이는가?”에 대한 높은 관심과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고, 부당하고 잘못되었다면 당연히 “납세 거부운동”, “납세자 파업”등을 상상해야 한다. ​주권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것이다.

    세금

    ​이명박 정권 시절 기업들에게 법인세를 감면해주면서 자본가들은 1년에 5조원이 넘는 세금 혜택을 받았지만 기업의 투자와 고용 창출은 없고, 재벌들 곳간에 현금만 쌓아주는 꼬라지를 만들었다.

    박근혜 정권도 깎아준 기업들의 법인세를 원상회복해 세금을 더 거둘 생각은 안하고 서민들 등골만 빼먹고 있다.

    ​​국제유가가 지난 6개월간 절반 이상 떨어지면서 50달러선이 붕괴됐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도는 이를 훨씬 밑돌고 있다. 원유 가격 하락과 비례해 휘발유 가격이 내리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세금. 휘발유 1ℓ의 가격이 1,500원일 때 여기에 붙는 세금은 908원으로 60%에 달한다.

    세금1

    담배와 휘발유, 소주와 주류 등 노동자와 서민들이 주로 애용하는 물품들에 대해서 간접세를 이런 식으로 메겨서 팔아먹고 있으니, 결국 노동자 서민들이 대한민국 세금을 채워주는 “봉”노릇을 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권리, 소비파업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소중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이런 데 있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는 회사 밖에 나가면 지역사회 시민이고, 소비자의 위치가 된다.

    노동조합이 공장 안에서 생산을 멈추는 파업만 상상하지 말고, 소비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소비파업”을 조직하는 상상을 해야 한다. 이러한 소비파업은 나만 잘 먹고 잘 살자는 운동이 아니라 대다수 노동자 서민들이 함께 잘 살자는 운동이다.​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자본의 짜라시(언론과 방송)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월급 10만원 올려놓으면 뭐 하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그리고 어리한 야당 새정연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세법 몇 개 조항을 바꿔 버리면 1년에 200만원이 넘는 “세금 폭탄”을 얻어맞는 현실인데.

    노동자가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고, 노동자가 정치권력을 잡아야 이런 부당한 세금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때 부당한 세금정책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아직 먼 길이니 지금부터라도 조합원들에게 공장 안에서 임금 인상만 떠들 것이 아니라 각종 악법을 만들어 노동자들 호주머니를 털고, 각종 간접세금을 올려서 노동자들 허리를 휘게 만드는 정치권력의 추악한 실상을 폭로하고, 조합원들의 집단적인 저항 운동을 조직해 이 땅의 노동자 서민들에 고통을 덜어주는 사업에 매진해야 한다.

    이러한 사업들이 가능할 때, “대공장 이기주의”, “노동귀족” 이따위 누명에서 깨끗하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윤여철4

    직원 자녀들을 비정규직으로 뽑아서 아버지들의 기초질서를 바로 잡는다고 출퇴근 길목에 세워 둔 회사측

    공장 안 “생산파업”은 그만 둘 것인가?

    부회장이 언론에 대놓고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와 고과를 연동한 연봉제를 도입한다”고 떠벌리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범죄 혐의자를 “전무”로 승진시키고, 부당노동행위를 제보한 조합원을 표적사찰해서 악착같이 “보복해고”를 자행한다.

    또 아비들의 기초질서를 바로잡는다고 직원 자녀들을 비정규직으로 뽑아다가 이 추운 겨울날 출퇴근하는 주요 길목에 세워두고, 안전사고에 대한 확실한 후속 조치조차 거부하면서 작업 중지에 들어간 노동자을 제압하기 위해 전주공장 전 관리자들을 트럭공장으로 집어넣어 생산 공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자본의 횡포가 계속되는 한 공장 안에서의 “생산파업”은 언제나 계속 될 수밖에 없다.

    필자소개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