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발전소의 최하층 노동자
    [에정칼럼] 방사능 노출 위험의 경계에 있는 이들
        2015년 01월 20일 10: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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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5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2년 전에 결정했어야 할 설계 수명이 만료된 월성 1호기의 가동 연장 여부를 논쟁 속에 또다시 차기 회의로 연기했다.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와 함께 대표적인 노후 원전으로 1983년 4월 상업 운전이 시작돼, 지난 2012년 밀 설계수명 30년이 끝났다.

    최근 몇 년 동안 밀양과 청도 등 중앙집중형 화석․핵 전력정책으로 인한 송전탑으로 인해 고통 받는 주민들, 삼척․영덕 등 이명박근혜 정부의 신규 핵발전소 정책의 생산과 소비의 부정적 문제 등 핵발전과 관련하여 다양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생활방사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으로 금지됐던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금지조치를 해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1978년 고리1호기가 상업가동한 이후 현재 23기의 핵발전소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방사능에 노출 될 수밖에 없는 핵발전소 최하층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거의 주목을 받고 있지 있다.

    1985년 독일, 이주노동자와 핵발전소

    귄터 발라프(Gunter Wallraff)는 현장에 잠입 취재하여, 최하층 노동자의 문제 등 자본주의 사회의 다양한 차별과 억압의 민낯을 드러내는 암행기자로 유명하다. 유럽에서는 잠입취재를 그의 이름을 따 ‘발라파(Wallraffa)’라 칭한다.

    그는 2년여 동안 터키 이주노동자 ‘알리’로 분장해 최하층 노동자의 실태를 고발한 책과 다큐멘터리를 1985년에 발표했는데, 3개월 만에 100만부가 판매될 정도로 당시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일대에 파란을 일으켰다.

    독일1

    @GANZ UNTEN의 독일어판(1985)과 한국어 번역판(1988, 2012)

    「GANZ UNTEN」은 터키 노동자 ‘알리’로 변장한 귄터 발라프가 농장, 맥도널드, 성당, 장례식, 생체실험, 건설현장 등에서 이주노동자로서 체험한 최하층 노동자의 현실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초판본이 출간된 이후 용역노동을 상대로 한 수천 건의 형사소송이 진행되었고, 판사들도 새로운 의식으로 인권 위반 행위들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노조는 용역노동 금지를 요구했고, 살인적인 16~24시간제 교대근무제가 철폐되었으며, 작업복과 작업장에 안전검사가 도입되었다. 특히 책의 맨 뒤에서 이주노동자 ‘알리’는 터키 노동자들의 경험담과 연극을 통해 핵발전소의 최하층 노동의 현실을 고발한다.

    시간당 10마르크를 받고 핵발전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터키인 노동자는 ‘알리’에게 증언한다. “만일 고장이 생기면 대개 터키인들은 들어가야 했지. 그러면 이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위험한 구역으로 보내져 연간 허용치인 5,000밀리램을 흡수할 때까지 견뎌야 해. 그 일은 몇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특수한 경우에는 몇 분, 심지어 몇 초 안에 끝날 때도 있어. 동료들은 그 일을 ‘태워버린다’고 부르지.” 관례에 따라 작업자들은 그해 나머지 기간에는 ‘봉쇄’된다. “그렇지만 다른 방법으로 계속 일할 수 있는 방법이 다 있지.”(2012년 번역판, p.256)

    유고슬로비아 출신의 노동자는 “내가 일을 시작했을 때 방사능 위험에 대해서 아무 말도 듣지 못했어. 그냥 3개월 방사능 흡수량이 2,500밀리램이고, 1년 흡수량은 5,000밀리램이라는 말밖에는 하지 않더라고. 그 이상 다른 말은 없었지.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정말 위험하긴 한 건지. 그에 관해 말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p.261)

    이 책을 1988년도에 번역․소개한 신상전 선생님은 녹색당원과의 대화에서 “당시 독일의 발전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자국민 노동자가 아닌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여 사고 상황을 처리했다. 특히 불법노동자에게 가장 위험한 일을 시켜 짧은 작업에 수년치의 피폭 한계치가 되는 일에 투입하고, 작업 후 비밀유지를 위해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때문에 이러한 피폭노동자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와 하도급 노동자

    나스비님은 ‘피폭노동을 생각하는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면서, 일본 최하층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나스비는 일본어로 채소 ‘가지’라는 뜻의 가명이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토쿄의 산야(山谷)에서 일용직 노동자와 노숙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해 왔다. 그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 “피폭노동 자기 방위 매뉴얼”을 제작했고, ‘피폭노동을 생각하는 네트워크’를 창립했다. 네트워크는 2012년부터 원전사고 수습작업노동자나 제염노동자의 노동삼당과 노동쟁의에 관한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의 전력회사는 핵발전소라는 플랜트를 구입하여 발전사업을 하고 있을 뿐이고, 플랜트의 유지․보수나 수리 등의 작업은 여러 회사에게 위탁한다. 도쿄전력은 기본적으로 3차 하청까지 밖에 존재를 인정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7차, 8차까지 다중하청으로 돼 있다. 이런 중충 하청구조에서 원청이 1인당 10만엔으로 책정한 노동자의 일당이 최하층 단계에서는 1만엔 이하로 떨어진다.

    또한, 불법파견으로 고용계약서도 없고, 노동자가 현장에 가기까지 어떠한 노동조건인지도 알지 못하는 일도 생기며, 이러한 인력수급 과정에서 야쿠자가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어느 업자한테 고용책임이 있는지가 애매해져 산업재해나 갈등이 생겼을 때도 책임을 지지 않아 노동자는 참고 견뎌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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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발전소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 제염작업 중인 노동자, 제염작업 중 사망한 노동자

    지난해 한일 핵발전노동 국제워크숍’에서, 나스비님은 법인 등기도 안된 야쿠자가 운영하는 다카하시건설에서 당초 약속과 다른 노동조건과 임금체불 등으로 고초를 겪은 가고시마의 W씨의 사례, 휴일 없이 잔업포함 하루 12시간 노동과 체불임금, 화장실조차 억압받은 하청업체 노동자의 사례 등을 상담을 통해 확인했고, 광범위한 위험수당 가로채기와 위장도급․불법파견, 안전무시, 노동자 쓰고 버리기 등이 만연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핵발전소는 최하층 노동자들의 피폭과 차별을 전제로 한다.

    2015년 한국, 핵발전소의 최하층 노동자는 누구?

    핵발전소 최하층 노동자는 독일과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원자력발전소의 임시직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일자리와 건강 사이의 모순은 극복할 수 없는 모순이다. 노동자들이 홀로 알아서 모순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프랑스 원자력산업 전체 방사능 노출치의 80%는 원자력시설 유지·관리를 위해 방사능오염 위험이 상존하는 ’통제구역‘에 출입하는 2만 5천명에서 3만 5천명의 외부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언론은 이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그렇다면, 우리나라 핵발전 노동의 상황은 어떨까? 최근 핵발전소 정비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있었다. 이런 극단적인 사망사고 외에도 일상적인 작업과정에 방사능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지하다시피 방사능은 몸에 축적되어 수 십 년 후에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고선량 지역에 들어와서 일하시는 분들 중에는 몸에 부착하는 방사능체크기를 끄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다. 하루 최대 피록량이 있는데, 정말 심각하게…초과를 하죠. 저희들도 떼고 들어와서 작업을 해요. 하죠. 긴급하게 할 때는 그렇게 합니다.“ 울진핵발전소 노동자의 증언이다.

    핵발전소의 유지․관리․해체 과정에서 방사능에 노출되는 ‘노동자’의 문제, 특히 하청업체 노동자와 비정규직, 혹은 임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핵발전소가 갖고 있는 잠재적인 위협이라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그 위협이 상대적으로 약자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광핵발전소 방사선안전관리 용역업체의 노동자들은 ‘근로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 등으로 부당하게 해고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법원에 의해 원직복직판결을 받았으나, 용역업체가 한수원과의 계약이 해지되어, 10년 넘게 일한 직장을 잃었다.

    해고노동자는 “몇 차례의 용역업체의 사장이 바뀌었지만 얼굴한번 제대로 본 적도 없고, 그 때마다 고용승계가 이뤄졌다. 핵발전소 안에서 한수원 정규직원들의 업무지시를 받으며 한 사무실에서 10년 넘게 일했으며, 정규직이 마다하는 야근이나 위험하고 거친 업무를 정규직의 절반이하의 연봉을 받으며 일했다. 그러다 보니, 보직 순환하는 정규직보다 현장 업무파악력이 높았고, 어떤 경우에는 정규직원이 처리하지 못하는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어쩌면 예상 가능한 것일 수 있겠지만,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비정규직 차별문제가 핵발전소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강7

    @영광핵발전소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독일, 일본, 프랑스, 그리고 한국. 핵발전소가 있고, 핵발전소가 있는 곳에는 누군가는 위험을 감수하고 처리해야 하는 ‘핵발전 노동’이 있다. 특히, 더 심각한 위험을 감수하고, 차별받으며 일하는 핵발전소 최하층 노동자가 있다.

    한수원은 현재 23기 핵발전소의 유지관리 과정에서 정기적인 예방정비(계획예방정비, 경상예방정비)와 고장시의 고장정비(고장정지정비, 중간정비, 일상정비) 등을 하는데, 이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방사능 노출을 감당하고, 작업장에 투입됨을 의미한다. 일례로 계획예방정비 기간에는 단기간에 천 여 명의 노동자들이 작업에 투입되고, 인력시장에서 단기 고용하는 노동자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1978년 고리1호기 이후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방사능에 노출돼 왔으며, 그들의 기본권은 누가 챙겼을까? 이제라도 핵발전 최하층 노동자의 문제에 주목하고, 정치·사회적으로 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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