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생협운동 10년 주목해야
    [책소개] 『생활협동조합과 커뮤니티』(오카무라 노부히데/ 한울)
        2015년 01월 17일 10: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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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한국보다 20년 먼저 고령화를 경험했다. 농촌 지역에서는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마을이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일명 ‘한계 마을’이 등장한 것이다.

    이에 일본 각지의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 발 벗고 나섰다. 무너지는 지역 공동체,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들을 돌보는 크고 작은 협동조직의 산파를 자임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현 히로시마생협연합회 회장 오카무라 노부히데는 “사람들은 이제 생협이 ‘새로운 삶의 어려움’에 적극 대응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호소한다. ‘새로운 삶의 어려움’은 단지 노인 문제만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를 돌아보지 않는 현실이 만든 모든 문제를 말한다.

    생협과 커무니티

    ‘새로운 협동조합’의 실제에 대한 생생한 소개

    오카무라 노부히데는 구매생협 안에서 탄생한 작은 협동조직에 주목하며 5년간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기존 생협 조합원들과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작고 새로운 협동조합들은 국가 복지가 후퇴하면서 두드러진 복지·생활 영역의 새로운 필요를 충족시키고 지역 공동체 해체에 따른 관계의 단절을 재생하는 데 역점을 둔다.

    오카무라는 이 같은 활동이 서로 얼굴을 보며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를 회복시켜 이 시대의 불안을 가라앉히고 크고 작은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한다.

    이 책은 두루뭉술하게 협동의 가치를 강조하는 책들과 달리 각 협동조직의 운영과 사업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각종 통계 수치와 내부 자료를 근거로 경제성에서도 밀리지 않는 작은 협동조직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소개한다. 1975년부터 지금까지 한눈팔지 않고 생협운동에 전념해온 저자는 사명감과 애정으로 생협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새로운 협동조합’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접근

    핵심은 큰 협동조합(기존의 구매생협)과 작은 협동조합(복지·생활 영역의 협동조직) 간의 관련구조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새로운 협동조합’은 지역에 이미 뿌리를 내린 구매생협의 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협동 에너지를 창출한다. 그리고 이 협동 에너지는 규모화와 효율화로 시들어가던 구매생협의 협동 에너지를 되살린다.

    저자는 이 같은 동학을 ‘관련구조론’이라는 이론으로 정리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생협운동이 지역 복지에 기여하는 노하우를 얻을 뿐 아니라, 각 지역의 특색에 맞게 어떤 관련구조를 형성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

    한국은 2000년대 들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이후 빠른 속도로 고령 사회로 나아가고 있으며, 2024년 노인 인구는 1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서울에 65세 이상 노인만 사는 풍경을 떠올리면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50대가 ‘청년’으로 대접받는 농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농가 인구의 고령화 지표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전체 농가 인구 284만 7000명 중 65세 이상 고령 농가 인구가 106만 2000명으로 37.3%를 차지한다. 고령 농가 인구 비율은 1990년 11.5%, 2000년 20.7%, 2010년 31.8%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는 일본 농촌의 고령화 속도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된 쇼나이 마을 만들기 협동조합 ‘니지(虹)’의 활동은 더 눈에 띈다. 니지는 1989~2000년 10년간 약 8600명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고령화 비율이 25%에 육박하는 쇼나이 지역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자 주택을 설립하는 등 교리쓰샤 쓰루오카생협 및 지역 행정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돌봄 협동을 실천하고 있다.

    니지가 쇼나이의료생협과 의기투합해 지은 고령자 주택 ‘고코로(こころ)’는 사회복지사와 입주 도우미가 24시간 입소자들을 돌보며, 일반 시설에 비해 부담이 적어 지역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생협을 믿고 이용하는 조합원이 늘어났다. 생협 외에도 협동조합, 마을 기업 등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운동이 자기만족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도시 소비자를 중심으로 성장하며 농촌 지역에 뿌리 내리지 못한 것도 현 생협운동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삶의 어려움’이 도처에서 발견되는 지금이 한국의 생협운동은 방향키를 다시 쥐어야 하는 적기가 아닐까? 생협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공동체운동은 지금과 내일을 번갈아보며 중장기 계획을 새롭게 짜고 새로운 역할을 기꺼이 맡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이 보여주는 일본 생협운동의 전환이 시사하는 바는 한국에도 유효하며, 적극적으로 배우고 알아가야 할 지점이다. 이 책은 한국 생협의 역할과 지향점을 확장시키고, 점차 후퇴하는 국가 복지의 빈자리를 채워줄 역량 있는 시민사회 주체를 찾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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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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