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걸어야 할 길에
    함께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노동당 당 대표선거] 기호3번 나도원 후보를 지지하며
        2015년 01월 16일 04: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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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노동당의 당 대표 선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당 대표 후보인 나경채, 윤현식, 나도원 후보들에게 지지의 글 기고를 요청했다. 이 글은 나도원 후보를 지지하는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한 용혜인 당원의 글이다. 윤현식 후보의 지지 글 또한 들어오는 대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 나경채 후보를 지지하는 김종철 당원의 글 링크

    * 윤현식 후보를 지지하는 최창식 당원의 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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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동원1

    나도원 노동당 당 대표 후보

    당원 동지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 드렸고, 이번 노동당 당직선거에 서울 1권역 전국위원 일반명부 후보로 출마한 스물여섯 살 용혜인입니다.

    벌써 선거운동 기간도 막바지입니다. 오랜만에 당 게시판에 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고, 후보들뿐만 아니라 많은 당원 동지들이 이런저런 입장을 밝히면서 선거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이야기합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운동의 위기, 그리고 노동당의 위기까지. 어떤 사람들은 ‘노동당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니, 합당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니 온 위기다. 이제부터 잘하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이 위기를 녹색좌파라는 정치기획을 통해 이 위기를 돌파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쉽습니다. 저는 2010년에 진보신당에 입당했습니다. 2010년에 입당한 이후로, 진보신당(현 노동당)이 위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궁금함이 생깁니다. 지금이 위기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 그리고 이 노동당의 위기에, 진보정당의 위기에 책임이 있으신 분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계실까요. 왜 이 당의 위기는 5년째 계속되고 있을까요.

    5년째 반복되고 있는 ‘위기론’과 ‘통합-독자 논쟁’은 형태만 놓고 보면 낙관적일지 모르겠으나, 사실은 비관적 현실 인식에 기인한 논리입니다.

    출마의 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런 비관적 논리 자체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그 비관적 논리에 근거 없는 낙관적인 방법론을 결합하는 것은 현실 도피에 불과합니다.

    홍세화 전 대표님의 사퇴의 변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패배했고, 우리 자신을 냉정히 응시해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며, ‘하방’을 이야기하시던 홍세화 전 대표님의 글이 대표단 선거를 바라보며 새삼 떠올라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맞습니다. 또 다른 관료정당과 당을 합쳐 덩치를 키우는 것이, 혹은 우리 자신의 문제로부터 시선을 회피하고 도피하는 것이 노동당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노동당의 자체적 생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통합하고 나면 그 당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기만적입니다. 통합 이후의 전망과 계획은 없지만 민주노동당 시절의 추억들을 나열하며 통합하기만 하면 잘나가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위기’라고 이야기한다면, 정직한 응시를 통해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동의할 수는 없지만) 결코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분명해진다면 정직하게 ‘청산’을 이야기해야합니다. 차라리 청산 후 미래를 위한 하방을 약속한다면, 그것이 꼭 부정적인 주장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청산-통합 이야기는 우리의 절망적 상황에 대한 인식 후, 다시 기존의 관료정당들과 통합하고 그들의 명망가정치를 되풀이하자는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이 땅의 배제당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 곁에는 언제나 노동당이 있었습니다. 2008년 촛불에도, 2009년 용산참사와 쌍차 옥쇄파업에도,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도, 2013년 ‘안녕들하십니까?’와 2014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비롯한 세월호 투쟁에도, 노동당이 결의했던 ‘박근혜 퇴진 투쟁’에도 노동당(구 진보신당, 사회당)이 있었습니다. 사회에 파열음을 내는 투쟁들에 노동당의 당원들이 언제나 맨 앞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운동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런 대중운동의 성과들이 당으로 잘 모이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단지 ‘우리는 열심히 하는데 대중이, 노동자가, 민중이 우리를 지지해주지 않는다’라는 원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원들이 당의 이름 걸고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불평은 책임전가입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수정당의 정치인들도 다 하는 ‘기자회견’에만 와서 연대 발언하는 것과, 큰 집회에서 깃발 들고 앉아 있는 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어설프게 기성정당과 정치인들, 명망가들의 행보를 흉내 내는 것도 진보정치, 진보정당운동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진보재편 논의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뜻이 맞는 사람과 힘을 합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합하면 된다.’ 혹은 ‘우리는 능력이 있으나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니 이제부터 뭐라도 하면 된다.’는 현실도피가 아닙니다. 이 위기와 절망을, 그리고 문제를 정직하게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획과 전망의 제시가 필요합니다.

    2015년의 한국사회에 대한 분석과 인식을 기반으로 알바로 대표되는 비정규 불안정 노동문제, 탈핵운동 등 대중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과 기획으로 새로운 노동당의 대중적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실력 있는 노동당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대표단 후보 중에, 그런 기획과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후보는 기호3번, 녹색좌파의 길을 제안하고 있는 나도원 후보뿐이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시민들과 ‘가만히 있으라’가 적힌 하얀 종이와, 하얀 국화를 들고 함께 걸었습니다. 그 걸음 속에서 비록 2008년의 촛불은 꺼졌지만, 우리가 손을 잡았어야 할 진보적 시민들은 여전히 불씨를 지키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명망가 정당에 한눈 파는 것을 그만두고, 그들이 지켜왔던 불씨를 키우며 노동당이 그 길에 동행해야 한다는 고민 속에서, 새로운 주체와 새로운 기획으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고민 속에서 저 또한 당직선거에 출마했고, 나도원 후보를 지지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처음 침묵행진을 시작하던 날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당원 동지들께 제안 드립니다. 함께, 우리가 걸어야 할 본래의 길에 동행해주시겠습니까?

    필자소개
    노동당 전국위원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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