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계약서에
    '노조 가입 여부' 명시하게 해
        2015년 01월 14일 06: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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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에게 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묻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일부에선 노조 가입 여부로 조합원에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정부세종청사는 ‘SI솔루션’이라는 용역업체와 2015년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용역업체가 기존 노동자들을 고용승계하면서 노조 가입 여부를 묻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이다.

    근로계약서에 노조 가입 적시 요구…조합원 색출해 노조활동 감시 등 의혹
    기존 노동자에 수습기간 적용해 불이익 줄 가능성도 있어

    우 의원에 따르면, 2015년 새로 계약을 체결한 신규 용역업체가 세종청사 1, 2단계 청소노동자들에게 노조 가입 여부, 특히 ‘한국노총, 민주노총, 국민노총, 미가입’ 중 어떤 노조 단체에 가입했는지 적시하도록 하는 근로계약서를 제시했다.

    이 같은 근로계약서를 받은 1, 2단계 청소노동자들은 다수가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들이다. 반면 기존 노동자 일부와 신규 채용자가 다수로 있는 3단계 청소노동자의 근로계약서에는 노조 가입 여부를 묻는 칸이 따로 있지 않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노조 가입 여부가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 가입 여부를 근로계약서를 통해 묻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만약 이후에 해당 노동조합원 근로자가 불이익을 당했을 때는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

    특히 노조 가입 여부를 묻는 근로계약서는 개입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민감 정보의 처리제한)에 따르면 사전 동의를 구할 경우에만 노동조합 가입 여부 등 민감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세종청사 관리소가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출입증 발급용)’에는 노조 가입 여부를 제외한 성명, 생년월일, 성별, 주소, 연락처, 소속, 직위(직급)까지만 명시돼 있다.

    근계

    빨간색이 특정 노조 가입여부 게재 항목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하해성 공인노무사 또한 “회사가 조합원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모르는 노동자가 자신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사항을 누출하도록 하는 것은 자유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정부청사관리소와 해당 용역회사는 현재 사업장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특정 노동조합 소속인 근로자들을 색출해서 노조 활동을 감시하려는 등의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닌지 명확하게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근로계약서는 3개월 수습기간 후 회사에 부적합할 경우 채용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노조 가입 여부나 특정 노조에 속해있다는 사실만으로 수습 후 표적 해고가 가능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와 관련해 원청인 세종정부청사 관리소 관계자는 “업체 쪽에 이유를 물어보니까 노조에서 그 쪽으로 원천징수라는 게 있는데, 노조 가입비를 받지 않나. 노조 들어오면 원천징수를 해달라고 하니까 그것 때문에 그랬다는 거다.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그럴 건 아니라고 했다”며 “(업체에 노조 가입 여부를 묻지 않는 근로계약서로) 새로 작성하라고 지시를 했다”며 “당연히 회사에서 개인정보 차원에서 동의서를 먼저 받고 했어야 하는데, 그 사실을 (업체에서) 잊은 것 같다. 악용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또 “(해당 업체는) 노조를 탄압할 의도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근로자들은 그런 거 때문에 혹시나 하는 것 같다”며 “이번에 미숙하게 처리한 점은 있지만, 앞으로 그런 부분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용역업체, 특정 노동조합 가입까지 권유

    이 같은 근로계약서를 제시한 해당 용역업체는 특정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동일 사업장 내 노동자들끼리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 의원실에 따르면, 용역업체 이 모 과장은 신규 인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현재 원청 및 용역업체 측과 인원 부족, 근로환경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A노동조합이 아닌 B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B노조 가입자는 약 60명으로 작년 11월 3단계 인원 채용 계획 결정 후 중간관리자 격인 반장을 중심으로 결성, 최근엔 신규 채용자들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조합원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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