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경제, 아직 헤매고 찾아가는 길
        2012년 07월 10일 06: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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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경제, 답은 현장에 있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게 된지 고작 1년여. 1년 동안 내 머릿속을 끊임없이 맴도는 질문이 있다. 도대체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이, 사회적 경제라는 것이 뭘까? 라는 질문이다.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그 답이 눈에 보일 것도 같았는데 하면 할 수록,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면 할 수록 점점 그 실체가 모호해진다.

    매일 사회적 경제, 마을기업, 협동조합.. 내용들은 홍수처럼 쏟아지는데 정작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경제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우리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등등…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노원구 사회적경제협의회가 사회 투자 지원재단의 도움을 받아 노원구청과 노원지역 사회적 경제 활성화 계획 수립을 위한 집중 워크숍을 진행하니 참석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참석했다.

    사랑의 손맛, 동천모자, 일촌나눔하우징, 나누미패션, IT희망나눔, 함께걸음의료생협, 리포미처 등 사회적 기업 당사자 조직들과 노원구청 일자리경제과 담당 공무원 그리고 6번의 워크숍을 함께 해줄 러닝코치인 사회투자 지원재단이 함께 모여 워크숍 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과제를 함께 선정하고, 모임 진행방식을 함께 정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목표는 분명했다. 노원지역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주체들이 팀을 구성하고 (조직) 우리 모두의 역량 향상을 위해(학습) 러닝코치와 함께(지도_파트너) 선정된 과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함께 학습(과제)하는 것이었다.

    주체와 객체가 분리된 워크숍이 아니라 참석자 전원이 참여하고, 의제를 선정하고 해결하는 프로세스까지 함께 학습하는 액션러닝 방식의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워크샵 화이트보드에 붙혀진 과제와 고민들

    사회적 경제의 현장에서, 관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지역 의제에 대해서 많은 의견이 나왔다. 주로 현장에서 오래 활동했던 기업에서는 사회적 경제 종사자들의 욕구 파악, 지역의제 조사 등에 관한 의견이 많이 나왔고, (예비)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들에서는 지역내에서의 사회적 경제에 관한 인식 재고, 시장의 확대, 마케팅 등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뽑았다.

    많은 의견 중에, 지역에서 해결할 10대 과제를 선정하기로 하고 시급성, 파급력, 현실 가능성 등 몇가지 항목을 구분하여 의제별 점수를 모두 함께 메기고, 그에 따라 10개의 지역 의제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각 항목별로 팀을 구성하여, 의제에 따른 과제 기술서를 작성하였다. 왜 이 문제가 지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지방정부, 관련단체, 주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습팀에서는 어떤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문제가 해결되면 단기 장기적으로 어떤 모습이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 학습팀에서 토론하여 과제기술서를 작성하고 발표하면 다른 팀 구성원들이 의견을 주거나, 더 추가되었으면 하는 내용을 보충하는 식으로 각 의제별 과제기술서가 완성되어 갔다.

    이렇게 서로 논의하고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세부과제 계획서를 작성하였다. 워크숍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하여, 각 의제별 추진 배경, 사업목표와 내용을 확정하고 추진 절차와 일정, 사업의 주체, 예산은 어떤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지 정리하고, 과제를 수행하는데 예상되는 문제점과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기대효과까지 서술하는 것으로 노원지역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9개의 지역의제와(10개의제 중 중복의제가 있어 9개로 수정) 각 의제별 과제 계획서까지 작성하는 것으로 6번의 워크숍이 끝났다.

    주 1회, 매주 워크숍이 끝나면 꼭 해야 할 과제 부담까지 안고 3시간이 넘는 워크숍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경제 주체와 공무원 모두가 얘기했던 ‘놀랍고도 소중한 경험’ 때문이었다.

    각 주체들이 모두 참여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워크숍의 기술을 배웠다.

    매 워크숍이 끝나면 돌아가면서 이번 시간에 배운 점, 느낀 점, 실행할 점을 공유하는 성찰의 시간을 꼭 가졌는데 이구동성으로 나온 얘기가 워크숍의 기술이었다.

    사업 계획서를 쓰거나 행사계획서를 써야 할 경우 보통 사무국장이나 실무 책임자 혼자서 고민하고 작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워크숍에서 배운 기술을 이용해서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사업 내용과 의제를 선정하고 해결 방안을 내오고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기술적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특히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사업의 내용을 구성원들이 함께 정하고 그에 따라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현실 수준에서의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생각만 있었을 뿐이고 그것을 현장에서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대해서 늘 답답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답답함이 일부분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역시 해결 방안은 현장에 있으며, 현장의 사람들이 전문가

    비슷한 고민을 먼저 했거나 먼저 활동했던 사람들의 경험이 이후에 활동할 사람들에게 훌륭한 교훈이 되고 그 어떤 전문가들의 조언보다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워크숍 내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지적하고 과거에 비슷한 내용들이 왜 실천이 안되고 실패했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해야 할 과제 기술서에 내용이 반영되는 과정을 쭉 겪으면서, 어떤 컨설팅보다 그 어떤 전문가보다 우리 스스로가 전문가이고 코치이며 스승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서 각 주체들의 신뢰과 친밀도는 더 높아졌음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6번의 워크숍이 끝났고, 참여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요청으로 추가된 마지막 최종 워크숍을 남겨두고 있다. 최종 워크숍에서는 그동안 나왔던 9개의 과제 기술서를 최종 점검하고 실제 사업화 하기 위한 일정을 잡을 것이다. 사회적 경제의 주체들과 구청 공무원들이 함께 토론하고 논의하여 만들어진 사업 계획서.

    여기에 쏟아부었던 고민들, 실제 사업 계획들이 하나하나 실현되어 간다면 또 어떤 일들이 생기게 될까? 어떤 성과들이 눈앞에 보이게 될까? 어떤 모습의 노원구가 될까? 그렇다면 나는 이 내용들을 직원들과 우리 매장을 찾는 주민들과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오랜만에 느끼는 설레임과 왠지 잘 될거라는 기대가 앞선다.

    필자소개
    노원구의 사회적 기업 '리포미처'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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