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와 우려 속에
    국민모임, 첫 대토론회 개최
        2015년 01월 12일 10:5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탈당과 합류 선언으로 힘을 얻고 있는 ‘국민모임’이 대중적 진보정당 추진을 위한 첫 걸음으로 ‘야권교체 없이 정권교체 없다!-새로운 정치세력,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의 국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국민모임은 12일 오후 2시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이 같은 주제를 놓고 3시간여 간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회 발제자로는 한양대학교 이도흠 교수와 한신대학교 이해영 교수가, 토론자로는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김민웅 성공회대학교 교수,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이시백 소설가, 김성호 대륙으로 가는 길 부소장, 이근원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의미 있는 쓴 소리와 신당 창당에 관한 가치 및 노선을 공유하는 일부 목소리도 있었지만, 한편에선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능만을 비판할 뿐 신당 창당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첫 토론회이기 때문에 여론을 이끌어가기 위한 수순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향후 열릴 토론회에서도 이처럼 새정치연합만을 정치권에서 몰아내야 할 존재로 규정하며 틀에 박힌 ‘비판’만 되풀이 한다면 신당이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도흠 교수 ‘평화생태복지국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이해영 교수, ‘비(非)중도 진보정당’ 강조 “비정규 문제 우선하는 장그래 정당 돼야”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도흠 교수는 ‘평화생태복지국가’를 신당의 가치와 노선으로 제시했다.

    이도흠 교수는 “가계부채가 1000조에 달한다. 반면 10대 대기업은 515조원을 곳간에 쌓아 두고 있다”며 “87년 체제, 민주주의를 쟁취했으나 지금은 껍데기만 남았다. 헌재 정당해산 결정에 이르기까지 피를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가 끝장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독재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는 50~60년대로 후퇴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위기와 불안 속에서 세 모녀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권력유지만 급급하다”며 “야당은 야성 잃었다. 새정연은 정당성, 정체성, 리더십도 없이 파벌 지키기에만 급급한 정당이라는 것을 세월호 참사 등을 통해 봤다. 진보진영도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도흠 교수는 지속가능성 없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이윤과 효율보다 생명과 생태 인간을 소중히 여기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국민모임 토론회 모습(사진=유하라)

    이해영 교수는 “비(非)중도 진보정당을 통한 세력 교체를 이뤄야 한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장그래 정당’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해영 교수는 국민모임 신당의 지지도를 보여주는 지난해 12월 말 <휴먼리서치>와 국민모임 신당을 제외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11월 <갤럽>의 여론조사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했다.

    <휴먼>에서 조사한 국민모임의 신당 지지율(18.7%)이 거품이 있다고 쳐도, <갤럽> 조사에 비해 부동층이 확연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갤럽> 조사에서 31%에 달하는 부동층이 <휴먼>에서는 15.5% 줄었다. 전 지역, 전 연령층에 부동층 급감이 관찰되지만 호남과 2030세대에서 부동층이 현저하게 줄었다. 이에 대해 이해영 교수는 “야권이 2개로 커진 것”이라며 “(야권이) 방향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이해영 교수는 진보정치세력이라면 지속적으로 ‘진보다운’ 발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인권헌장에 대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태도를 전면 비판하며 “진보가 가서는 아니 될 좋은 반면교사의 사례로 기억돼야 한다”면서 “정치공학적으로도 소위 ‘좌에서 우로’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보수가 좌로 이동할 일도 없고, 또 오히려 보수적 프레임을 강화시켜 줄 뿐 결코 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표’를 생각해서 진보 정체성을 가진 정당이나 정치인이 ‘우클릭’한다고 해서 우파의 표를 얻어올 수 없으며, 끊임없이 진보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발언과 활동을 이어나갈 때 비로소 득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국민신당, “때만 되면 나타나는 낡은 이미지 있다”
    “섣부른 신당 창당 반복… 새정연밖에 없다는 역설 만들 수 있어

    이날 토론 중에는 국민모임의 신당에 대한 우려의 쓴소리도 나왔다. 때만 되면 등장하는 원로의 모습, 즉 낡은 이미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국민모임 신당에는 낡은 것과 새로운 것 모두가 보인다”며 “젊은 세대들은 ‘국민모임을 보면, 때만 되면 나타나는 원로의 모습으로 보인다’는 말을 한다. 국민모임에 낡은 이미지가 보이고, 꼰대의 잔소리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인식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접근하고 활동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새로운 점이라면 촉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야당 교체라는 정치적 역할을 하는, 정당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목소리를 내는 대중적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제1야당을 교체해야 하는 요구와 그러한 정당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 1야당에 새정연이 있고 여러 개의 진보정당이 있는 이 오랜 구도를 깰 수 있는가, 그걸 깨서 단일한 대중적 진보정당이 인위적으로 가능한가. 지식인들의 촉구로 가능한가. 정당 밖에서 정당이 깨지고 바뀌는 건 매우 드물다”며 “새정연의 역사적 역할이 끝났다는 것과 기능이 끝난 것은 다르다. 제1야당은 야당을 독점하고 있다는 기득권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정권과 일정한 대결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그 기능을 탁월하게 하고 있다. 야당으로서의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 역할 끝났다고 기능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아울러 “국민모임이 가장 어려운 게 스스로 당의 주체가 되겠다는 게 아니라 다른 세력보고 당을 만들라는 것이다. 얼마나 어렵나. 기존 정치인은 제안에 호응해야 하고, 그 세력이 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세력이 어떻게 만드나. 정당에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새정연의 진보 블록, 정의당, 노동당 등이 주체가 돼서 뭉쳐서 논의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진보지식인, 진보정당 등이 당장 협의체 만들어서 논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우린 안 하고 너희가 해보라고 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신당에 대한 기대감은 언제나 높다. 결과적으론 안철수 신당에 실망했고, 합당한 새정연에 실망했다. 그러나 만들 때 관심이 높다는 것은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게 있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민모임의 신당이 “내용이 없으면 당장이라도 지지 사라진다. 섣불리 신당창당 반복하는 것은 결국 새정연 밖에 없다는 역설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호 “관념적 진보정당으론 안 돼”
    이근원 “가치와 이념 분명해야”, “노동자 함께 할 수 있는 내용 중요”

    김성호 대륙으로 가는 길 부소장은 “새정연으로 정권교체 가능하면 이렇게 할 필요 없을 거다. 대한민국에 야당은 없고, 허당만 있다고 한다”며 “새정연이 국민을 위해 잠을 못 이뤄야 하는데 거꾸로 국민이 잠을 못 이룬다. 새정연은 코미디 대상으로 전락했다. 대통령, 여당 지지율 떨어지면 야당 지지도 올라야 하는데 이런 상식이 안 통하는 게 새정연”이라고 힐난했다.

    또 김 소장은 “결론적으로 신당은 새정연을 대체해서 17년 정권교체를 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지나치게 이념적인, 관념적인 진보정당으로는 안되고 합리적 진보정당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근원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관념적인 진보정당 하자고 하지 말자고 했는데, 관념적이라 할지라도 진보정당의 가치와 이념은 분명해야 한다”며 “반자본에 대한 내용이나 그런 부분 없는 진보정당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진보정당이 도대체 무엇인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하지 않아서 안 가겠다는 게 아니라 그 차이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이를 드러내야 함께 할 수 있다”며 “새로운 진보정당 속에서 노동자가 동의할 수 있는 부분들 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될 바엔 안 가는 게 낫다. 2천만 노동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